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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개발중인 양자컴퓨터/사진=류준영 기자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우리 정부도 2032년까지 1000 큐비트급 고성능 양자컴을 개발하는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엔 우리가 처한 현실이 그리 녹록지 않다. 양자 기술 선도국들에 비해 국내 기술 수준이 한참 뒤처진 상태여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7월 발표한 '글로벌 기술 수준 지도'에 따르면 양자컴 분야에서 미국의 기술 수준을 100%라고 할 때, 한국은 2.3%에 불과했다. 중국은 35%로 미국에 이어 2위였다. 양자통신 분야는 미국 84.8%, 중국 82.5%, 한국 2.9%, 양자센서 분야는 미국 100%, 중국 40.9%, 한국 2.9% 등 기술격차가 심각할 정도로 벌어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양자산업의 기술패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올해 정부가 수립 예정인 '양자종합계획'을 우리 현실과 산업 특성에 맞춰서 구축할 필요가 있다"면서 "양자 전환을 통해 전문기업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원 SDT 대표(사진 오른쪽) 양자표준기술 전문기업 SDT의 윤지원 대표는 양자산업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명확한 기술개발 로드맵과 관련 벤처·스타트업 지원 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SDT는 양자컴 제조에 필요한 제어장비 등을 개발·관리하는 기업이다. 최근 애니온테크놀로지스와 초전도 양자컴 개발·공급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한편 200억원 규모의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윤 대표는 "양자 분야는 다행히 바이오처럼 규제가 가로막고 있는 건 아니지만 명확한 국가 전략과 관련 벤처·스타트업 육성 전략이 부재한 게 현실"이라며 "국가별 밸류체인이나 역할이 다를 텐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들이 뭔지 고민하고 국가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또 양자 관련 스타트업에 대해선 '방향 설정을 현실성 있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관련 벤처·스타트업들이 많이 생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는 벤처·스타트업들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에서 현실성 있는 사업을 잡아나가는 노력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자 전문인력 양성의 시급성도 지적했다. 윤 대표는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인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해외 인재들과 일하고 있다"며 "당장 우리나라 물리학과 학생들이 지금보다 2~3배 늘어날 수는 없으니 전자·컴퓨터 공학에서 양자 쪽에 관심을 갖고 전문인력을 키워나가면 우리 같은 기업들이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준연 이용호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이 현재 개발 중인 양자컴퓨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표준연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이용호 초전도양자컴퓨팅시스템연구단장은 '양자 전환'을 강조했다. 이용호 단장은 지난해 초 20큐비트(qubit·양자컴퓨터 연산단위) 양자컴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2026년까지 50큐비트 양자컴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단장은 "초전도 양자컴을 예로 들면 핵심부품인 큐비트 소자는 국내에서 개발 중이지만, 극저온 냉동기나 고주파 회로장비, 고주파 소자 및 부품, 초전도 케이블 등 관련 소재·부품·장비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수입에 따른 무역 통제, 도입 시간, 경제적 부담 외에도 한국형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외국 기성품을 사용하므로 장치 구성과 성능 최적화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단장은 "기존 ICT(정보통신기술) 부품을 만드는 국내 업체들이 기존 제품을 양자컴에 맞춰 일부 변경하는 방식의 양자 전환을 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양자 산업화는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기회가 많다"며 "국내외 양자기술 산업체와 협력해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양자 소·부·장 테스트베드 구축 및 표준화, 양자기술 분야 산업체 지원 프로그램 기획 등 산·학·연·관 체계적 협력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희정 파스칼코리아 전무는 해외 양자 전문기업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 등 글로벌 시장을 끊임없이 두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스칼은 2022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알랭 아스페 교수가 창업한 프랑스 양자컴퓨팅 기업이다. 중성원자 기반의 100~200큐비트급 양자컴과 관련 소프트웨어·알고리즘 등을 모두 제공한다.
정 전무는 "국내의 경우 양자 관련 레이저, 광학장비, 전자부품 회사 등이 없어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글로벌 벤더를 확보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등 국제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우선적으로 글로벌 리더들하고 손을 잡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전략적으로 의미 있는 협력없이는 그들(선진국)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