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거 없으면 일 못해요"…코로나로 뜬 '협업툴'의 진화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2.08.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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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트렌드]거스를 수 없는 대세 '협업 솔루션'…업그레이드로 업무·인사·노무 등 조직문화에 강한 영향력

[편집자주] 혁신은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오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너울로 변해 세상을 뒤덮습니다.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를 발굴하고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분석해 미래 산업을 조망합니다.

# 최근 코로나19(COVID-19) 확진자가 20만명 훌쩍 넘자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 대표 A씨는 비대면 업무 프로세서를 도입키로 했다.주변의 추천을 얻어 한국은행에서도 쓰는 사스(Saas·서비스형소프트웨어) 협업 솔루션 '두레이'를 써볼까 고민 중이다. 화상회의는 물론 메일·메신저·캘린더·주소록 등의 편의성 기능은 물론 금융업 특성상 보안 기술 수준도 꼼꼼히 따져볼 계획이다.

예전 직장인들의 업무툴(도구)이라면 워드·엑셀·파워포인트가 거의 전부였다. 하지만 지금은 오피스 소프트웨어(SW)만으로 일하는 시대는 지났다. 비대면 근무 확산으로, 팀의 업무를 원격으로 연결해주는 '협업툴'이 필수화되면서다. 협업툴은 메신저나 이메일, 파일과 일정 공유, 화상회의, 전자결재 등 원격근무에 필요한 기능을 하나로 합친 서비스를 말한다. 카카오톡이나 각기 다른 포털에서 제공하는 이메일, 클라우드 등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개별 서비스들이 있지만, 원격근무 비중이 높아지면서 보안, 공사(公私) 구분, 글로벌 지사 간 소통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유료 협업 툴을 찾는 기업이 늘고 있다.

시스코 보안·협업부문 지투 파텔 부회장은 "머지않아 직원 98%가 재택과 현장 출근이 혼합된 하이브리드 업무방식을 채택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협업 솔루션의 중요성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국내외 협업툴 시장을 조망했다.

협업툴 이미지/자료=게티이미지뱅크
협업툴 이미지/자료=게티이미지뱅크


전세계 협업툴 시장 57조…국내는 5000억원 초기 시장 형성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엔마케츠에 따르면 전 세계 협업툴 시장 규모는 지난해 472억 달러(약 57조원)에서 오는 2026년 858억 달러(103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불과 5년 만에 2배 증가한 셈이다. 국내 협업툴 시장은 약 5000억원(2021년 기준)으로 초기 시장 단계로 추정된다.

협업툴은 기업 규모·성격 등에 따라 선호 브랜드가 다르다. 이를테면 국내 스타트업의 경우 토스랩의 '잔디(JANDI)'를 주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스랩에 따르면 잔디의 국내 고객사는 넥센타이어, 한샘 등 30만곳으로 토종 협업툴 중 업계 1위다. 하지만 아직 국내 협업툴 플랫폼 간 시장점유율이 공식적으로 파악되지 않아 업계 선두를 단정하긴 이르다는 반응도 있다.

잔디의 특징은 클라우드를 통해 전사 자료를 모두 저장할 수 있다는 것. 사내 서버에 협업용 공간을 별도로 구축하지 않아도 돼 IT솔루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주제별 대화방'을 통해 목적한 업무와 관련한 직원들을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에 모아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 또 승인과 반려, 확인 요청, 감사 인사까지 이모티콘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최근 대만과 일본 시장에도 진출했다.

NHN두레이의 '두레이'는 보안이나 연구협업에 특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대와 카이스트(KAIST),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은행 등 공공연구 및 금융기관 위주로 보급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공공분야 1위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백창열 NHN두레이 대표는 해외 협업 플랫폼과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국내 보안 인증은 물론 클라우드 국제 표준 CSA STAR 골드 등급 획득하는 등 보안성 검증이 까다로운 국내외 환경에 적합하게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기관의 경우 보통 망분리 환경에서 업무를 진행해 사스형 협업툴은 외부망에서 활용하는 제약이 있었다"며 "두레이는 내부망에서도 안전하게 두레이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해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카오는 2020년 9월 '카카오워크'를 출시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영향력을 앞세워 빠르게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다. 마드라스체크의 '플로우'는 지난 6월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협업툴 국내 다운로드 수 기준으로 잔디, 카카오워크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회사는 현대차·기아, 현대모비스, 에쓰오일, DB금융투자, 포스코 등 다양한 규모와 업종의 기업 20만곳 이상이 가입돼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후발 주자지만 스윗과 샤플앤컴퍼니 등이 각각 약 260억원(시리즈A), 60억원(시리즈A)의 투자를 유치하며 선두권 진입을 위해 애쓰고 있다.



AI로 100개 국어 통역, 회의시간 분석까지…영향력 높이는 협업툴


전 세계적으로는 작년 7월 세일즈포스에 인수됐던 '슬랙(Slack)'이 유명하다. 해외 협업툴 시장점유율 1위는 단연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팀즈'이나 2위 슬랙이 가파르게 치고 올라가는 모습이다.

슬랙은 이메일 방식의 업무를 메신저 기반으로 전환했다는 평가를 받는 원조 협업툴이다. 슬랙은 메시지에 체크박스, 엄지 손가락과 같은 이모지로 회의 안건에 대한 긍정, 부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디자인해 빠른 의사결정을 돕는다. 현재 포춘 100대 기업 중 절반 이상의 기업이 슬랙을 쓰고 있으며, 국내에선 롯데ON, 우아한형제들 등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슬랙은 지난달 23일 '슬랙투어 2022 코리아(Slack Tour 2022 Korea)'라는 제목의 웨비나에서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활성화된 채널은 3500개에 달하며 월 메시지수는 249만개"라며 "슬랙에서 '배민 선물하기' 기능을 추가하는 등 발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슬랙과 함께 동종의 협업툴 '큅(Quip)'을 인수한 세일즈포스는 최근 기업들의 데이터 기반 협업을 지원하는 '슬랙-퍼스트 커스토머 360(Slack-first Customer 360)'을 새롭게 내놨다. 메신저 등으로 다른 부원들과 신속하게 소통하면서 대화 중 필요한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불러와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세일즈포스 CEO(최고경영자) 마크 베니오프는 "디지털 시대의 기업은 단순히 협업툴을 도입하는 것만으로 업무 생산성과 성과 모두를 향상시킬 수 없다"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협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 전체 업무 프로세스를 바꿔야 하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스코는 국가별 지사 관리업무가 중요한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AI(인공지능)로 100개 국어를 실시간 통역하는 기능을 넣은 영상회의 솔루션 '웹엑스'를 선보였다. 외국인 클라이언트와 회의를 하는 상황에서 음성인식 AI 비서 기능인 '웹엑스 어시스턴트'는 음성명령만으로 회의실을 예약하고, 대화 음성에 맞춰 실시간 번역 자막을 화면에 띄운다. 또 누구와 가장 많은 회의를 했는지, 일주일에 몇 시간이나 회의를 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는지 등 일의 집중도 관련 그래프도 제공한다.

백창열 대표는 "앞으로 협업툴은 효율적인 재무솔루션, 데이터분석·시각화 등 기존 세부 기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장치를 계속 추가해 나가면서 조직문화와 업무방식, 인사평가, 노무관리 등에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며 "협업툴은 이제 필요충분 조건이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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