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창업자의 자기애와 자기혐오 사이에서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기사 입력 2024.05.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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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칼럼]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사진=머니투데이 DB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사진=머니투데이 DB
지난 주말 동안 '자기혐오와 자존감'이라는 두 단어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TV시리즈 베이비 레인디어(Baby Reindeer)를 정주행한 탓이다. 이 작품은 영국의 작가이자 배우인 리처드 개드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주인공으로 나서 제작한 모노드라마다.

이야기는 남성 주인공이 한 여성에게 베푼 호의가 집착적인 관심과 스토킹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스토킹이라는 범죄를 다루면서 작품 전반에 걸쳐 심리적·정서적 고통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되며, 사회적·법적 시스템의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듯 보인다. 하지만 결말에 이르러 비로소 이 작품이 자기혐오와 같은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과 낮은 자존감이 만들어내는 취약성 등 인간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주요 주제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작품이 특히 와닿은 이유는 2022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급격한 금리 인상과 경기 위축으로 인해 위축된 창업자를 많이 만났기 때문이다. 창업자나 혁신가와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자기혐오와 자존감'은 실제로 창업 과정에서 자주 부딪치는 정서적 도전과 맞닿아 있다. 창업은 불확실성이 가득한 길로, 이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와 역량을 의심하기 쉽다. 의심은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져 올바른 판단과 실행을 저해한다. 낮은 퍼포먼스는 다시 자기혐오라는 나쁜 순환에 빠지기 쉽다.

창업은 자기애 없이는 시작할 수 없다는 점이 흥미롭다. 자기애와 자신감에서 출발해 비전을 현실로 만들려는 도전은 창업 초기에 필수적이지만, 반복되는 실패와 거부는 자기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 심리적 롤러코스터는 창업자로 하여금 자신의 정체성과 가치를 재평가하도록 강요한다. 자기애로 돌아가야 하는 숙명은 창업자가 자신을 재정립하고, 부정적인 자기 인식을 긍정적인 자기 수용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요구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신뢰하고 한계를 인정하며, 강점을 활용해 전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창업자는 자신만의 리더십 스타일을 개발하고 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있다. 베이비 레인디어에서 볼 수 있는 심리적 주제는 창업자에게 자신의 내면과 감정을 이해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탐색할 기회를 제공한다. 주인공은 자기혐오와 낮은 자존감이 성공에 대한 열망과 결합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 스토킹 사건을 통해 고통스럽게 깨달았다.

하지만 창업자는 자신의 감정과 정서적 반응을 평소에 관리함으로써 불확실한 창업 환경에서도 더욱 강하고 효과적인 리더가 될 수 있다. 실패와 거절을 성장과 학습의 기회로 보는 태도는 필수적이다. 성공에 대한 강한 열망도 잘 관리해야 한다. 성공은 창업가를 추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너무 강한 열망은 과도한 압력이 되고, 이는 소진과 스트레스로 이어질 수 있다. 성공을 향한 길에서 균형을 잡아 실현 가능하고 측정 가능한 단계적 목표를 설정해 작은 성공들을 축하하면서 자신감을 쌓아가는 것이 좋다.

결국 창업자가 겪는 정서적 도전은 비단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창업 생태계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다. 창업자 스스로 심리적 롤러코스터를 헤쳐 나가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관리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동시에 자기애와 자기혐오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며, 각자의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을 나누고 지원하는 호의로 가득 찬 창업 커뮤니티의 역할 또한 절대적이다.

시기가 엄혹할수록 균형을 잃는 창업자는 늘어날 테고 시대가 남기는 깊은 흉터를 간직한 창업자가 늘어날수록 미래를 앞당기는 혁신은 늦어질 것이다. 베이비 레인디어가 보여주는 인간 심리의 어두운 측면들은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을 조명하며, 창업자들이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이번 주말 베이비 레인디어 시청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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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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