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스타트업하기 좋은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기사 입력 2024.06.2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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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대표 /사진=남미래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 대표 /사진=남미래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은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스타트업하기 좋은 도시다. 부동산을 비롯해 생활비가 많이 드는 것으로 악명높은 실리콘밸리에 비해 낮은 물가에 소득세가 없고 젊고 뛰어난 인재가 넘쳐난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테슬라, 오라클 등이 본사를 이전하고 애플, 아마존, 구글, 삼성 등 글로벌 IT기업이 몰려들어 이제는 '실리콘힐스'로 불린다. 스타트업엔 최적의 조건이다.

이외에도 자연재해가 적다, 미국 동부와 중부의 중간이라 시차문제에서 자유롭다 등 오스틴의 장점은 많지만 사실 오스틴이 스타트업 도시로 떠오른 데는 몇십 년 동안 꾸준히 청년들이 살고 싶은 도시였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고 본다. 오스틴은 1987년부터 열린 축제 'SXSW'(South by Southwest)가 열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음악축제로 출발한 이 행사는 영화, 미디어, 게임, IT, 스타트업을 포괄하는 행사로 성장해 세계에서 가장 감각 있는 테크·스타트업 행사로 자리잡았다. 오스틴의 이런 문화적 배경은 미국 전체의 '힙'하고 능력 있는 청년들을 끌어들였고 실리콘밸리의 강력한 대안이 된 것이다.

미국 콜로라도주 볼더를 보면 물리적인 인프라보다 사람, 커뮤니티와 네트워킹 같은 무형적 요소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볼더는 미국에서 좋은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는 도시로 유명하다. 인구 10만명 정도에 산업기반이 없는 소도시지만 볼더대학 출신들이 테크스타라는 액셀러레이터와 먼저 베푸는(Give First) 문화를 가진 스타트업 커뮤니티를 만들어 역량 있는 스타트업을 끊임없이 배출한다.

북유럽 최대 스타트업 행사인 '슬러시'(SLUSH)가 열리는 핀란드 헬싱키 역시 청년들의 자발적인 열정이 스타트업하기 좋은 도시를 만든 사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영국 금융가의 붕괴와 대표기업 노키아의 몰락으로 취업 길이 막힌 대학생들이 스스로 창업가정신을 발휘해 커뮤니티를 만들고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과 스타트업 축제 등을 키워왔다. 헬싱키가 스타트업 도시가 된 데는 청년들의 자발적 열정이 결정적이었고 '슬러시'는 아직도 대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행사를 운영한다.

이 '슬러시'의 글로벌 버전 중 하나인 '부산 슬러시드'(BUSAN Slush'D)가 25일 개최됐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인 이 행사는 핀란드 '슬러시'와 연계해 세계의 다양한 도시에 스타트업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개최한다. 국내에도 다양한 스타트업 행사가 많지만 '부산 슬러시드'가 가진 특별한 의미는 순수 민간 행사라는 점, 수도권이 아닌 곳에서 열리는 글로벌 행사라는 점, 무엇보다 지역 스타트업 창업가들의 자발적 참여와 열정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서울은 이미 세계에서 스타트업하기 좋은 최상위 10위권 도시로 자리잡았지만 부산만 하더라도 그 격차가 매우 큰 상황이다. 여러 가지 인프라는 물론 투자자, 지원기관 등 생태계 역량이 뒤처지지만 스타트업 커뮤니티만은 다른 지역에 비해 매우 끈끈하고 독특하게 성장한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가장 큰 지역 커뮤니티인 동남권협의회에는 300명 넘는 부산·울산·경남 창업가가 모여 함께 성장을 도모한다. 서울에 비해 열악한 상황이 오히려 지역 스타트업들이 서로 도와야 한다는 연대의식으로 발전했고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글로벌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갖게 됐다. 부산의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들이 전 세계 도시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행사의 주제이기도 했다.

이런 지역 창업가들의 노력이 지역의 문화와 커뮤니티로 뿌리내려 점점 더 좋은 스타트업이 많이 등장한다면 부산이 스타트업하기 좋은 도시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지역 창업가들의 노력과 그들의 축제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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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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