"불안해" 지갑 닫은 투자자들…벤처펀드 못 만든 VC 절반 넘었다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5.02.26 04:15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공유하기
글자크기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신규 벤처펀드 결성 VC 추이/그래픽=윤선정
신규 벤처펀드 결성 VC 추이/그래픽=윤선정
지난해 신규 벤처펀드 결성에 성공한 국내 벤처캐피탈(VC) 수가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5년래 최저치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 출범, 요동치는 원·달러 환율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출자자(LP)인 금융권과 민간기업들이 벤처투자를 축소한 여파로 풀이된다.



숫자만 늘어난 VC, 투자금 못 모았다


25일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벤처펀드를 결성해 등록한 VC는 120개로 전체(249개)의 48.2%에 그쳤다. 신규 벤처펀드 결성 비율이 50% 밑으로 떨어진 건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신규 벤처펀드를 결성한 VC 수는 투자 호황기였던 2022년 131개를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줄었다. 연도별 신규 벤처펀드 결성 비율도 2020년 52.7%에서 2021년 59.9%로 뛰며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56.7%, 2023년 50.8% 등으로 감소세다.

전체 VC 업체는 증가했지만 실제 펀드 결성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2022년 말부터 시작된 벤처투자 혹한기에 민간 LP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신생 VC들의 벤처펀드 결성이 더욱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신규 결성 벤처펀드의 LP 현황을 들여다보면 민간 출자가 크게 위축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24년 민간 LP 출자액은 8조1324억원으로 전년대비 25.1% 급감했다. 민간 LP 중에서도 큰 손으로 통하는 금융기관(한국산업은행 제외)의 출자 감소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금융기관의 신규 벤처펀드 출자액은 2조8721억원으로 전년 대비 31.9% 줄었다. 일반법인의 출자액도 2조3152억원으로 15% 감소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모태펀드와 성장금융 등 정책금융 기관들의 출자는 늘었지만, 민간 LP가 뒷받침하지 못하면서 신규 벤처펀드를 결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며 "민간 LP들은 대내외 불확실성을 이유로 출자를 크게 줄이면서 매칭 LP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벽 낮추는 정부, 올해는 달라질까


정부는 민간 LP들의 벤처펀드 출자 활성화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우선 금융기관의 벤처펀드 출자 활성화를 위해 은행이 벤처펀드에 출자할 시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를 기존 400%에서 100%로 하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존에는 은행이 벤처펀드에 100억원을 출자한다고 가정하면 RWA 가중치 400%를 적용해 400억원 출자로 인식됐다. 하지만 이 방안이 시행되면 그대로 100억원으로 인식돼 은행 입장에선 자기자본비율(BIS) 관리 부담이 줄어 벤처펀드에 출자할 여유가 생긴다.

스타트업코리아펀드(이하 스코펀) 2호 결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민간 LP와 모태펀드가 각각 3280억원, 2310억원을 출자해 총 8376억원 규모의 스코펀를 처음 결성는데 이는 벤처펀드 출자에 소극적이었던 대기업들의 참여로 이어진 바 있다. 중기부는 잠재적 LP와 직접 접촉하는 등 스코펀 2호 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장에선 올해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배승욱 벤처시장연구원 대표는 "이미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맨 상황이어서 물러설 곳이 없다"며 "민간 출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이 지체 없이 진행돼야 그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중소벤처기업부' 기업 주요 기사

관련기사

이 기사 어땠나요?

이 시각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