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캔 다음은 이차전지?…'원양어선 1척 신화' 회사의 투자공식

송지유 기자 기사 입력 2025.03.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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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CVC 리포트]동원기술투자
M&A로 성장한 동원그룹, 일반지주사 최초 CVC 등록
"본업 충실하되, 매몰되지 말자" 오너 경영철학 반영
그룹 계열사 협업 가능한 스타트업에 전략적 투자 집중
설립 3년만 AUM 1100억, 2차전지·원료 사업 등 관심

[편집자주] 대한민국 대표 기업들이 운영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을 살펴봅니다. 될성부른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해 그룹과의 시너지를 모색하고 미래성장엔진을 확보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조직. 그들이 바라보는 스타트업 생태계와 벤처투자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 입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동원그룹은  원양어선 1척을 보유한 작은 수산회사로 시작해 참치 살코기를 통조림에 담은 참치캔 '동원참치'를 내놨고 이후 조미식품·건강기능식품·단체급식 시장까지 진출한 종합식품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사진은 동원의 참치잡이 이미지컷./사진=머니투데이 DB
동원그룹은 원양어선 1척을 보유한 작은 수산회사로 시작해 참치 살코기를 통조림에 담은 참치캔 '동원참치'를 내놨고 이후 조미식품·건강기능식품·단체급식 시장까지 진출한 종합식품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사진은 동원의 참치잡이 이미지컷./사진=머니투데이 DB
'본업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 본업에만 머물지 않을 것, 불황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

2000년대 초반 동원그룹 경영진은 기업 M&A(인수합병)에 대한 확고한 원칙을 세웠다. 1990년대 추진한 여러 건의 인수합병에서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글로벌 컨설팅그룹에 의뢰해 동원그룹만의 맞춤형 전략을 짠 것이다. 이는 "본업을 버리는 자 망하고, 본업만 하는 자도 망한다"는 김재철 명예회장의 경영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동원그룹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M&A 공식도 이때 만들어졌다. 원양어선 1척을 보유한 작은 수산회사로 시작해 참치 살코기를 통조림에 담은 참치캔 '동원참치'를 내놨고 이후 조미식품·건강기능식품·단체급식 시장까지 진출한 종합식품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이 대표적이다. 참치캔 용기가 필요해 시작했던 알루미늄 제조 사업을 산업 전반 종합포장재와 2차전지용 첨단소재로 확장한 것에도 같은 공식이 적용됐다. 수산·식품·포장재 등 제조물품을 나르고 보관하기 위해 물류·항만 사업에 뛰어든 것도 마찬가지다.

동원그룹이 2022년 3월 일반지주회사 최초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동원기술투자'를 등록한 것은 필연이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적극적인 M&A로 외연을 확장해 온 그룹의 당연한 행보였다.

동원기술투자의 최상우 대표는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와 인터뷰에서 "식품·수산·포장재·물류 등 그룹의 핵심사업에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확장하는 밑 작업을 하고 있다"며 "전략적투자(SI)를 기본으로 상황에 따라 M&A까지 염두에 둔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동원그룹 옛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지냈고, 그룹의 굵직한 M&A를 주도한 '키맨'이다.


"모험은 없다…시너지 확실해야 투자"


최상우 동원기술투자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최상우 동원기술투자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동원기술투자의 현재 AUM(운용자산) 규모는 1100억원이다. 주요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출자받아 △동원신성장1호조합(300억원) △동원신성장2호조합(300억원) △신기술투자조합(200억원) 등 3개 투자조합(총 800억원)을 설립했고, 동원기술투자의 자본금 300억원을 별도로 운용하고 있다.

CVC 설립 이후 3년간 진행된 기업 투자 건수는 총 11건이다. 동원그룹 주력 계열사의 핵심사업과 연관이 있는 기업 중 기술력이 확실히 검증된 곳, 매출액 100억원 이상인 곳 등에 주로 전략적 투자가 이뤄졌다. 시드~시리즈 B 단계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다른 CVC와는 운용 기준이 다르다. 업체당 투자금액은 평균 20억~50억원 안팎이다.

최 대표는 "1·2호 조합은 블라인드펀드 방식으로 현재 출자금의 3분의 1 안팎 투자가 이뤄졌다"며 "동원산업과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 주요 계열사와 협업 등 시너지 여부를 가장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첨단소재' 키운다…'원료' 사업도 관심


동원기술투자 회사 개요, 투자조합 현황, 기업투자 주요 사례/그래픽=윤선정
동원기술투자 회사 개요, 투자조합 현황, 기업투자 주요 사례/그래픽=윤선정
동원기술투자가 자금을 많이 댄 주요 분야는 첨단소재다. 2차 전지 소재 및 시스템 생산공정을 설계하는 '탑머티리얼'(90억원), 2차 전지 핵심부품인 양·음극재 전극단자를 제조하는 '티피에스'(27억원), 절연선·케이블 등 전선 소재를 개발하고 제조하는 '리오엠엔씨'(20억원) 등이 투자를 받은 주요 업체다. 이는 동원시스템즈의 사업 확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그룹의 경영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원료 사업도 관심을 쏟는 분야다. 최 대표는 "녹차 원료를 개발하면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제약까지 다방면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며 "그룹 내 여러 계열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원료 B2B 비즈니스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투자 시장이 침체한 상황에서 자금력을 갖춘 CVC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견해도 내놨다. 최 대표는 "자금 회수가 최우선인 일반 VC는 업황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며 "단기 수익을 쫓기보다 그룹과의 시너지를 중시하는 CVC들이 다양한 투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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