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글로컬 유니콘 키우자-부산편]
창업기지 부산워케이션센터·부산대기술지주 르포
[편집자주] 지방소멸은 우리나라가 직면한 최대 위기입니다. 산업이 위축되면서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인재가 떠나며 산업이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열쇠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입니다. 이를 위해선 디지털 전환 시대를 이끌어갈 신기술·신산업 분야 창업 활성화가 중요합니다. 이에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는 지역별 미래산업 육성 전략과 창업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이제는 지방시대! 글로컬 유니콘 키우자> 특별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뿌웅, 뿌웅" 건물 밖에선 출항을 알리는 뱃고동 소리가 종종 들려온다. 복도 곳곳엔 '워케이션 참가자 네트워킹' 등 교류 행사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부산역에서 30분 가량 차로 달려 도착한 '부산 위성 워케이션센터'. 이곳 인근엔 크고 작은 어선들과 대형 크레인을 실은 운반선, 소형 크루즈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근처 오래된 수산물 유통 창고, 선박 관련 부품 제조 공장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얼핏 보기엔 평범한 부두 동네지만 이곳은 최근 부산의 '워케이션 메카'로 떠오르는 영도구다.
부산 지역 워케이션센터를 종합적으로 관리·운영 중인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송용준 센터장은 "부산엔 공단이 많아 여기서 떠올린 아이디어나 계획한 BM(비즈니스모델)이 실제로 작동 가능한지를 바로 테스트해 볼 수 있다"며 타지역 워케이션과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최근엔 한국관광공사, 부산시와 함께 일본인 워케이션 관광객 유치의 일환으로 일본 기업 관계자들을 부산으로 초청, 워케이션 모니터 투어를 실시하기로 했다. 센터 관계자는 "국내 기업과 일본 기업과의 만남 자리도 주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션테크(해양기술) 스타트업의 성지로 영도가 새롭게 떠오른다. 이곳 일대는 조선·해양 분야에 특화된 다양한 중소형 민간기업이 상주하고 있는데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대학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같이 지역 뿌리산업과 연계된 연구 및 지원기관들이 많아 해양수산 창업에 최적화된 입지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박용 공기살균·정화시스템'을 만드는 엔팩에스앤지(ENFAC S&G) 김명수 대표는 공장 임대료가 싸고 제품 금형 제작에 특화된 기업이 많다는 이유로 2020년 10월, 한국해양대 산학허브관에 자리를 잡았다. 김 대표는 "선박은 외부 공기의 환기가 어려워 적절한 환기 혹은 제거과정이 없을 경우 오염물질이 빠르게 선내로 확산된다"며 "선내 코로나 집단감염 사례가 속출한 후 우리 시스템을 알아보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엔팩에스앤지는 이곳에 있는 동안 △해양벤처진흥센터 입주기업 지원 프로그램 △지역혁신기업 성장지원 사업 △해양수산 사업화 컨설팅 지원사업 △조선·해양 스타트업 상생 플랫폼 지원사업 등의 혜택을 받았다. 덕분에 회사 매출은 2018년 5억3000만원에서 지난해 6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김선우 중소·벤처기술혁신정책연구센터장은 이에 대해 "부산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산 자체 펀드나 보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성공적인 창업이 가능한 '지역 내 완결형 창업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기술보증기금, 한국거래소, BNK벤처투자, KDB산업은행 동남권투자금융센터 등 금융기관 중심의 투자환경이 잘 갖춰진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으로 부산 소재 액셀러레이터(AC) 24곳, 부산에 본사를 둔 벤처캐피탈(VC) 11곳, 지사를 둔 VC 14곳이 활동 중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국립대가 분포한 지역이란 특성에 맞게 '대학 실험실 IP(지식재산권) 창업'도 많은 편이다. 부산대학교 기술지주의 경우 자회사가 36개사에 달한다. 올해 엑시트(투자회수)를 통한 수익금은 누적 기준 80억원을 넘어섰다. 또 2019년 12월 준공한 창업자 지원 전용공간인 PNU AVEC(피앤유에이벡)은 부산대가 보유한 IP를 이전·사업화해 거둔 수익금 약 35억원을 재투자해 세웠다.
부산대 기술지주 자회사인 △타우피엔유메디칼(10호, 삼첨판막 역류증 치료기기) △에스엔비아(17호, 마이크로니들, 의료용 접착제) △피알지에스앤텍(21호, 희귀질환 치료제) 등은 조만간 IPO(기업공개)를 추진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보니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는 이른바 ′'탈부산' 상황이 심각하다. 최근 10년 간 부산의 15세 ~ 39세 인구수를 보면 2008년 134만명에서 지난해 106만명으로 10년 만에 20.6% 줄었다.서울, 인천 등 전국 7대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은 감소율이다. 청년 유출 원인으로 '직업으로 인한 이동'이 63.9%로 가장 많았다.
부산대 기술지주 김성근 실장은 "우리 자회사들은 의료기기, 신약, 화장품, 드론(무인기), 콘텐츠 등 다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됐다"며 "선박이나 신발을 만드는 3D 작업보단 젊은이들의 눈높이와 기대에 맞는 다양한 일자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 지역 인재 유출을 막고, 지역경제 성장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도 '지역 정착형' 창업 인프라·투자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테면 북항에 '그린스타트업타운'을 조성하고, 부산 서비스융복합연구센터, 글로벌창업이민센터 등을 새롭게 설립·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말까지 1400억원 규모의 '부산 지역뉴딜 벤처펀드'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효율적인 기술창업 정책을 이끌 '부산창업청' 설립은 현재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부산창업청 설립을 위해 시 내부와 부산 창업 관련 기관에서 인원을 차출해 만든 '부산창업청 설립 추진단'이 지난달 31일 파견 기간 종료로 해체됐다. 이들은 애초 부산산업과학혁신원(BISTEP)에 해당 기능을 통합하려 했지만 강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부산창업청 신설로 가닥을 잡았다. 이 경우 부산창업청 설립 계획 수립, 타당성 검토까지 2년 가까이 걸릴 전망이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기반 AC인 시리즈벤처스 박준상 대표는 "다양한 창업 지원기관과 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상황에서 부산창업청 설립 연기는 아쉬운 부분"이라며 " 각 기관에 흩어진 기능을 한데 모아 창업기업 단계별 육성, 투자 연계 등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이 빠른 시일내에 나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부산역에서 30분 가량 차로 달려 도착한 '부산 위성 워케이션센터'. 이곳 인근엔 크고 작은 어선들과 대형 크레인을 실은 운반선, 소형 크루즈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고, 근처 오래된 수산물 유통 창고, 선박 관련 부품 제조 공장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얼핏 보기엔 평범한 부두 동네지만 이곳은 최근 부산의 '워케이션 메카'로 떠오르는 영도구다.
부산 지역 워케이션센터를 종합적으로 관리·운영 중인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송용준 센터장은 "부산엔 공단이 많아 여기서 떠올린 아이디어나 계획한 BM(비즈니스모델)이 실제로 작동 가능한지를 바로 테스트해 볼 수 있다"며 타지역 워케이션과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최근엔 한국관광공사, 부산시와 함께 일본인 워케이션 관광객 유치의 일환으로 일본 기업 관계자들을 부산으로 초청, 워케이션 모니터 투어를 실시하기로 했다. 센터 관계자는 "국내 기업과 일본 기업과의 만남 자리도 주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션테크(해양기술) 스타트업의 성지로 영도가 새롭게 떠오른다. 이곳 일대는 조선·해양 분야에 특화된 다양한 중소형 민간기업이 상주하고 있는데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대학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해양진흥공사와 같이 지역 뿌리산업과 연계된 연구 및 지원기관들이 많아 해양수산 창업에 최적화된 입지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선박용 공기살균·정화시스템'을 만드는 엔팩에스앤지(ENFAC S&G) 김명수 대표는 공장 임대료가 싸고 제품 금형 제작에 특화된 기업이 많다는 이유로 2020년 10월, 한국해양대 산학허브관에 자리를 잡았다. 김 대표는 "선박은 외부 공기의 환기가 어려워 적절한 환기 혹은 제거과정이 없을 경우 오염물질이 빠르게 선내로 확산된다"며 "선내 코로나 집단감염 사례가 속출한 후 우리 시스템을 알아보는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엔팩에스앤지는 이곳에 있는 동안 △해양벤처진흥센터 입주기업 지원 프로그램 △지역혁신기업 성장지원 사업 △해양수산 사업화 컨설팅 지원사업 △조선·해양 스타트업 상생 플랫폼 지원사업 등의 혜택을 받았다. 덕분에 회사 매출은 2018년 5억3000만원에서 지난해 6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김선우 중소·벤처기술혁신정책연구센터장은 이에 대해 "부산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산 자체 펀드나 보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성공적인 창업이 가능한 '지역 내 완결형 창업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기술보증기금, 한국거래소, BNK벤처투자, KDB산업은행 동남권투자금융센터 등 금융기관 중심의 투자환경이 잘 갖춰진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으로 부산 소재 액셀러레이터(AC) 24곳, 부산에 본사를 둔 벤처캐피탈(VC) 11곳, 지사를 둔 VC 14곳이 활동 중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국립대가 분포한 지역이란 특성에 맞게 '대학 실험실 IP(지식재산권) 창업'도 많은 편이다. 부산대학교 기술지주의 경우 자회사가 36개사에 달한다. 올해 엑시트(투자회수)를 통한 수익금은 누적 기준 80억원을 넘어섰다. 또 2019년 12월 준공한 창업자 지원 전용공간인 PNU AVEC(피앤유에이벡)은 부산대가 보유한 IP를 이전·사업화해 거둔 수익금 약 35억원을 재투자해 세웠다.
부산대 기술지주 자회사인 △타우피엔유메디칼(10호, 삼첨판막 역류증 치료기기) △에스엔비아(17호, 마이크로니들, 의료용 접착제) △피알지에스앤텍(21호, 희귀질환 치료제) 등은 조만간 IPO(기업공개)를 추진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역에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보니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는 이른바 ′'탈부산' 상황이 심각하다. 최근 10년 간 부산의 15세 ~ 39세 인구수를 보면 2008년 134만명에서 지난해 106만명으로 10년 만에 20.6% 줄었다.서울, 인천 등 전국 7대 특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은 감소율이다. 청년 유출 원인으로 '직업으로 인한 이동'이 63.9%로 가장 많았다.
부산대 기술지주 김성근 실장은 "우리 자회사들은 의료기기, 신약, 화장품, 드론(무인기), 콘텐츠 등 다양한 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됐다"며 "선박이나 신발을 만드는 3D 작업보단 젊은이들의 눈높이와 기대에 맞는 다양한 일자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해 지역 인재 유출을 막고, 지역경제 성장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도 '지역 정착형' 창업 인프라·투자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테면 북항에 '그린스타트업타운'을 조성하고, 부산 서비스융복합연구센터, 글로벌창업이민센터 등을 새롭게 설립·운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올해말까지 1400억원 규모의 '부산 지역뉴딜 벤처펀드'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효율적인 기술창업 정책을 이끌 '부산창업청' 설립은 현재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부산창업청 설립을 위해 시 내부와 부산 창업 관련 기관에서 인원을 차출해 만든 '부산창업청 설립 추진단'이 지난달 31일 파견 기간 종료로 해체됐다. 이들은 애초 부산산업과학혁신원(BISTEP)에 해당 기능을 통합하려 했지만 강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부산창업청 신설로 가닥을 잡았다. 이 경우 부산창업청 설립 계획 수립, 타당성 검토까지 2년 가까이 걸릴 전망이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기반 AC인 시리즈벤처스 박준상 대표는 "다양한 창업 지원기관과 시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상황에서 부산창업청 설립 연기는 아쉬운 부분"이라며 " 각 기관에 흩어진 기능을 한데 모아 창업기업 단계별 육성, 투자 연계 등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기관이 빠른 시일내에 나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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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류준영 차장 joon@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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