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도 못 만들고 문 닫을판"…투자혹한기 VC 재무구조 '빨간불'

남미래 기자 기사 입력 2023.09.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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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시장 위축으로 벤처펀드 결성이 어려워지면서 재무건정성에 빨간불이 켜진 벤처캐피탈(VC, 창업투자회사 기준)가 늘고 있다. 이렇다 할 벤처펀드 결성 및 운용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자본금만 까먹는 VC가 속속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일부는 자본잠식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라이선스를 반납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자본잠식'을 사유로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VC는 7곳으로, 2020년 이래 최대다. 지난달에만 티움투자파트너즈, 지티오인베스트먼트, 엔벤처스, 와디즈파트너스 등 4곳이 자본잠식으로 중기부로부터 경영개선 요구를 받았다.

창투사는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 제41조1항에 따라 경영 건전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경영 건전성 기준은 벤처투자법 시행령 제29조에서 '자본잠식률 50% 미만'으로 설정했다. 중기부는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창투사에 △자본금 증액 △이익 배당 제한 등 경영개선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이들은 3개월 내 자본잠식률을 50% 미만으로 끌어내려야 한다. 이 기간동안 경영 건전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최대 6개월의 2차 시정명령을 받는다.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라이센스를 반납해야 한다.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기관투자자(LP)가 벤처펀드에 출자하는 자금을 줄이면서 VC들도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 벤처펀드 결성규모는 4조5917억원을 전년 동기대비 47% 줄었다. 특히 큰손으로 불리는 연금·공제회의 벤처펀드 출자액은 전년보다 77.6% 줄은 1076억원에 그쳤다. 올해 자본잠식으로 시정명령을 받은 VC 7곳 중 4곳이 설립 이후 펀드를 결성하지 못하고 있다.

한 VC 대표는 "요즘엔 모태펀드 등 앵커 출자자를 확보해도 민간에서 자금 매칭이 쉽지 않다"며 "VC의 주요 수익원인 펀드 관리보수를 받지 못해 자본금만 깎아 먹다 문 닫는 곳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줄이 마르자 VC 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투자 네트워크가 잘 형성된 대형 VC나 트렉레코드(운용 성과)가 좋은 일부 VC에만 자금이 쏠릴 수밖에 없어서다.

또 다른 VC 대표는 "일부 VC는 펀드 한 개도 결성해보지 못하고 문을 닫을 수 있다"며 "업력이 오래된 VC는 침체기와 호황기를 여러번 겪으며 현 상황을 대처할 수 있겠지만 과열된 시장에 진입한 VC는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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