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칼럼]
위대한 창업자로 칭송받는 스티븐 잡스도 초등학교 시절에 학교를 자주 빼먹는 말썽꾸러기였다. 도통 학교에 마음을 못 잡던 그는 우연히 히스키트라는 전자 조립키트를 접하면서 전자제품의 작동원리에 푹 빠지게 된다. 열두 살이었을 때 잡스는 전화번호부를 뒤져 휴렛팩커드(HP)의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빌 휴렛에게 전화를 걸었고 휴렛에게 주파수 계수기를 만들고 싶다며 남는 부품이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휴렛은 잡스의 고민을 친절하게 상담해줬다. 그가 HP에서 방과 후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해줬을 뿐 아니라 후에 함께 애플을 창업하게 되는 스티브 워즈니악과 HP에서 인턴으로 일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잡스는 HP에서 단순한 조립, 신문배달, 재고품 정리 등을 맡았지만 다른 층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과 더 친해졌으며 다양한 전자기기를 접하게 된다. 이런 경험을 통해 훗날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지 어렴풋이 꿈꾸게 된다.
흔히 창업가의 조건 중 하나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이야기하는데 학계에선 기업가정신이 어떻게 육성되는지에 대한 긴 논쟁이 있었다. 기업가정신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냐, 아니면 후천적으로 길러질 수 있는 것이냐에 대한 논쟁인데 최근 결국 둘 다 맞는 말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된다.
잡스의 사례로 돌아가 보면 이런 주장이 어느 정도 타당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잡스는 학교보다 본인이 흥미를 느끼는 영역에 집중하며 창조의 영역에서 재능을 보였다. 특히 열두 살의 나이로 용감하게 HP의 CEO에게 전화했다는 것을 보면 기업가정신에서 선천적인 부분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열두 살짜리 학생이 당돌하게 전화를 걸어왔을 때 CEO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주파수 계수기를 만들 수 있는 부품을 집으로 보내주고, 여름방학 때 인턴으로 일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은 사회문화라고 할 수 있는 후천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훗날 인터뷰에서 잡스는 "HP에서 인턴 시절이 나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너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회상했다. 당시엔 보기 힘든 데스크톱PC를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엔지니어들이 청바지 차림으로 즐겁게 토론하고 샌드위치 카트가 수시로 지나다니는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끼면서 언젠가는 이런 기업을 창업하고 새로운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으니 말이다.
기업가정신은 창업의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지만 창업, 특히 혁신기업의 탄생은 단순히 훌륭한 개인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예비창업자가 꿈을 펼칠 수 있게 사회가 합심해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라는 단어는 원래 프랑스어 'entreprendre'에서 비롯됐는데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담겼다. 위험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창조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기업가정신의 본질이라는 말이다. 때문에 많은 혁신형 창업기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존경받고 사회적으로 장려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빌 휴렛이 열두 살짜리에게 걸려온 당돌한 전화를 그 자리에서 끊었다면, 주파수 계수기 부품을 보내주지 않았다면, 방학 때 인턴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애플은 없었을지 모른다.
우리나라에도 스티브 잡스 같은 창업가가 많이 나오게 하려면 단순한 재정투입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총수보다 혁신적인 기업가가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새로운 도전을 장려하는 문화가 먼저 자리잡아야 한다. 혁신은 문화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흔히 창업가의 조건 중 하나로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을 이야기하는데 학계에선 기업가정신이 어떻게 육성되는지에 대한 긴 논쟁이 있었다. 기업가정신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이냐, 아니면 후천적으로 길러질 수 있는 것이냐에 대한 논쟁인데 최근 결국 둘 다 맞는 말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된다.
잡스의 사례로 돌아가 보면 이런 주장이 어느 정도 타당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잡스는 학교보다 본인이 흥미를 느끼는 영역에 집중하며 창조의 영역에서 재능을 보였다. 특히 열두 살의 나이로 용감하게 HP의 CEO에게 전화했다는 것을 보면 기업가정신에서 선천적인 부분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열두 살짜리 학생이 당돌하게 전화를 걸어왔을 때 CEO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주파수 계수기를 만들 수 있는 부품을 집으로 보내주고, 여름방학 때 인턴으로 일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은 사회문화라고 할 수 있는 후천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훗날 인터뷰에서 잡스는 "HP에서 인턴 시절이 나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너무 큰 영향을 미쳤다"고 회상했다. 당시엔 보기 힘든 데스크톱PC를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엔지니어들이 청바지 차림으로 즐겁게 토론하고 샌드위치 카트가 수시로 지나다니는 실리콘밸리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느끼면서 언젠가는 이런 기업을 창업하고 새로운 컴퓨터를 만들겠다는 꿈을 키웠으니 말이다.
기업가정신은 창업의 핵심요소라고 할 수 있지만 창업, 특히 혁신기업의 탄생은 단순히 훌륭한 개인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예비창업자가 꿈을 펼칠 수 있게 사회가 합심해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라는 단어는 원래 프랑스어 'entreprendre'에서 비롯됐는데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기회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담겼다. 위험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창조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기업가정신의 본질이라는 말이다. 때문에 많은 혁신형 창업기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존경받고 사회적으로 장려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빌 휴렛이 열두 살짜리에게 걸려온 당돌한 전화를 그 자리에서 끊었다면, 주파수 계수기 부품을 보내주지 않았다면, 방학 때 인턴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애플은 없었을지 모른다.
우리나라에도 스티브 잡스 같은 창업가가 많이 나오게 하려면 단순한 재정투입 중심의 정책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총수보다 혁신적인 기업가가 존경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새로운 도전을 장려하는 문화가 먼저 자리잡아야 한다. 혁신은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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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안준모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혁신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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