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루키리그 성패, 명확한 평가기준에 달렸다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4.02.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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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VC) 심사역들은 여느 때보다 바쁜 설 연휴를 보냈다. 연휴 직전인 5일 발표된 모태펀드 정시 출자사업 때문이다. 마감시한인 2월20일까지 제안서를 제출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특히, 이번에 완전 개편된 루키리그에 지원하는 신생 VC들은 더욱 분주한 연휴를 보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번 루키리그에 1000억원 이상의 출자 예산을 배정해 총 1667억원 이상의 루키리그 펀드를 결성할 예정이다. 민간 출자시장에서 대형 VC 편중 현상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중기부의 이번 결정은 투자회수 실적이 미진한 신생 VC에게 큰 도움일 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내 벤처투자 시장의 주요 LP(출자자)인 모태펀드가 루키리그 확대에 나서면서 지난해 위축됐던 공제회의 루키리그 출자가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번 루키리그의 가장 큰 특징은 주목적 투자다. 모태펀드가 주목적 투자 대상을 정하는 다른 출자사업과 달리 위탁운용사(GP)가 직접 주목적 투자 대상을 설정해야 한다.

루키리그 공지를 살펴보면 '도전적 투자 대상 및 방식을 운용사가 자율적으로 제시해 약정총액의 60% 이상을 투자'하도록 돼 있다. 도전적 투자 대상으로 리스크가 높지만 성공할 경우 파급효과가 큰 기술을 뜻하는 '터프테크'와 그린테크, 지역투자 등 투자가 미진한 분야를 제시했다.

최근 5년간 모태펀드 출자사업에서 주목적 투자 대상이 아니었던 대상을 주목적으로 제시할 경우 1차 심사에서 가산점을 부여한다. 주목적 투자 대상의 차별화가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중요한 건 기준이다. 현재 도전적 투자 대상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와 투자 대상을 점검할 수 있는 판별표를 GP가 직접 만들어 제안서에 명시해야 한다.

판별표에 대한 평가는 모태펀드 운용사인 한국벤처투자의 출자 심사역이 담당한다. 심사역의 주관이 개입될 수 밖에 없다.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 보니 평가 결과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 있다.

루키리그는 국내 벤처투자 활성화와 다양성 확대를 반드시 필요한 출자사업이다. 중기부의 이번 루키리그 개편 역시 이같은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루키리그가 주요 출자사업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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