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CVC 리포트] CJ인베스트먼트
CJ창투→타임와이즈인베→CJ인베 재출범
20여년 벤처투자 명맥 유지, 전문투자사 변신
문화 넘어 식품·바이오·ICT 등 투자 영역 확대
AUM 약 4400억원, 투자중인 스타트업 140여곳
[편집자주]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이 운영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살펴봅니다. 될성부른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해 그룹과의 시너지를 모색하고 미래성장엔진을 확보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조직. 그들이 바라보는 스타트업 생태계와 벤처투자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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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개봉해 1000만명 이상 관객을 동원한 영화 '괴물' 포스터. CJ인베스트먼트의 전신인 CJ창업투자는 적극적인 영화 투자로 한국 영화산업을 키우는 역할을 했다. /사진=CJ인베스트먼트 홈페이지'쉬리', '공동경비구역JSA', '웰컴투동막골', '괴물', '타짜' 등 1990년대 말~2000년대 한국 영화산업의 한 획을 그은 작품들은 CJ그룹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 뒤 깊은 여운에 빠져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던 사람들(특히 40~50대)에게 'CJ창업투자'라는 회사명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CJ창업투자는 당시 주요 기업들이 쳐다보지도 않던 영화 산업에 돈을 댈 정도로 유연하고 모험심이 강한 CJ그룹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조직이다. 2011년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없도록 한 공정거래법에 따라 관계사('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 로 사명도 변경)로 지분 정리가 된 적도 있지만 투자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문화 중심이던 투자 영역이 식품·바이오·IT·유통 등으로 확대됐다.
공정거래법이 개정돼 지주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보유가 가능해지면서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는 2022년 CJ그룹 정식 계열사인 'CJ인베스트먼트'로 재출범했다. 20여년간 회사 이름이 바뀌고 지분 관계도 달라졌지만 CJ그룹의 벤처투자 명맥을 꾸준히 유지, 스타트업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는 전문 투자회사로 거듭난 것이다.
CJ인베스트먼트에서 모든 투자를 총괄하고 있는 김준식 최고투자책임자(CIO·경영리더)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CJ는 주요 대기업 지주사 가운데 신기술사업금융회사가 아닌 벤처투자회사 형태로 CVC를 운영하는 가장 오래된 회사"라며 "주요 계열사의 고유 영역에 매몰되기 쉬운 CVC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산업과 스타트업을 찾아 키우는 진정한 벤처투자를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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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쉼 없었던 CJ…대기업 벤처투자의 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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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인베스트먼트 김준식 CIO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CJ인베스트먼트의 지난해 기준 운용자산(AUM) 규모는 4400억원에 달한다. 주요 계열사와 금융사, 정부 등으로부터 출자받아 운용 중인 벤처펀드(투자조합)는 20여개로 바이오·생명공학·미디어·농식품 등 다양한 분야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투자 중인 스타트업은 140여곳이다. 주로 시리즈 A·B 단계 스타트업으로 업체당 평균 투자 규모는 10억~20억 수준이다. 김 CIO는 "과거 문화 프로젝트에 집중했던 자원을 모두 스타트업 투자로 전환했다"며 "5년 전만해도 2000억원 수준이던 기업 투자 규모가 4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켜켜이 쌓은 20여년 투자 노하우는 벤처캐피탈(VC) 불황기에 더 빛이 났다. 최근 2년여간 다른 투자사들은 지갑을 닫았지만 CJ인베스트먼트는 달랐다. 최근 4년(2021~2024년) 연속 연평균 500억원(신규 투자 스타트업 20~30개) 규모 출자를 집행했다. 올해도 기존 투자 규모와 방침을 유지할 방침이다. 투자 범위는 인공지능(AI)과 소부장 등으로 더 넓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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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 괜찮네" 후속 투자…계열사와 시너지도 속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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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인베스트먼트 회사 개요, 주요 펀드 조성 현황, 주요 투자 성공 사례/그래픽=이지혜한번 투자했다고 끝이 아니다. CJ인베스트먼트는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스타트업에 후속 투자를 통해 100억원 안팎까지 출자 규모를 키우기도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트래블월렛'(외화결제 핀테크)이다. CJ인베스트먼트는 2023년 3차례 투자를 진행, 111억원을 출자했다. 트래블월렛의 기업가치는 CJ인베스트먼트의 첫 투자 당시 1100억원에서 현재 2800억원으로 높아졌다. 최근엔 CJ그룹 계열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가 트래블월렛과 협업해 올리브영 등에서 내·외국인 고객들에게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
CJ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고피자'(1인용 피자를 생산·판매)도 그룹 내 식품 계열사인 CJ제일제당과 협업하는 등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이밖에 '더네이처'(내셔널지오그래픽 라이선스 통한 패션 브랜드 제조·판매), '프롬바이오'(차별적 원료 기반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운영), '고바이오랩'(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포티투닷'(자율주행 기술과 모빌리티 통합 플랫폼) 등이 투자 성공 케이스로 꼽힌다. CJ인베스트먼트는 이들 기업에 투자해 3~6배 안팎 수익을 냈다.
올해는 잠재력을 갖춘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작업 액셀러레이팅 기능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김 CIO는 "오벤터스, 글로벌벤터스 등 자체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그룹 계열사와의 네트워킹을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키우고 해외 진출까지 돕는 CVC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