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 20년, 기술이전 이제 질적 전환 필요하다" 한목소리

제주=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5.04.16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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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기술이전사업화 컨퍼런스' 전문가 패널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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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제주 메종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25 기술이전·사업화 컨퍼런스' 부대 행사로 '산학협력의 지형도, 변곡점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디자인하다'를 주제로 한 전문가 패널토의가 열렸다/사진=류준영 기자
16일 제주 메종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25 기술이전·사업화 컨퍼런스' 부대 행사로 '산학협력의 지형도, 변곡점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디자인하다'를 주제로 한 전문가 패널토의가 열렸다/사진=류준영 기자

"기술이전 제도의 정착과 양적 성장을 넘어, 이제는 창업과 산업화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질적 전환이 필요하다."

16일 제주 메종글래드호텔에서 열린 '2025 기술이전·사업화 컨퍼런스' 부대행사로 마련된 패널토의에서, 산학협력 전문가들이 모여 기술사업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논의했다. '산학협력의 지형도, 변곡점을 넘어 새로운 미래를 디자인하다'를 주제로 진행된 이번 토의에서는 "기술이전 제도와 조직은 충분히 갖춰졌지만, 이제는 자율과 책무, 민간 협력, 지역 간 연계 등을 통해 '진짜 기술사업화'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이 공감했다.

이날 토의에는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과학기술산업화진흥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한양대 ERICA 캠퍼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 8개 기관의 산학협력 실무자와 정책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토론의 포문을 연 황홍규 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2003년 산학협력단 제도 도입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당시 산자부와 교육부 간 조율을 통해 대학 안에 산학협력단이라는 별도 법인을 제도화함으로써, 대학이 독립적으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하고 회계 처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회고했다. 다만 "산학협력단의 법인격으로 인해 세법상 적용의 불일치 등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방욱 한양대 ERICA 산학협력단장은 "1990년대 초 대학원 시절만 해도 산학협력단이 없었고, 연구비 정산은 매우 비효율적이었다"며 "지금은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한 산학협력단이 연구자 지원, 시설 투자, 인문사회 교수의 연구기반 마련 등 다방면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한양대 ERICA의 '학연산 클러스터' 모델을 소개하며, "이제는 단순한 클러스터를 넘어 지역과의 연계를 강화한 지·산·학 협력모델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권재철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본부장은 "공공기술이전 건당 수익이나 시장 규모만으로 사업화를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경제적 효과는 더디게 나타날 수 있지만, 정책의 효과성은 이미 입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권 본부장은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1970년 230달러에서 작년 3만6000달러까지 증가한 과정에서 특허 출원 건수의 증가 곡선이 GDP 성장 곡선과 거의 일치한다"며 "공공 R&D, 특히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대학의 실험실이 그 기반을 이뤘다"고 말했다. 공공기술의 민간 이전 관련해서는 "민간 TLO(기술이전전담조직)와 공공 TLO의 역할이 시장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며 "기술이전 체계가 시장에 녹아들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제도적 과제는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권 본부장은 "20년 전 논문에서도 이미 지적됐던 TLO 조직의 인력 부족 문제, 예산 한계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수도권 집중 현상은 여전하고, 지역 대학의 유능한 교수진들도 서울로 몰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정책의 방향성·효과성은 분명하니, 이제는 지속적인 재정 투자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홍익인간 정신과 대한민국 헌법 제127조가 말하는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 개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사명을 실현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갈 길은 멀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강병모 산업통상자원R&D전략기획단 MD, 이방욱 한양대 에리카 산학협력단장, 권재철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본부장, 이길우 KISTEP 선임연구위원, 손수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 심경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사진=류준영 기자
(사진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강병모 산업통상자원R&D전략기획단 MD, 이방욱 한양대 에리카 산학협력단장, 권재철 과학기술사업화진흥원 본부장, 이길우 KISTEP 선임연구위원, 손수정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선임연구위원, 심경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사진=류준영 기자

손수정 STEPI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공공기술 사업화는 매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스페셜한 것'을 끝까지 스페셜하게 유지하지 못하는 구조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 선임연구위원은 "국가마다 공공기술에 대한 정의와 사업화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한국은 제도적으로나 정책적으로 꾸준히 노력해왔고, 현장에 계신 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뛰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손 연구위원은 "해외 사례를 보면, '스페셜한 것'을 특별하게 인식하고 대우하며,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이 체계화돼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와 같은 지속성이나 보존 체계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좋은 프로그램이 등장해 주목을 받아도, 시간이 지나면 일반적인 프로그램처럼 취급되고, 이를 이끌던 인재들 역시 시스템 속에서 소모적으로 소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문화와 구조는 공공기술 사업화의 장기적 성장에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그는 "스페셜한 인재와 프로그램은 스페셜한 방식으로 다루고, 그에 걸맞은 제도적 보호와 유지를 할 수 있어야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며 "이 점이야말로 우리가 선진국 사례에서 가장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역설했다.

심경수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는 "한국 기술이전 생태계는 빠른 속도로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지금은 AI 기반 기술마케팅, 자동화된 특허 생성, IP 유동화 등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에 직면해 있다"며 질적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심 교수는 미국 기술이전협회(AUTM)의 동아시아 담당 의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미국의 경우, 전체 4년제 대학 약 2600여개 중 TLO를 갖춘 곳은 약 180개, 즉 5~6%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가 제도 도입 20년 만에 이룬 확산 속도는 세계적으로도 빠른 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글로벌 기술이전 트렌드는 AI 기반의 기술 마케팅, 자동화된 특허 생성, 그리고 IP의 유동화·수익화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AI가 만든 특허가 실제로 등록되는 시대가 도래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병모 산업통상자원R&D전략기획단 MD는 기술이전법 개정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동안 기술이전법에는 창업과 관련된 명확한 정의나 지원 근거가 없어 연구기관들이 자체 규정에 의존해왔다"며 "이번 개정으로 창업의 정의, 연구자의 주식 취득·겸직·휴직 허용, 정부의 공식 지원 근거 등이 마련돼, 연구자들의 심리적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부가 최근 출범시킨 '기술사업화 얼라이언스'에 대해 "생태계 조성, 성과 확산, 글로벌 시장 진출 등 3개 분과를 중심으로 공공과 민간, 중계기관이 협력하는 구조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길우 KISTEP 선임연구위원은 간접비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제기하며, "대학의 자율성과 책무성을 전제로, 간접비를 기술이전이나 창업 투자에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윤주 교육부 사무관은 "산학협력법 개정으로 자회사 의무 지분율 폐지, 외부 중개 허용, 시설 임대 규제 완화 등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며 "이를 통해 대학 기술지주회사의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행사는 한국대학기술이전협회, 한국연구소기술이전협회, 한국기술지주회사협회가 공동 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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