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벤처·스타트업 생태계에는 거대한 자본과 영향력을 가진 '빅플레이어'들이 존재한다. 바로 출자자(LP)다. 화려한 조명을 받는 창업자나 VC보다 주목받진 않지만, LP의 출자 전략과 규모에 따라 벤처 생태계의 미래가 결정된다. 글로벌 혁신경쟁 시대 빅리그의 주역들을 만나본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인태 IBK기업은행 혁신금융그룹장 /사진=김창현 기자 chmt@"수동적인 참여자의 역할로는 한계가 있다.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위축된 모험자본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위해 공모 출자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IBK기업은행 김인태 혁신금융그룹장(부행장)은 공모 출자사업을 진행하게 된 배경을 이같이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IBK기업은행은 2000억원을 출자해 5000억원 규모의 자펀드를 조성하는 'IBK혁신펀드' 출자사업을 공고했다. IBK기업은행의 첫 공모 출자사업이다.
IBK혁신펀드 위탁운용사(GP)로 선정된 벤처캐피탈(VC) 7곳은 자펀드 결성 마무리에 열을 올리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올해도 2000억원 규모의 출자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IBK기업은행 공모 출자사업만의 특징은 무엇인지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지 김 그룹장에게 직접 들어봤다.
━
투자 회수만큼 중요한 전문성…설립 2년차 VC도 선정
━
지난해 진행한 IBK혁신펀드 출자사업은 미래선도, 전문분야, 중견도약 등 크게 3개 분야로 진행됐다. 김 그룹장은 "미래선도 분야는 국내 톱티어 VC를 대상으로 한 분야로 주목적 투자를 GP 자율제시 방식으로 진행해 투자 제한요소를 과감히 제거했다"며 "중견도약 분야는 타 출자사업에 선정된 GP의 펀드 결성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분야로 신속 공급이 우선과제"라고 설명했다.
IBK기업은행이 이번 출자사업을 진행하면서 공을 들인 분야는 전문분야다. 모빌리티, AI(인공지능), 에너지·환경로 구성된 전문분야는 특정 섹터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보유했지만, 규모가 작거나 업력이 짧아 펀드 결성이 어려운 중소형 VC를 겨냥해 기획됐다. 출자 비율은 60~75%로 여타 출자사업(50%)과 비교해 높은 편이다.
IBK기업은행은 경쟁력 있는 중소형 VC를 발굴하기 위해 투자회수 및 펀드 결성 실적 외 정성적 부분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 김 그룹장은 "국내 등록된 VC가 300개라고 하면 이중 절반은 IBK기업은행과 거래하고 있다"며 "이를 토대로 다양한 데이터를 반영했다"고 말했다.
김인태 IBK기업은행 혁신금융그룹장 /사진=김창현 기자 chmt@대표 펀드매니저의 포트폴리오가 대표적인 예다. 김 그룹장은 "대표 펀드매니저가 투자한 모든 포트폴리오를 업종별로 분류하고, 이를 사내 업종별 분류 기준표와 매칭해 성과를 평가했다"며 "이외 해당 VC와 지원 산업군과의 연계성 등을 세밀하게 검토했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이 뽑은 대표적인 예가 2023년 설립된 신생 VC 삼천리인베스트먼트다. 삼천리인베스트먼트는 에너지·환경 GP로 선정됐다. 에너지·환경은 전문분야 중에서도 출자비율이 75%로 가장 높아 9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삼천리인베스트먼트는 종합에너지그룹인 삼천리(85,900원 ▲600 +0.70%)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만큼 에너지·환경 분야에서의 폭넓은 네트워크와 풍부한 노하우를 높게 평가 받았다.
한편, IBK기업은행은 중소형 VC와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김 그룹장은 "매달 모험자본 전문가 초청 강연회를 진행하고 있다"며 "강연회를 통해 각 VC들이 어떤 영역에 특화된 심사역을 보유하고 있는지 어떤 투자 실적을 쌓았는지 직접 듣고 있다"고 말했다.
━
벤처·스타트업 전 생애주기 책임진다…"창공펀드 론칭"
━
김인태 IBK기업은행 혁신금융그룹장 /사진=김창현 기자 chmt@IBK기업은행은 올해도 2000억원 규모의 공모 출자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 그룹장은 "이번 출자사업은 지난번보다 좀 더 세밀해질 것"이라며 "전문성 강화를 위해 올해 1월 별도 출자팀도 출범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출자사업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과 함께 진행했다.
타 출자기관과 비교했을 때 IBK기업은행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지속적인 관리와 육성을 꼽았다. 김 그룹장은 "IBK 대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창공'을 비롯해 유망 혁신기업을 미리 선별 투자하고, 지속 관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올해는 영업점과 본부 공조 프로그램으로 투자 기업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성장 사다리 프로그램'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장 사다리 프로그램은 전국 650여개 IBK기업은행 영업점 네트워크를 활용할 예정이다. 이들 영업점은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함께 담당하게 된다.
벤처·스타트업의 생애 전주기 지원을 위해 10년 만기 장기 벤처펀드 결성에도 나선다. △창공 육성기업 △창공 졸업기업 △창공 IPO(기업공개) 기업 등을 대상으로 총 3개 펀드를 순차적으로 결성한다. 펀드 내 재투자도 가능하며, 펀드 운용은 각각 IBK벤처투자, IBK캐피탈, IBK투자증권이 맡는다.
김 그룹장은 "보통 일반적인 벤처펀드의 만기는 8년 정도로 투자 기간은 4년을 감안하면 실제 스케일업하고, 운용할 수 있는 기간은 4년"이라며 "10년 이상 장기 펀드에 펀드 내 재투자를 허용해 기업이 창업에서 IPO까지 순차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