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CVC 리포트]KT인베스트먼트
"AI로의 전환" 주창한 KT그룹의 미래성장 발굴 선봉장
다양한 딥테크 스타트업 적극 투자...AI 협업 전선 구축
통신 3사 중 유일한 CVC, 운용자산 3400억 규모로 성장
초기투자 업체들 잇단 유니콘, IPO·M&A로 회수도 순항
배한철 대표 "모험자본 끊기면 안돼, 올해 1000억 펀딩"
[편집자주]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이 운영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살펴봅니다. 될성부른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해 그룹과의 시너지를 모색하고 미래성장엔진을 확보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조직. 그들이 바라보는 스타트업 생태계와 벤처투자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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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인베스트먼트는 'AICT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KT의 경영전략 최전선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첨단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사진은 김영섭 KT 대표가 지난 1월 KT-한국마이크로소프트 워크숍에 참석해 연설하는 모습/사진제공=KT지난해 말 SK텔레콤 계열사인 사피온코리아와의 합병으로 국내 '첫 AI(인공지능) 반도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역사를 쓴리벨리온. 하지만 투자업계에선 리벨리온을 키운 진짜 일등공신은 KT라는 해석이 정설로 통한다. 실제 KT는 리벨리온 창업 초기부터 수백억원대 자금 투자와 각종 사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SK텔레콤이 자체 AI 반도체 조직을 만들 때, KT는 AI 관련 스타트업을 발굴해 협업 전선을 구축하는 전략을 폈다.
KT의 손을 잡고 뛰던 스타트업이 SK텔레콤 계열사와 합병하면서 국내 통신시장의 영원한 라이벌은 AI반도체 사업 동맹이 됐다. 리벨리온의 성장성을 먼저 알아본 KT 입장에선 합병이 내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졌지만 실상은 달랐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AI반도체 팹리스 사업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던 KT는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을 적극 지지했다. 665억원의 누적 투자금도 빼지 않았다. 미국이 장악한 글로벌 AI반도체 시장에 한국이 깃발을 꽂으려면 대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봤다.
KT가 AI 등 첨단기술 스타트업 투자에 적극 나선 배경에는 이미 포화한 국내 통신시장이 있다. 휴대폰·인터넷 등 기존 사업만으론 미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 수년 전부터 디지털 혁신을 꾀했다. 김영섭 KT 대표가 주요 행사 때마다 수차례 강조한 'AICT(인공지능 기반 정보통신기업) 기업으로의 전환'도 같은 맥락이다.
KT그룹 산하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KT인베스트먼트는 그룹의 AI 경영전략을 이끄는 핵심 조직이다. 2023년 말부터 KT인베스트먼트를 이끌고 있는 배한철 대표는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인터뷰에서 "AI를 비롯해 로봇, 자율주행, 클라우드 등 딥테크 전반에서 그룹과 시너지를 낼 스타트업을 발굴해왔다"며 "KT만큼 첨단기술 시장과 업체에 대한 이해와 체계적인 지원·투자 시스템을 두루 갖춘 곳은 많지 않다"고 자신했다. 배 대표는 KB손해보험 전신인 LG화재 투자팀을 거쳐 1999년 KT그룹에 입사해 경제경영연구소·대외협력실·전략기획실 등을 거친 투자·전략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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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미다스의 손'…투자한 업체들 줄줄이 유니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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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인베스트먼트 배한철 대표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KT인베스트먼트의 AUM(운용자산) 규모는 약 3400억원에 달한다. 현재 운용 중인 펀드는 14개. 이중 8개는 KT그룹이 출자해 만들었고, 나머지 6개는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IBK기업은행·서울시 등 외부 출자금이 포함된 펀드다.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2023년 이후에도 2개 펀드를 결성했다.
지금까지 투자한 스타트업은 93곳이다. AI·로봇 등 기술기업 비중이 40% 이상이다. 보통 시리즈A 단계 업체에 투자하지만 사업내용에 따라 전후 단계까지 투자범위를 확대하기도 한다. 한 업체당 투자금은 평균 20억원 안팎이며 후속투자를 통해 투자금을 늘리는 경우도 많다. 시드부터 시리즈A~C 단계까지 총 4차례(60억원) 투자한 슈퍼브에이아이가 대표 사례다.
KT인베스트먼트는 설립 이후 IPO(기업공개) 9곳(루닛·뉴로메카·사운드하운드 등), M&A(인수합병) 8곳(수아랩·하이퍼센스·페이민트 등) 등 총 17개 투자기업에서 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리벨리온을 비롯해 한국신용데이터·메가존클라우드 등 창업 초기부터 투자한 회사 중 유니콘으로 성장한 곳도 많다. 배 대표는 "발로 뛰는 심사역들 덕분에 앞서 청산한 펀드가 10% 이상 IRR(내부수익률)을 기록했고 올해와 내년 청산을 앞둔 펀드들도 두 자릿수 수익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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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펀드 조성…AI·로봇 등 딥테크에 적극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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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인베스트먼트 회사 개요 및 투자사업 현황/그래픽=윤선정KT인베스트먼트는 올해 총 1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단일 펀드가 될 지, 금액을 쪼개 복수의 중소형 펀드로 운용할 지는 확정하지 않았지만 첨단기술 기업에 중점적으로 투자할 방침이다. 배 대표는 "올해와 내년 중 청산을 앞둔 일부 펀드들이 있어 회수자금을 바탕으로 적극 펀딩에 나설 예정"이라며 "출자시장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대한민국 대표 통신사로서 사명감을 갖고 기업 중심의 모험자본 모델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KT그룹 차원의 출자 펀드와 외부 출자 펀드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는 만큼 모기업과의 시너지는 물론 수익성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KT인베스트먼트가 AI와 로봇, 자율주행, 클라우드 등 첨단기술 분야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되 일부 자금을 모바일 플랫폼·바이오헬스 등에 분산 투자하는 이유다. 배 대표는 "벤처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장하는 산업을 찾아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라며 "글로벌 확장이 가능한 독보적인 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해 KT의 AI 전환을 돕고 외부 출자사의 목표 수익률을 충족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