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자라도 '골목대장' 한계…'글로벌 데카콘' 키울 3가지

사회·정리=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2.08.23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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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진격의 K-스타트업, 세계로!]스타트업 생태계 선진화를 위한 전문가 좌담회

(왼쪽부터)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 곽노성 연세대학교 글로벌인재대학 객원교수, 최성진 코라아스타트업포럼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왼쪽부터)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 곽노성 연세대학교 글로벌인재대학 객원교수, 최성진 코라아스타트업포럼 대표/사진=김휘선 기자
"기업·투자 모두 '글로벌 라이제이션'(해외진출) 해야 한다."(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 이상에 투자할 수 있는 '메가펀드'가 필요하다."(최성진 코라아스타트업포럼 대표)
"'근거 기반 규제'를 해야 한다."(곽노성 연세대학교 글로벌인재대학 객원교수)

두나무·직방·컬리·빗썸·버킷플레이스·당근마켓·리디 등 지난해에만 7개의 유니콘이 탄생했다. 시쳇말로 '역대급'이다. 누적 기준으로는 18개. 유니콘 기업 수는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평가할 중요 지표지만, 이번 성과로 우리 생태계가 질적·양적으로 성장했다고 단정짓긴 어렵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평가다. 지금의 성과가 일시적인 게 아닌 구조·제도적으로 혁신의 환경이 갖춰져 나타난 것인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거다. "지난해 넘치는 유동성으로 인해 국내 스타트업 시장에 벤처투자금이 급증했기 때문이지, 지금의 성과를 계속 도출할 수 있는 선진 환경이 조성됐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해 벤처투자는 7조7000억원으로 전년(4조3000억원)보다 3조4000억원 급증했다. "이례적인 호황"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전히 한국 유니콘 다수가 내수 기반 서비스업에 몰려 있고, 스타트업 규모를 키울 스케일업 투자도 부족한 실정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더 많은 벤처·스타트업이 새로운 유니콘으로 등극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글로벌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는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 최성진 코라아스타트업포럼 대표, 곽노성 연세대학교 글로벌인재대학 객원교수 등 창업시장 전문가 3명과 함께 '국내 벤처·스타트업 시장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방향'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 방역 수칙에 맞춰 개별 인물사진을 촬영했다/사진=김휘선 기자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 방역 수칙에 맞춰 개별 인물사진을 촬영했다/사진=김휘선 기자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를 어떻게 평가하나.

강삼권 벤처기업협회장(이하 강 회장)=펀드 등 원활한 투자자금 공급은 '제2 벤처붐'이 오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제는 글로벌로 나가야 한다는 큰 숙제가 놓여 있다. 스타트업 중에 지금 소위 잘나가는 기업으로 쿠팡, 마켓컬리 등을 꼽는데 대부분 내수 기업이다. 로컬에만 머물다보면 이 기업들의 생존율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내수를 넘어 기업, 자금 모두 '글로벌라이제이션' 돼야 한다. 시중에 도는 자금을 더 가열차게 공급해 주면서 규제 혁신도 함께 세차게 일어나야 더 많은 스타트업들이 성장할 수 있다. 문제는 일할 사람이 없다는 거다. 양질의 소프트웨어(SW) 인력이 충분히 시장에 공급돼야 한다는 게 당면한 과제다.

곽노성 연세대학교 글로벌인재대학 객원교수(이하 곽 교수)=벤처·스타트업에게 중요한 3가지가 있다. 자금, 인력, 비즈니스모델(BM)이다. 이 세 가지의 상황이 서로 다른 것 같다. 자금은 '박사 5명이 모이면 돈이 몰린다'는 식의 얘기가 나올 정도로 풍부하다. 인력도 미래가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지금 대학생들을 보면 학과에 상관없이 기본적으로 SW 소양은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다만, BM은 우려스럽다. 규제 때문에 상당수의 BM이 흔들리고 있다. 그러면 결국 외국으로 떠날 수 밖에 없는데, 이래서 좋은 인력들이 떠나는 건 나쁜 해외진출이다.

최성진 코라아스타트업포럼 대표(이하 최 대표)=그동안 우리나라 벤처투자가 모태펀드를 중심으로 성장하다 보니 7년 안에 회수를 해야 한다. 유니콘 단계에 가선 국내 자본은 다 빠져나오고 해외 자본이 들어와 유니콘을 만드는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우리나라 자본 경쟁력에 취약점은 글로벌 투자경험이 없다는 거다. 글로벌 시장으로 이끌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보완해야 한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방역 수칙에 맞춰 개별 인물사진을 촬영했다/사진=김휘선 기자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방역 수칙에 맞춰 개별 인물사진을 촬영했다/사진=김휘선 기자
-국내 벤처투자 자본의 경쟁력을 확충하려면.

강 회장=국내 벤처캐피털(VC)도 단순히 자금만 운영하기 보다는 비즈니스를 연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투자금만 공급하는 게 아니라 사업까지 함께 제시해 협력·융합의 효과를 이끌 수 있는 VC들의 재량이 앞으로 더 많이 필요하다.

곽 교수=모태펀드와 같은 정부 자금에 계속 의존해선 창업생태계가 제대로 만들어질 수 없다. 원래 모태펀드의 취지는 마중물 역할이다. 대표적인 해외사례로 요즈마 펀드를 꼽는다. 요즈마 펀드는 이제 충분히 성공했기 때문에 민간펀드처럼 성격을 바꾼 걸로 알고 있다. 우리도 그런 걸 고민해 봐야 한다.

또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 성공한 '배달의 민족'이 언제까지 우리나라에서만 영업할 건가. 이제 글로벌로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많은 노하우를 쌓았기 때문에 글로벌 자본의 도움을 받는다면 훨씬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을 보면 독일계 자본(딜리버리히어로)이 들어온다니까 일각에선 "왜 그러냐"고 반발이 극심했다. 여전히 우리는 한국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국내로 한정해 보고 있는 건 아닐까.

최 대표=일단 모태펀드의 긍정적인 기능은 인정해야 한다. 국내 VC들을 활성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다만,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가 이제는 많이 커져서 굉장히 많은 다른 성격의 자본들이 들어와 경쟁하고 있다. 이 생태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야 한다.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기업가치 1000억원대에서 엑시트(투자금회수)할 수 있고, 누군가는 유니콘에서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스타트업)까지 뻗어나갈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유니콘 이상 단계에 투자할 펀드가 없다. 국내펀드로는 불가능하다. 때문에 유니콘, 데카콘 그 이상에 투자할 수 있는 '메가펀드'가 반드시 필요하다.

-벤처펀드 대형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곽 교수=무엇보다 부동산이 아니라 기업에 투자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인식이 범국민적으로 확산돼야 한다. 남아메리카에서 금을 캐던 스페인은 망했지만 산업혁명을 통해 기업을 일으킨 영국은 부흥했다. 미국의 산업 경쟁력이 강한 이유도 국민들이 부동산보다 주식투자에 노후를 맡기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업 지배구조다. 물적분할이나 자회사 상장 관행으로 인해 지배구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크다. 그렇다보니 우리 벤처업계에 꼭 필요한 복수의결권 제도의 국회 통과가 미뤄지고 있다. 부대조건도 점점 더 많이 달리고 있다. 자칫 제도는 도입했지만 성과는 부진한 '일반 지주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크다. 차라리 지분 상속과 자회사 상장을 하지 않는다는 조건만 달고 복수의결권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

최 대표=국민들도 스타트업 투자를 보다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나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예전에 스타트업에 모태펀드가 투입됐을 때 욕을 많이 먹었다. 왜 그런 위험한 곳에 공적자금을 넣는냐고. 그런데 지금 보면 수익률이 국민연금만큼은 아니더라도 투자한 80%기업에서 수익이 나고 평균 수익률은 6~8%대로 시중금리 1.5% 보다 좋다. 오히려 공적 재원의 안정성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런 평균 수익률에 수렴하게 국민들이 직접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제도적으로 열어주자. 이를 통해 국민들이 스타트업이 어떻게 성장해, 이 성장의 과실이 우리나라 경제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알게 되면 이전보다 훨씬 더 스타트업에 대해 우호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영역에서 일어나는 '머니게임'이 아니라 '디지털경제(인터넷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경제활동)는 이런 방식으로 작동하는구나'라는 것을 알 게 될 것이다.

강 회장=동의한다. 유동자금이 몰렸던 부동산에서 스타트업 투자로 물꼬를 터 경제·산업성장에 도움도 주고, 수익률로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투자의 패러다임도 분명 바뀔 것이다. 이는 메가펀드를 조성하는 데 있어 필요한 사회적인 합의도 이끌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세제 혜택도 당연히 따라야 할 것이다. 지금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냥 연말 소득공제 수준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곽노성 연세대학교 글로벌인재대학 객원교수, 방역 수칙에 맞춰 개별 인물사진을 촬영했다/사진=김휘선 기자
곽노성 연세대학교 글로벌인재대학 객원교수, 방역 수칙에 맞춰 개별 인물사진을 촬영했다/사진=김휘선 기자

-해외에선 합법인 신사업이 국내에선 불법인 경우가 많다.

최 대표=글로벌 시장에선 유니콘, 데카콘이 펑펑 나오는 데 우리는 이해관계 충돌로 사업을 못하니 여전히 초기 스타트업 단계에 머물러 있는 업종과 분야가 많다. 규제 샌드박스 등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해서 그렇다. 이해 관계 충돌이 있는 문제는 거의 한 발자국도 못 나가고 있다. 오히려 법을 바꿔 할 수 있었던 합법적인 사업도 못하게 막은 사례들도 있다. 규제샌드박스로 A를 풀어줬다가 문제가 되면 누가 책임지냐는 식이다 보니 작동이 아예 멈췄다. 새 정부가 굉장히 단호한 의지와 사회적 설득 의지를 가지고 이 부분을 개선하지 않으면 사실상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곽 교수=그런 문제를 풀려면 '근거 기반 규제'가 필요하다. 규제샌드박스를 하는 이유는 일단 해보고,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보고, 그 결과에 따라 규제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거다. 문제가 없으면 당연히 허용하는 거다. 그것이 근거 기반 규제다. 근거 기반 규제를 하려면 실증특례를 할 때 '이번 실증을 통해 뭘 확인할 것인가'가 명확하게 나와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에서 하는 실증특례를 들여다 보면 뭘 확인하겠다는 얘기가 없다. 그러니 끝나고도 달라지지 않고 '우리나라에 실증 특례는 없고 그냥 임시허가만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강 회장=한국에서 기업하고 싶은데 규제가 있으니까 자꾸 해외로 갈 수 밖에 없다. 곽 교수님이 지적한 나쁜 해외진출 사례다. 이렇게 해외로 자꾸 나가버리고 난 후에 규제를 바꾸면 이미 늦다. 기업이 불편한게 무엇인지 살피고, 특히 해외에 없는 규제는 우리도 없애야 한다. 규제 혁신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새로운 컨트롤 타워가 있어야 한다. 현재 국무총리 산하에 위원회가 있지만 거의 유명무실하다. 민간인이 참여하는 국민위원회 형식의 규제 개선기구가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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