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릭 모렐 ESA(유럽우주국) 전략법무대외협력국장
"국제 협력은 ESA(유럽우주국)의 DNA입니다. 한국과 유럽이 손을 잡는다면 위성항법시스템부터 태양 탐사까지 다양한 우주 분야에서의 투자 대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겁니다."
에릭 모렐 ESA 전략법무대외협력국장이 15일 경남 사천 우주항공청(이하 우주청) 임시청사를 방문해 이같이 말했다. 모렐 국장은 독일, 프랑스 등 유럽 23개국으로 이뤄진 우주개발기구 ESA에서 미래정책 전략 및 국제 협력 분야를 총지휘한다. ESA가 한국을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모렐 국장은 "ESA가 먼저 한국 우주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 이번 만남이 성사됐다"며 "우주청 설립을 계기로 한국의 우주 정책이 전환기를 맞이할 것으로 봤기 때문에 한국 우주청 개청은 유럽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했다. ESA는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밀라노 국제우주대회(IAC)에서 우주청 고위급과 만나 대화의 물꼬를 텄다. 이번 방문은 국제업무협약(MOU)을 공식화하기 전 양국의 희망 협력 분야를 확인하기 위한 사전 간담회의 성격을 띤다.
모렐 국장은 "ESA와 우주청이 서로 희망하는 협력 분야가 일치한다는 걸 확인했다"며 "이르면 6월 이행약정을 완성해 협력을 공식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태양권 라그랑주점 탐사'와 '저궤도 위성을 통한 위성항법시스템 개발'에서 공동 수요를 찾았다. 공식 협약 이후 양국이 협력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는 유력 분야다.
ESA는 2031년 태양권 '제5 라그랑주점(L5 점)'에 탐사선을 보내 태양 활동이 지구 대기권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는 'ESA 비절(Vigil)'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우주청 역시 2035년까지 '제4 라그랑주점(L4 점)'에 태양 활동을 관측하기 위한 탐사선을 세계 최초로 보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라그랑주점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으로, 중력의 영향이 적은 안정적인 환경에서 태양을 관측할 수 있다.
중궤도(고도 약 2만4000㎞) 위성항법시스템 '갈릴레오'에 이어 ESA가 추진 중인 'ESA-LEO-PNT'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한국의 참여를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SA-LEO-PNT는 2027년까지 고도 2000㎞의 저궤도에 위성 군집을 쏘아 올리는 프로젝트다. 신호 강도가 강해 지구와의 통신에 유리한 저궤도 위성과 넓은 범위까지 포괄하는 중궤도·정지궤도 위성의 특성을 합쳐 보다 강력한 전 지구적 위성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한국은 2035년을 목표로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을 구축할 계획이다. 고도 3만6000㎞의 정지궤도에 위성 3기, 고도 3만7000~3만9000㎞인 경사지구동기궤도에 위성 5기를 올리는 게 목표다.
모렐 국장은 "유럽과 한국이 모두 관심을 갖고 있고 개발 계획을 세운 분야에서 협력한다면 각각 투자해 개발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현존하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국제협력의 목표"라고 했다.
그는 "올해 11월 ESA의 주요 프로그램 계획을 결정하는 고위급회담이 열리는 만큼, 한국과의 국제협약이 6월 공식화된다면 11월 회담에서는 양국의 협력 분야를 더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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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사천(경남)=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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