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글로컬 유니콘 키우자-강원편]
이기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이학종 소풍벤처스 파트너 대담
[편집자주] 지방소멸은 우리나라가 직면한 최대 위기입니다. 산업이 위축되면서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인재가 떠나며 산업이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열쇠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입니다. 이를 위해선 디지털 전환 시대를 이끌어갈 신기술·신산업 분야 창업 활성화가 중요합니다. 이에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는 지역별 미래산업 육성 전략과 창업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이제는 지방시대! 글로컬 유니콘 키우자> 특별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보통 '강원도'라고 하면 높은 산과 푸른 바다 같은 청정지역의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인식의 이면에는 농사나 탄광업, 관광업 정도로 먹고사는 낙후된 지역이란 이미지도 깔려있다.
이는 강원도의 인구감소로 이어지는 큰 요인이 됐다. 좋은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서울로 떠나면서다. 지역 사회의 활력이 저하돼 산업은 전반적으로 위축됐고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현재 강원도는 18개 시군 중 16곳이 소멸위기·관심지역이다.
전국적인 지방소멸 문제와 관련해 국가 차원의 대응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도 자체적인 해결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강남·판교와 비견할 만한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도내 산업을 첨단화하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스타트업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이들에게 있어서 강원도는 더 이상 '감자 캐는 시골'이 아니다. 도가 추진하는 3대 미래산업(반도체·바이오헬스·수소) 육성 등 다양한 창업 진흥 정책과 맞물려 도내 창업자·투자자들의 커뮤니티도 커지면서 '사업하기 좋은 강원도'로 탈바꿈하고 있다.
돈도 모이고 있다. 도내 대표적인 벤처캐피탈(VC) 소풍벤처스는 강원도에서 4개 벤처펀드를 운용한데 이어 최근 140억원 규모의 지역혁신 벤처펀드 운용사도 맡았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는 개인투자조합 결성을 주도하며 초기투자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을 비롯해 다양한 창업생태계 주체들의 노력으로 강원도의 스타트업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아직은 서울과 비교했을 때 인재나 자본, 인프라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서울 못지않은 환경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적지 않다.
어떤 측면에서 강원도가 매력적인 스타트업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지, 강원도의 새로운 도약에 힘을 보태고 있는 창업지원기관(공공)과 투자사(민간) 전문가, 이기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과 이학종 소풍벤처스 파트너를 만나 대담을 나눴다.
-창업 측면에서 강원도가 갖고 있는 강점은
▶이기대(기): 수도권과 굉장히 가깝다. 오해를 하는게 강원도에서 왔다고 하면 멀리서 왔다고들 생각하는데 ITX도 있고 버스도 1시간 조금이면 쉽게 서울과 연결된다. 제2의 수도권이 될 수 있는, 괜찮은 창업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자원이 있다.
▶이학종(학):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역별로 특화해서 밀고 있는 산업군들이 있다. 춘천 바이오, 원주 의료기기, 강릉 수소에너지 등 특화 영역들이 있어서 각 지역별로 의미 있는 사업들이 이뤄지고 있다. 투자 측면에서도 이런 정책과 맞물려서 들어갈 수 있는 부분들을 보고 있다.
-강원도에서 사업할 때 인센티브가 있다면
▶기: 수도권에 있었으면 투자를 받기 어려웠을 팀들도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최근 지역 펀드나 지원 프로그램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정책 지원금은 전통적으로 지역에 많이 간다. 요즘 투자금이 말라붙는 시대인데 투자와 지원금 측면에서 지역이 조금 더 우위에 올라서고 있다.
▶학: 분명히 지원금이나 정책자금은 지역에 있는 팀이 기회를 더 많이 얻는다. 투자자와의 접근성만 높일 수 있다면 더욱 유리해진다. 제조 기반 산업이라면 서울에서는 어렵겠지만 지역으로 내려오면 땅값도 싸고 강원도의 경우 수도권과의 접근성도 좋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수도권과 비교해 힘든 점이 있다면
▶기: 지역 내 커뮤니티가 잘 안돼 있어서 생태계를 연결하는데 힘썼다. 강원혁신센터가 있는 춘천을 중심으로 하는 춘천벤처클럽 등 생태계 관계자들을 연결하는 밋업을 정기적으로 주최하고 있다. 우리도 직접 운용하는 펀드가 있지만 스타트업이 초기를 넘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역은 물론 수도권의 리소스와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학: 서울 같은 경우는 사무실에 앉아 있어도 창업팀들이 찾아온다. 하지만 지역은 팀을 발굴하러 찾아다녀야 한다. 직접 가야하는 곳들이 너무 많다. 지역 팀들은 자본의 접근성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다. 지원금을 받는 방법은 잘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투자자를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산업 측면에서 좀 더 특화했으면 하는 영역은
▶학: 강원도는 산림 바이오나 그린 바이오 등 지역적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아젠다도 좋은 것 같다. 예전에는 산림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가 이슈였다면 지금은 산림을 어떻게 경영하고 자원화할까로 넘어가고 있다. 스마트팜 등 그린 바이오 쪽의 산업이 많이 활성화되면 좋겠다.
▶기: 지금까지 버티컬(특화 영역) 중심으로 왔는데 수평으로 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수평이라는 건 특정 산업군이 아니라 창업 단계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 스타트업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다보니 기업문화 측면에서 내부적으로 신경 쓸 여력이 없었는데 지역 내에서 대기업의 연수원처럼 팀워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긴다면, 다른 지역 창업자들과도 만나서 네트워킹할 수 있게 된다면 강원도에서 창업하는 사례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창업자들이 사무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기: 서울처럼 공유오피스가 구축되어 있지 않고 공공에서 운영하는 공간도 많지 않다. 대학에서 운영하는 공간들은 항상 가득찬 상태다. 창업팀들이 대출을 받아서 별도로 사무공간을 꾸리기는 하는데 공공에서 추가적으로 더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인재 유출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
▶기: 나가는 사람들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런데 학교든 직장이든 우연히 춘천에 왔다가 삶의 질과 정주 여건이 좋은 지역임을 알고 정착한 사람들도 많다. 여기에서 창업하려고 하는데 이걸 받쳐주지 못하는 건 문제다. 이를 해결하는 게 공공과 대학의 역할이다. 지금은 초기 자금과 지원금, 육성 프로그램이 잘 운영되고 있다. 성장 단계에 맞춰서 후속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학: 인재를 붙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입시키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나갔던 사람이 다시 들어올 수도 있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수도 있다. 지역 내에 에너지가 돌려면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교류하고 어떻게 인재를 유입시킬까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하다.
-투자사들도 많이 유입될 필요가 있다
▶학: 처음에 지역에 투자할 때 서울처럼 경쟁적으로 했었다. 하지만 3년여간 투자하면서 깨달은 것은 지역 안에서는 경쟁할 것이 아니라 좋은 팀을 발굴했다면 같이 투자해서 팀을 더욱 빠르게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이었다. 서울은 워낙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에 경쟁이 벌어지지만 지역에서는 외부의 더 큰 자원을 어떻게 끌어들일지에 대해 협업을 할 필요가 있다.
▶기: 사람들은 돈의 흐름을 쫓게 되어 있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를 따질 것 없이 누군가 닭을 사다 놓아야 한다. 그래야 닭이 알을 낳는다. 여기서의 주체는 지방자치단체다. 지자체에서 제대로 된 펀드를 만들어서 그중 70%는 지역에서 투자하라고 한다면, 이 소문을 들은 창업자들은 지역에 와서 투자를 받으려 할 것이다. 이런 인센티브가 계기가 되어 창업팀이 늘어나면 잘 굴러가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지역 내 투자 분위기는 어떤가
▶학: 1년차에는 강원혁신센터와 같은 공공에서 꾸려놓은 팀들을 중심으로 만났다. 덕분에 불모지에서 투자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런 마중물을 누군가가 계속 뿌려줘야 한다. 그래야 그 다음을 만들어갈 수 있다. 소풍벤처스는 시드투자를 주력으로 했는데 더 큰 펀드를 만들어서 프리시리즈A나 시리즈A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기: 초기 단계의 펀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개인출자자(LP)들을 만나고 다녔는데 대부분 웬만한 기업의 대표들이다. 펀드 조성 이전에는 투자 쪽에 대해서 거의 모르는 상태였다. 펀드를 만들고 지역 창업생태계에 대해 관심 갖는 사람들이 늘면서 투자도 점차 활성화하고 있다. 참고로 강원혁신센터는 최근 모태펀드에 지원해 지역 혁신센터들 중에서 처음으로 '지역엔젤투자 재간접펀드' 운용사에 선정되기도 했다. 공공 영역에서의 노력이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스타트업이라서 저평가되는 경우는 없나
▶학: 전체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 자본의 접근성, 자본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데다 강원도 사람들이 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다보니 IR(투자유치를 위한 기업소개)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 성장 단계에서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모든 투자사들한테 저평가되어 있다 보니 후속 연계가 쉽지 않다.
-140억원 규모 지역혁신 벤처펀드의 기대 성과는
▶학: 사실 140억원이 큰 돈은 아니다. 시리즈A 때 100억원 넘는 펀드레이징을 하는 팀들도 있다. 그러면 1~2개팀에 투자하면 끝난다. 지역 안에서 이 마중물 자금을 갖고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지역 펀드라고 해서 성과가 적어도 되는 게 아니다. 열악한 환경 안에서도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한두 곳이라도 스타 기업을 만들어 기업가치를 높이고 외부자금을 끌어들이는 것, 새로운 산업군에서 좋은 팀을 발굴·육성하는 것이 첫 번째다.
-센터 운영에 힘을 더 싣겠다는 부분이 있다면
▶기: 변화의 속도가 늦긴 하지만 다양성으로 강원도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외지인들과 함께 네트워킹도 하고 펀드도 만들면서 잘 섞어야 하겠다. 꼭 외지인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이런 부분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다양성이 모이고 그것을 포용하면서 강원도의 힘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이는 강원도의 인구감소로 이어지는 큰 요인이 됐다. 좋은 일자리를 찾아 청년들이 서울로 떠나면서다. 지역 사회의 활력이 저하돼 산업은 전반적으로 위축됐고 인구가 계속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현재 강원도는 18개 시군 중 16곳이 소멸위기·관심지역이다.
전국적인 지방소멸 문제와 관련해 국가 차원의 대응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도 자체적인 해결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강남·판교와 비견할 만한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도내 산업을 첨단화하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스타트업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이들에게 있어서 강원도는 더 이상 '감자 캐는 시골'이 아니다. 도가 추진하는 3대 미래산업(반도체·바이오헬스·수소) 육성 등 다양한 창업 진흥 정책과 맞물려 도내 창업자·투자자들의 커뮤니티도 커지면서 '사업하기 좋은 강원도'로 탈바꿈하고 있다.
돈도 모이고 있다. 도내 대표적인 벤처캐피탈(VC) 소풍벤처스는 강원도에서 4개 벤처펀드를 운용한데 이어 최근 140억원 규모의 지역혁신 벤처펀드 운용사도 맡았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는 개인투자조합 결성을 주도하며 초기투자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을 비롯해 다양한 창업생태계 주체들의 노력으로 강원도의 스타트업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아직은 서울과 비교했을 때 인재나 자본, 인프라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지만 서울 못지않은 환경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적지 않다.
어떤 측면에서 강원도가 매력적인 스타트업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지, 강원도의 새로운 도약에 힘을 보태고 있는 창업지원기관(공공)과 투자사(민간) 전문가, 이기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과 이학종 소풍벤처스 파트너를 만나 대담을 나눴다.
-창업 측면에서 강원도가 갖고 있는 강점은
▶이기대(기): 수도권과 굉장히 가깝다. 오해를 하는게 강원도에서 왔다고 하면 멀리서 왔다고들 생각하는데 ITX도 있고 버스도 1시간 조금이면 쉽게 서울과 연결된다. 제2의 수도권이 될 수 있는, 괜찮은 창업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자원이 있다.
▶이학종(학):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역별로 특화해서 밀고 있는 산업군들이 있다. 춘천 바이오, 원주 의료기기, 강릉 수소에너지 등 특화 영역들이 있어서 각 지역별로 의미 있는 사업들이 이뤄지고 있다. 투자 측면에서도 이런 정책과 맞물려서 들어갈 수 있는 부분들을 보고 있다.
-강원도에서 사업할 때 인센티브가 있다면
▶기: 수도권에 있었으면 투자를 받기 어려웠을 팀들도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최근 지역 펀드나 지원 프로그램이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정책 지원금은 전통적으로 지역에 많이 간다. 요즘 투자금이 말라붙는 시대인데 투자와 지원금 측면에서 지역이 조금 더 우위에 올라서고 있다.
▶학: 분명히 지원금이나 정책자금은 지역에 있는 팀이 기회를 더 많이 얻는다. 투자자와의 접근성만 높일 수 있다면 더욱 유리해진다. 제조 기반 산업이라면 서울에서는 어렵겠지만 지역으로 내려오면 땅값도 싸고 강원도의 경우 수도권과의 접근성도 좋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수도권과 비교해 힘든 점이 있다면
▶기: 지역 내 커뮤니티가 잘 안돼 있어서 생태계를 연결하는데 힘썼다. 강원혁신센터가 있는 춘천을 중심으로 하는 춘천벤처클럽 등 생태계 관계자들을 연결하는 밋업을 정기적으로 주최하고 있다. 우리도 직접 운용하는 펀드가 있지만 스타트업이 초기를 넘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역은 물론 수도권의 리소스와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학: 서울 같은 경우는 사무실에 앉아 있어도 창업팀들이 찾아온다. 하지만 지역은 팀을 발굴하러 찾아다녀야 한다. 직접 가야하는 곳들이 너무 많다. 지역 팀들은 자본의 접근성에 대한 이해가 높지 않다. 지원금을 받는 방법은 잘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 투자자를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산업 측면에서 좀 더 특화했으면 하는 영역은
▶학: 강원도는 산림 바이오나 그린 바이오 등 지역적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아젠다도 좋은 것 같다. 예전에는 산림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가 이슈였다면 지금은 산림을 어떻게 경영하고 자원화할까로 넘어가고 있다. 스마트팜 등 그린 바이오 쪽의 산업이 많이 활성화되면 좋겠다.
▶기: 지금까지 버티컬(특화 영역) 중심으로 왔는데 수평으로 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 수평이라는 건 특정 산업군이 아니라 창업 단계로 보는 것을 의미한다. 지역 스타트업들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다보니 기업문화 측면에서 내부적으로 신경 쓸 여력이 없었는데 지역 내에서 대기업의 연수원처럼 팀워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긴다면, 다른 지역 창업자들과도 만나서 네트워킹할 수 있게 된다면 강원도에서 창업하는 사례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창업자들이 사무실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기: 서울처럼 공유오피스가 구축되어 있지 않고 공공에서 운영하는 공간도 많지 않다. 대학에서 운영하는 공간들은 항상 가득찬 상태다. 창업팀들이 대출을 받아서 별도로 사무공간을 꾸리기는 하는데 공공에서 추가적으로 더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인재 유출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
▶기: 나가는 사람들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런데 학교든 직장이든 우연히 춘천에 왔다가 삶의 질과 정주 여건이 좋은 지역임을 알고 정착한 사람들도 많다. 여기에서 창업하려고 하는데 이걸 받쳐주지 못하는 건 문제다. 이를 해결하는 게 공공과 대학의 역할이다. 지금은 초기 자금과 지원금, 육성 프로그램이 잘 운영되고 있다. 성장 단계에 맞춰서 후속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학: 인재를 붙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입시키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나갔던 사람이 다시 들어올 수도 있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올 수도 있다. 지역 내에 에너지가 돌려면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교류하고 어떻게 인재를 유입시킬까에 대한 고민이 더욱 필요하다.
-투자사들도 많이 유입될 필요가 있다
▶학: 처음에 지역에 투자할 때 서울처럼 경쟁적으로 했었다. 하지만 3년여간 투자하면서 깨달은 것은 지역 안에서는 경쟁할 것이 아니라 좋은 팀을 발굴했다면 같이 투자해서 팀을 더욱 빠르게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이었다. 서울은 워낙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에 경쟁이 벌어지지만 지역에서는 외부의 더 큰 자원을 어떻게 끌어들일지에 대해 협업을 할 필요가 있다.
▶기: 사람들은 돈의 흐름을 쫓게 되어 있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를 따질 것 없이 누군가 닭을 사다 놓아야 한다. 그래야 닭이 알을 낳는다. 여기서의 주체는 지방자치단체다. 지자체에서 제대로 된 펀드를 만들어서 그중 70%는 지역에서 투자하라고 한다면, 이 소문을 들은 창업자들은 지역에 와서 투자를 받으려 할 것이다. 이런 인센티브가 계기가 되어 창업팀이 늘어나면 잘 굴러가는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지역 내 투자 분위기는 어떤가
▶학: 1년차에는 강원혁신센터와 같은 공공에서 꾸려놓은 팀들을 중심으로 만났다. 덕분에 불모지에서 투자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런 마중물을 누군가가 계속 뿌려줘야 한다. 그래야 그 다음을 만들어갈 수 있다. 소풍벤처스는 시드투자를 주력으로 했는데 더 큰 펀드를 만들어서 프리시리즈A나 시리즈A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기: 초기 단계의 펀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개인출자자(LP)들을 만나고 다녔는데 대부분 웬만한 기업의 대표들이다. 펀드 조성 이전에는 투자 쪽에 대해서 거의 모르는 상태였다. 펀드를 만들고 지역 창업생태계에 대해 관심 갖는 사람들이 늘면서 투자도 점차 활성화하고 있다. 참고로 강원혁신센터는 최근 모태펀드에 지원해 지역 혁신센터들 중에서 처음으로 '지역엔젤투자 재간접펀드' 운용사에 선정되기도 했다. 공공 영역에서의 노력이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스타트업이라서 저평가되는 경우는 없나
▶학: 전체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다. 자본의 접근성, 자본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데다 강원도 사람들이 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하다보니 IR(투자유치를 위한 기업소개)에서 부족한 점이 있다. 성장 단계에서 기업가치를 높여야 하는데 모든 투자사들한테 저평가되어 있다 보니 후속 연계가 쉽지 않다.
-140억원 규모 지역혁신 벤처펀드의 기대 성과는
▶학: 사실 140억원이 큰 돈은 아니다. 시리즈A 때 100억원 넘는 펀드레이징을 하는 팀들도 있다. 그러면 1~2개팀에 투자하면 끝난다. 지역 안에서 이 마중물 자금을 갖고 어떻게 할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지역 펀드라고 해서 성과가 적어도 되는 게 아니다. 열악한 환경 안에서도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한두 곳이라도 스타 기업을 만들어 기업가치를 높이고 외부자금을 끌어들이는 것, 새로운 산업군에서 좋은 팀을 발굴·육성하는 것이 첫 번째다.
-센터 운영에 힘을 더 싣겠다는 부분이 있다면
▶기: 변화의 속도가 늦긴 하지만 다양성으로 강원도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외지인들과 함께 네트워킹도 하고 펀드도 만들면서 잘 섞어야 하겠다. 꼭 외지인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이런 부분들이 지역발전을 위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다양성이 모이고 그것을 포용하면서 강원도의 힘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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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최태범 기자 bum_t@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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