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VC)이 놓친 간극을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 메울 수 있다."

마이야 팔머 GCV 수석에디터는 10일 서울시 종로구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2023 글로벌 CVC 컨퍼런스'에 참석해 CVC 역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한국벤처캐피탈(이하 VC협회)이 주관한 이번 컨퍼런스는 국내외 CVC 및 유망 벤처·스타트업 간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고, CVC 투자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

컨퍼런스에는 16개국 CVC 80여개사 및 국내 VC, 대기업 이노베이션팀, 유관기관 관계자 등 16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특별 강연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빅데이터·인공지능(AI) △2차전지·소재 △라이프&컬쳐 등 분야별 워크숍 2개 세션으로 구성됐다.
"지속성장 가능한 CVC…팔로우온·성과보수가 핵심"특별 강연에 나선 팔머 수석에디터는 "여러 외부변수로 VC들의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CVC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CVC가 인내심을 갖고 투자를 이끌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팔머 수석에디터는 "그동안 미국이 CVC 업계를 선도해왔지만, 2020년 글로벌 벤처투자붐이 겹치면서 전 세계 CVC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그 중에서도 아시아 지역의 성장세가 돋보인다"고 말했다. GVC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CVC를 통해 진행된 투자건수는 미국이 323개, 아시아 지역이 200여개로 나타났다. 최근 투자건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팔머 수석에디터는 CVC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생존율이 일반적인 스타트업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팔머 수석에디터는 "피치북 벤처투자 데이터를 살펴보면 2013~2023년 6월까지 최고 1번 이상 CVC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의 생존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2배 가량 높아"며 "투자금을 회수할 때도 CVC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 받았다"고 말했다.

팔머 수석에디터는 CVC 활성화를 위해서는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팔머 수석에디터는 "CVC의 경우 일반적인 VC와 비교해 팔로우온(후속투자)이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는다"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후속투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성공보수도 과제로 제시했다. 팔머 수석에디터는 "CVC 중 VC와 유사한 성과보수 제도를 갖고 있는 곳은 3분의 1 미만"이라며 "성공보수는 CVC의 존속을 좌우하는 큰 요인이다. 적극적인 성공보수 제도로 우수한 인력들이 머무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부는 CVC 열풍…M&A 활성화의 키 될 것이종훈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한국 CVC 동향과 특수성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 대표는 "20대 대기업 중 18개 기업이 내외부에 CVC를 운영하고 있다"며 "최근 2년 동안 국내 CVC 수는 29개에서 36개로 늘었다. 벤처투자 업계에서 CVC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 CVC의 특수성으로 금융그룹들과 스타트업이 CVC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 대표는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는 금융그룹들이 CVC를 운영하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을 통해 혁신 기술을 내재화하고 신사업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며 "△무신사 △더핑크퐁컴퍼니 △루닛 △직방 등 대형 스타트업들이 CVC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들었다. 이 대표는 "2021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일반지주사들의 CVC 보유를 터줬고, 산업부는 CVC 전용 매칭펀드를, 중기부는 글로벌 CVC 컨퍼런스 등 국내외 CVC 네트워크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CVC가 인수합병(M&A) 활성화의 주요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대표는 "CVC 투자와 M&A 간에는 통계적인 연관성이 있다. 2020~2022년 M&A 된 기업 중 절반이 CVC 투자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2021년의 경우 이 수치가 63.5%에 달한다"고 말했다.
빅테크가 장악한 AI…잠재력 있는 니치마켓 주목해야

특별 강연이 끝난 이후에는 진행된 워크숍에서는 국내외 CVC들이 분야별 투자 동향을 설명했다. 빅데이터 및 AI 분야에는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상무, 김진수 KT인베스트먼트 본부장, 마이크 황 램캐피탈 투자매니저, 토드 스타비시 SRI벤처스 매니징 파트너가 참여했다.

김진수 본부장은 "AI 기업을 투자하는데 있어 △기술력 △팀 △산업 인식 △데이터 독자성 등 크게 4개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산업 인식은 해당 산업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데이터 독자성은 자체적으로 데이터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고, 잘 방어할 수 있는지를 뜻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AI 스타트업은 특정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픈AI나 구글 같은 공룡 IT기업들이 이미 대부분의 AI 영역을 커버하고 있다"며 "빅테크는 관심을 갖지 않지만, 성장 잠재력이 있는 니치마켓을 겨냥한 스타트업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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