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생존 위기감 커지는 스타트업 생태계

최태범 기자 기사 입력 2023.01.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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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 경제 위기를 돌파하고 성장을 책임질 두 가지 트랙으로 '스타트업 코리아'와 수출 증진의 기치를 내세웠다.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이루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대해 스타트업 업계에선 환영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그 의지가 정책적으로 추진되는 속도는 좀 더 빨라야 한다.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꼬꾸라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돈맥경화로 인해 '간판급'으로 불리던 스타트업들도 위기다. 물류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으로 커가던 메쉬코리아는 대출금을 갚지 못해 회생절차를 밟고 있고, 다중채널네트워크(MCN) 업계 1위 샌드박스네트워크는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75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오늘회는 서비스가 중단돼 전 직원에 권고사직을 했으며, 올해 상장 예정이었던 컬리는 기업가치가 4조원에서 8000억원까지 떨어지자 결국 기업공개(IPO)를 포기했다.

특히 이번 위기는 스타트업들만 겪고 있는 것이 아니다. 벤처캐피탈(VC) 업계도 휘청이고 있어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에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유동성이 풍부했던 시기 우후죽순 생겨난 VC는 300곳을 돌파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기준 317곳의 VC 중 45곳(14.2%)은 투자 실적이 전무했다.

출자자(LP)로부터 돈을 끌어오기도 어려워졌다. 관리보수를 받지 못해 자본금만 소진하다 결국 문을 닫는 VC도 생기고 있다. 지난해 라이선스를 반납한 VC가 8곳에 달한다.

투자 빙하기가 장기화하고 있어 개점휴업 또는 폐업하는 VC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더군다나 정부가 출자하는 모태펀드 예산마저 올해 3135억원으로 전년대비 40% 줄면서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된 상황이다.

혹자는 '옥석 가리기'의 시기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은 옥석 가리기를 넘어 생존의 문제가 심각하다. 보석이 될지 돌멩이가 될지 모를 원석 자체가 발굴되지 못한 채 사라질 위기다.

정부가 스타트업 코리아를 외쳤지만 현실은 여전히 투자받기 힘들고 시장은 가혹하다. 정부는 민간 투자가 더 활성화될 때까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재원을 늘리고, 생태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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