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회 루키리그 출자 철회…돈줄 마른 신생VC '생존기로'

남미래 기자 기사 입력 2023.03.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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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최근 공제회들이 벤처펀드 출자사업에서 루키리그를 연이어 철회하면서 신생 벤처캐피탈(VC)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벤처투자가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큰손인 공제회들마저 출자를 중단하면 펀드 결성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서다. 업계에선 자금조달 능력이 있는 대형 VC와 신생 VC 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13일 VC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자본시장의 '큰손' 군인공제회는 벤처펀드 출자사업에서 루키리그 위탁운용사(GP)를 선정하지 않았다. 군인공제회는 루키리그에 2개의 GP를 선정해 각각 4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었다.

루키리그는 벤처펀드 출자사업에서 신생 운용사끼리만 경쟁하는 리그를 말한다. 대형 운용사와 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신생 운용사 중 숨은 '강자'를 발굴한다는 취지에서 각종 출자사업에서 도입해왔다. 출자사업마다 루키리그 선정 자격은 상이하지만 대체로 업력이 3~5년 이하이고 운용자산(AUM)도 1000억~1500억원 이하인 운용사가 대상이다.

공제회들이 루키리그 GP를 선정하지 않은 것은 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트랙레코드가 검증된 대형사 위주로 출자에 나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군인공제회는 이번 출자사업 공고에서 선정 배제 및 취소 기준에 '펀드 결성 기한 내에 펀드를 결성하지 못하는 경우'를 새로 추가하는 등 심사기준을 높였다.

군인공제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루키리그와 달리 일반리그에서는 GP를 선정한 것을 보면 최근 시장 분위기를 반영해 모험보다는 안정을 추구해 우수한 성과를 낸 운용사에만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이번 루키리그에 마땅한 적임자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생 VC들은 남은 루키리그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올해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에서 2곳만 선정하는 루키리그는 19곳의 운용사가 지원했다. 경쟁률은 9.5대 1에 달한다. 루키리그 출자사업에 지원한 신생 VC 관계자는 "신생 VC는 경력도 없고 사업 기반도 부족하기 때문에 루키리그는 벤처투자를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라고 말했다.

대다수 신생 VC가 출자자(LP)를 찾지 못해 펀드 결성에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말 한국벤처투자가 684명 VC 관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4.6%가 최근 출자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배경으로 '출자 경쟁 심화'를 꼽았다. 특히 AUM 1000억~3000억원 미만의 중소형 벤처캐피탈의 82.1%가 LP 모집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신생 VC가 주로 자금을 모으는 캐피탈이나 증권사 신탁계정 등이 벤처투자 비중을 크게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VC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벤처펀드에 8~10년 자금이 묶이는 것보다 저축하는 편이 더 낫다는 인식이 강해졌다"며 "기대수익률도 15% 이상 높아져 신생 VC에 출자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트랙레코드가 있는 대형 운용사 위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스톤브릿지벤처스 등 대형 VC들은 올해 수천억원 규모로 신규 펀드 결성을 예고한 상황이다. VC 업계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높다보니 최대한 안전하고 검증된 대형 VC로 자금을 대고 있다"며 "생존기로에 몰린 신생 VC가 들어나면서 VC의 옥석가리기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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