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으로 번진 '꿀벌 실종' 사태…성형외과 의사 해결사로 나섰다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2.08.2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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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UP스토리]국내 꿀벌 의약품 전문기업 1호 '바이오포스' 홍기석 대표 "꿀 고급화 전략 필요"

바이오포스 홍기석 대표가 '꿀벌을 지키는 사람들'이란 제목의 책자를 들고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바이오포스 홍기석 대표가 '꿀벌을 지키는 사람들'이란 제목의 책자를 들고 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휘선 기자
롤스로이스·벤틀리·포르쉐, 이들은 고급자동차 제조사이면서 공통된 한 가지가 더 있다. '달달한 꿀'도 함께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매출 약 39조원에 이르는 포르쉐의 경우 꿀벌 150만 마리를 기르며 한 해 꿀 생산량만 400kg에 달한다. 맥도날드도 '꿀벌을 위한 호텔'을 지어 이목을 끌었다. 벌집군집붕괴 현상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미국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새스(SAS)는 꿀벌 손실을 줄이기 위해 벌집 상태를 추적 관찰할 수 있는 AI(인공지능) 머신러닝 기술을 내놨다.

모두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벌이는 사업이다. 이른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의 일환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선 양봉 산업이 찬밥 신세다. 관심을 두는 대기업도 거의 없을 뿐더러 산업 구조도 열악하다. 국내 양봉 농가는 약 10만명( 3만 가구)에 불과한 실정이다.

우리가 먹는 농작물 중 70%는 벌을 통해 수분된다. 최근 딸기값이 치솟은 건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지면서 이런 수분이 원활하지 않아 기형 딸기가 생긴 탓이다. 꿀벌 실종에 따른 피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한 성형외과 의사가 이를 해결해 보겠다며 에그테크(농업기술) 스타트업을 창업해 뛰어들었다. 국내 꿀벌 의약품 전문기업 1호인 '바이오포스'의 홍기석 대표가 바로 그다.

홍 대표는 "최근 꿀피부를 만들기 위해 '꿀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이 유행하듯 꿀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산업은 무궁무진하다"며 "지구를 지킨다는 생각으로 한국의 양봉 시장을 빠르게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국내 양봉산업 현황과 사업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전 세계 꿀벌 개체수가 놀랄만한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관련 부처 자료를 보니 이달 전국 양봉농가의 18%가 피해를 봤고 약 70억마리가 실종된 것으로 추산했다. 보통 월동 과정에서 꿀벌의 개체 수가 줄기 마련이나 올해는 그 양상이 예년과 다르다. 전문가들은 꿀벌응애(해충)와 과도한 농약 사용과 더불어 꽃의 개화에 영향을 지대하게 미친 이상 기후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본업은 성형외과 의사인데 꿀벌 질병 치료제·면역증강제 등으로 창업한 이유는.
▶'꿀벌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책을 읽다가 돼지·소·닭 쪽은 전문 제약사들이 있는 데 축산법상 같은 가축으로 분류돼 있는 벌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런 약을 연구하는 곳이 한 군데도 없다. 사람 병을 낫게하는 약이나 동물·곤충 약이나 약재가 약간 다를 뿐 치료법은 거의 비슷하다.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도 4년 밖에 못산다고 하지 않나. 그래서 '꿀벌 약사'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꿀벌을 지키는 일은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국내 꿀 시장 어떤가.
▶제가 알기로 베트남산에 400% 관세가 부과되는데 그래도 국산보다 싸다. 우리나라에서 꿀 들어가는 제품들은 죄다 수입산을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9년 양봉산업진흥법이 제정됐지만 지방자치단체 대부분 소극적인 편이다. 우리는 국내 양봉 농가에서 생산한 꿀을 납품 대행도 하고 있는데 농심과 교촌치킨이 비싸도 받아주고 있다. 꿀 꽈배기, 허니치킨 만드는 데 쓴다.
바이오포스 홍기석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바이오포스 홍기석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다.
▶3년간의 연구 끝에 꿀벌 면역을 활성화시키는 영양제 '비해피'를 개발했다. '비해피 골드'는 꿀벌의 산란을 촉진한다. 산업곤충연구소와 임상 실험을 했는 데 산란률이 75% 증가했다. 요즘에 드론으로 농약을 살포하니까 원치 않은 곳까지 뿌려지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농약을 중화시켜 꿀벌을 구하는 해독제 '비해피 디톡스'도 개발했다. '아그로충'은 유기농 살충제다. 벌은 안 죽고 일반 해충만 죽인다. 꿀벌 해충들은 대부분 딱딱한 각질의 등껍질을 가지고 있는 데 여기에 잘 붙도록 약재의 접착력을 강화했다. 꿀벌은 날개짓을 많이 하기 때문에 붙지 않는 원리다. 이들 제품의 공통된 특징은 화학성분이 아닌 자연 추출물로 만든다는 거다.

-최근 농촌진흥청으로부터 특허 이전받았다고 들었다.
▶아카시아꿀은 동아시아에서만 생산되는 데 우리나라 꿀에서만 향이 난다. 식물호르몬 중 하나인 아브시스산도 풍부한데 위장병에 좋다. 특허는 꿀에서 아브시스산을 고농도로 이끌어내는 기술인데 리터당 30g 이상 함유돼 있으면 위장 장애 치료에 탁월하다. 관련 상품을 기획 중이다.

-한국 양봉 업계를 활성화할 방책이 있다면.
▶호주의 프리미엄 마누카꿀처럼 고급화·브랜드화 전략이 필요하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대량생산·박리다매식 생산법은 수입산과 경쟁하기 힘들다. 이를테면 '연천 야생화꿀', '제주 밀감꿀', '공주 밤꿀' 등 지역별 꽃꿀 고급화를 기획 중인데 양봉업계에서 자발적으로 이런 프리미엄 꿀을 만들 수 있게 기술 지원도 할 계획이다. 외국인들이 면세점에서 김치, 김과 함께 꿀도 필수템으로 사가는 날을 꼭 이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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