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관료주의에 갇힌 혁신

임상연 미래산업부장 기사 입력 2023.06.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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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 기반 호출서비스 '타다'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2019년 2월, 서울개인택시조합의 고발을 시작으로 택시업계의 대규모 집회와 택시기사 분신 사망,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일명 타다금지법) 발의, 이재웅·박재욱 대표 각각 징역 1년 구형 등 험로를 지나 서울중앙지법의 무죄판결을 받으며 회생하는 듯 했지만, 수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며 사실상 입법부의 '사형선고'를 받게 됐다.타다금지법 수정안은 타다의 운행 방식인 렌터카 기반의 사업 모델을 허용하는 대신 일정액의 기여금을 내야 택시 총량 내에서 플랫폼운송면허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11인승 이상 15인승 승합차'를 통한 영업을 '대여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반납 장소를 공항이나 항만'으로 제한하는 핵심내용은 유지됐다.타다측은 결국 베이직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고, 국회 본회의 표결만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렌터카 기반 호출서비스 '타다'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 2019년 2월, 서울개인택시조합의 고발을 시작으로 택시업계의 대규모 집회와 택시기사 분신 사망,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일명 타다금지법) 발의, 이재웅·박재욱 대표 각각 징역 1년 구형 등 험로를 지나 서울중앙지법의 무죄판결을 받으며 회생하는 듯 했지만, 수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하며 사실상 입법부의 '사형선고'를 받게 됐다.타다금지법 수정안은 타다의 운행 방식인 렌터카 기반의 사업 모델을 허용하는 대신 일정액의 기여금을 내야 택시 총량 내에서 플랫폼운송면허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11인승 이상 15인승 승합차'를 통한 영업을 '대여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반납 장소를 공항이나 항만'으로 제한하는 핵심내용은 유지됐다.타다측은 결국 베이직 서비스 중단을 발표했고, 국회 본회의 표결만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가 2년 연속 뒷걸음질했다. 지난해 평가에서 네 계단 하락한 데 이어 올해 또 한 계단 내려앉으며 64개국 중 28위에 머물렀다.

올해는 특히 에너지가격 급등 등 글로벌 복합위기가 겹치면서 국가간 희비가 엇갈렸다. 독일은 15위에서 22위로, 영국은 23위에서 29위로, 프랑스는 28위에서 33위로 국가경쟁력 순위가 크게 떨어진 반면 카타르(18위→12위) 사우디아라비아(24위→17위) 바레인(30위→25위) 말레이시아(32위→27위) 등 에너지 수출국들의 순위는 크게 상승했다.

기업하기 얼마나 좋은 환경인가를 주로 따지는 IMD의 국가경쟁력 평가는 △경제성과 △정부효율성 △기업효율성 △인프라 4개 분야 20개 부문을 평가해 국가별 순위를 매긴다. 분야별로 보면 올해 한국은 경제성과에서 14위로 8계단 올라섰다. 역대 최고순위다.

기업효율성(33위)과 인프라(16위) 순위는 지난해와 같았다. 그런데도 종합순위가 떨어진 것은 정부효율성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36위에서 올해 38위로 떨어지면서 종합순위를 끌어내렸다.

정부효율성의 5개 평가부문을 살펴보면 사회여건(35위-33위)과 조세정책(26위)은 지난해와 같거나 개선됐지만 나머지는 모두 순위가 하락했다. 특히 재정이 32위에서 40위로 순위가 크게 하락했고 기업여건은 48위에서 53위로 떨어져 낙제점을 받았다.

정부효율성에 해당하는 세부 평가항목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관료주의'다. 이 항목의 순위는 지난해 57위에서 올해 최하위권인 60위로 추락했다. IMD 평가방식의 적정성 논란도 있지만 매년 바닥을 기는 평가가 이어진다는 점은 심각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다.

전문가들은 기업여건, 재정악화 등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 다른 요인들도 그 근저엔 관료주의가 있다고 꼬집는다. 공직사회의 무사안일, 복지부동 등 뿌리 깊은 병폐가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디지털전환, AI(인공지능) 혁신 등 대변혁 시기에도 관료주의 병폐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도 정치권, 기득권과 결탁해 혁신을 가로막고 창업가를 범죄자로 내모는 사례들이 버젓이 일어난다.

최근 대법원에서 4년여 만에 최종 무죄판결을 받은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가 대표적이다. 애초 타다 사태가 발생한 것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식의 행정처리를 한 정부의 탓이 크다. 총선을 앞두고 표 계산에 급급한 정치권에 장단을 맞추면서 타다는 불법이 됐고 이재웅 전 대표 등 경영진은 범죄자로 내몰렸다.

'제2타다 사태'로 불리는 비대면 진료도 마찬가지다. 지난 3년간 전국민을 대상으로 비대면진료 실증을 하고 정부 스스로 그 효과를 인정했음에도 관련 스타트업들을 사지로 내모는 반쪽짜리 시범사업을 추진한 것은 '골치 아픈 일은 미루고 보자'는 식의 전형적인 관료주의적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관료주의에 갇힌 혁신은 이뿐만이 아니다. 법률플랫폼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9년째 변호사단체와 갈등을 빚지만 정부는 로톡이 합법이라고 말할 뿐 로톡 변호사 징계 등에 대한 추가조치는 내놓지 않고 있다.

이외에 세무, 부동산, 뷰티, 헬스케어 등 다른 분야 스타트업들도 관련 전문직 단체들과 갈등을 빚거나 규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지만 공직사회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후속조치나 규제개선에 미온적인 모습이 여전하다.

공직사회의 관료주의 타파 없이는 국가경쟁력 강화도, 혁신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 대변혁의 시기, 글로벌 혁신을 이끌고 초격차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 지금 정부가 챙겨야 할 것은 다름 아닌 내부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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