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엔 돈 안 아낀다"…국가대표 제조기업, 벤처투자 꽂힌 이유

송지유 기자 기사 입력 2025.03.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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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CVC 리포트]효성벤처스
59년 '기술경영' 뚝심 효성그룹, 2022년 CVC 설립
독자적인 연구·원천기술만 강조하던 경영전략 변화
정부 펀드 위탁운용 따내며 '오픈이노베이션' 적극
AUM 1500억원, 신기술·딥테크 등 기업 8곳 투자
이환영 CIO "해외사업망 활용 스타트업 성장 지원"

[편집자주]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이 운영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살펴봅니다. 될성부른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해 그룹과의 시너지를 모색하고 미래성장엔진을 확보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조직. 그들이 바라보는 스타트업 생태계와 벤처투자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 입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효성그룹은 확고한 '기술경영'을 지속하는 국가대표급 제조기업이다. 국내 최초로 민간기업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R&D의 장을 열었다. 여기서 개발한 기술을 토대로 스판덱스 등 부동의 세계 1위 점유율을 지속하는 제품들이 많다. 사진은 울산에 건립한 산업용 신소재 폴레케톤 제조공장. /사진제공=효성그룹
효성그룹은 확고한 '기술경영'을 지속하는 국가대표급 제조기업이다. 국내 최초로 민간기업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R&D의 장을 열었다. 여기서 개발한 기술을 토대로 스판덱스 등 부동의 세계 1위 점유율을 지속하는 제품들이 많다. 사진은 울산에 건립한 산업용 신소재 폴레케톤 제조공장. /사진제공=효성그룹

"몸에 지닌 작은 기술이 천만금 재산보다 낫다." (고 조홍제 선대회장)→"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 기술 역량을 집중해야 세계 초일류기업이 될 수 있다." (고 조석래 명예회장)→"기술이 자부심인 회사를 만들겠다." (조현준 회장)

1966년 회사 설립 이후 오너 일가 3대에 걸쳐 확고한 '기술경영'을 지속하는 국가대표급 제조기업이 있다. 효성그룹 이야기다. 이 기업은 1971년 국내 최초 민간기업 부설연구소인 효성기술연구소(현 효성기술원)를 시작으로 중공업연구소, 전자연구소 등을 줄줄이 설립하며 한국 산업계 R&D(연구개발) 역사를 쓴 곳이기도 하다.

기술엔 자금을 아끼지 않겠다는 경영철학으로 탄생한 효성그룹 산하 연구소에선 신합섬·첨단소재·석유화학 등 다양한 사업분야 신기술이 나왔다. 운동복·속옷·스타킹·기저귀 등의 핵심 소재로 쓰여 '섬유의 반도체'로 불리는 스판덱스 등 글로벌 점유율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효성 대표 제품들의 원동력이 됐다. 고성능 탄소섬유, 수소 인프라,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용 신소재 폴리케톤 등 신사업 확장을 이끈 일등공신도 자체 신기술이었다.

'독자적인 연구개발과 원천기술'만을 강조하던 효성의 경영전략에 변화가 감지된 건 2020년대 초반이다. 효성 경영진은 IT(정보기술)와 AI(인공지능) 등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에 전통적인 제조 기술만 고집했다간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2022년 7월 설립한 CVC(기업형 벤처캐피탈)인 효성벤처스는 그룹 변화의 신호탄이 됐다.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외부에서 딥테크 등 첨단기술과의 연결 고리를 찾아 확장하는 작업에 돌입한 것이다.

효성벤처스 이환영 CIO(최고투자책임자)는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인터뷰에서 "급변하는 세계 기술시장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며 "자체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중 시장 확장성과 글로벌 역량을 겸비한 곳에 우선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CIO는 서울대(학부)와 포항공대(석사), 고려대(MBA)를 졸업한 뒤 IBK기업은행·프리미어파트너스·스톤브릿지벤처스 등에서 실무를 쌓은 기술투자 전문가다.

효성의 베트남 생산현장에서 폐기물을 재활용해 친환경 섬유를 만드는 모습. /사진제공=효성그룹
효성의 베트남 생산현장에서 폐기물을 재활용해 친환경 섬유를 만드는 모습. /사진제공=효성그룹


기술기업의 대명사, 딥테크를 만나다


효성벤처스 이환영 CIO(최고투자책임자) 인터뷰 /사진=김창현 chmt@
효성벤처스 이환영 CIO(최고투자책임자) 인터뷰 /사진=김창현 chmt@
효성벤처스의 AUM(총운용자산) 규모는 1510억원이다. 효성벤처스가 운용 중인 벤처펀드는 '효성 씨브이씨 스케일업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제1호'(510억원·2023년 3월 결성), '스타트업코리아 효성 딥테크 벤처투자조합'(1000억원·2024년 12월 결성) 등 2개다. 두 펀드에는 효성그룹 투자금 외에 정부 정책자금(스케일업 200억원, 딥테크 300억원)이 포함돼 있다.

이는 대기업 CVC 상당수가 그룹 자체 자금으로만 벤처펀드를 결성하는 것과 사업 방향 자체가 다른 것이다. 효성은 CVC를 만들 때부터 국내 스타트업 투자의 주요 축인 정부와 손잡고 제대로 된 기술기업을 키우자는 전략을 세웠다. 앞으로도 정부 펀드 위탁운용에 적극 도전할 계획이다.

이 CIO는 "법인 설립 6개월 만인 2022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스케일업 펀드 운용사로, 지난해 말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모태펀드인 한국벤처투자의 딥테크 펀드 운용사로 선정됐다"며 "투자기업 선정 과정부터 주요 계열사 임원과 실무진이 참여해 인프라 구축 등 협업 아이디어를 나누는 등 촘촘한 사전 조율이 이뤄진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첨단소재부터 AI엔진, 이차전지까지 협업


효성벤처스 회사 개요, 펀드조성 현황, 주요 투자 사례/그래픽=이지혜
효성벤처스 회사 개요, 펀드조성 현황, 주요 투자 사례/그래픽=이지혜
효성벤처스는 현재 스케일업 펀드를 통해 총 8개사에 투자했다. 프리시리즈A~시리즈C 단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지만 사업내용에 따라 IPO를 앞두고 있는 업체로 범위를 넓히기도 한다. 업체당 투자금은 평균 20억~50억원 안팎이다.

에이엔폴리(바이오플라스틱 신소재인 나노셀룰로오스 기술)·페르소나에이아이(클라우드 기반 대화형 AI 자체 엔진)·배터와이(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실시간 진단)·엑세스랩(ARM칩 기반의 저전력 고성능 서버 개발)·콜로세움코퍼레이션(물류센터 네트워크)·디토닉(AI 데이터 플랫폼) 등이 주요 포트폴리오 업체다. 이들 기업과 TNC·첨단소재·화학·ITX·인포메이션시스템 등 효성 주요 계열사는 이미 다양한 공동 사업을 진행하는 등 협업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오는 5월부터는 빅데이터와 AI, 바이오 등 정부가 선정한 초격차 10대 산업 분야 스타트업 투자에 본격 나선다. 연말까지 투자 목표는 250억~300억원이다. 이 CIO는 "그동안 스타트업 원천기술 개발 지원에 집중했던 오픈이노베이션을 모든 사업 단계로 확장하겠다"며 "전 세계 30개국에 100여개 사업장을 두고 있는 글로벌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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