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치킨집 말고 '시니어창업'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2.08.16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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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아마, 국민의 98%가 창업 할걸요."

머니투데이의 미디어 액셀러레이팅 플랫폼 '유니콘팩토리'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준익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의 말이다. 자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일생에 한번은 직·간접인 창업을 경험하게 된다는 얘기다. 이 말 앞엔 "치킨집이 됐든, 편의점이 됐든"이 붙기도 한다. 어떤 세대는 '창업을 한다'보다는 '창업에 내몰린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우리 주변에선 은퇴 후 받은 퇴직금으로 뭘하든 간에 작은 상가라도 일단 차려 보자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으니까.

이런 얘기가 새삼 나왔던 이유는 점심 자리에서 김 교수가 풀어놓은 '시니어(만 40세 이상) 전문창업 과정'의 경험담 때문이다. 시쳇말로 '웃픈'(웃기면서 슬프다) 일화를 소환하면 이렇다. 직장인 MBA와 같은 형태로 마련된 이 과정에 참여한 학생은 주로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고위직 임원들이다. 개강 첫 날, 간혹 버럭 화를 내는 일부 학생들이 있다고 한다. 회사에서는 경력개발 과정이란 얘기만 듣고 왔다가 창업과정이란 것을 알게 되면 지레짐작 '명퇴 신호'로 받아들인다는 거다. 그런데 김 교수에 의하면 그런 분들이 대개 과정이 끝날 무렵, 함께 배운 학우들과 협동조합을 설립하거나 투잡 형태로 공동창업에 나선다고 한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창업에 대한 인식 전환과 함께 체계적인 실전 준비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일 테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직장인들은 '평생직장이 없다'는 현실을 몸소 느꼈다. 기업 외부환경이 바뀌면서 고용 불안은 가중되고, 조기 퇴직 등 평균 퇴직연령이 해마다 앞당겨지고 있다. 고용을 유지하는 것, 신규로 채용하는 것 둘 다 쉽지 않은 요즈음이다. 앞 사례처럼 회사가 돈을 들여가며 두 번째 인생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유니콘팩토리의 간판 코너인 '스타트UP스토리'에도 시니어 창업 사례가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수십조를 주무르던 투자은행의 임원에서 프랍테크(Property+Technology, 부동산기술) 스타트업 대표로 변신한 정성욱 살다 대표를 꼽을 수 있다. 50대인 정 대표는 삼성물산 (122,800원 ▲1,200 +0.99%), SC제일은행 등에서 임원으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렇게 살다가 은퇴한 뒤 모아둔 돈과 연금을 받으며 여유 있는 노후를 누릴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왜 돌연 창업의 길을 택했냐'고 묻자 "뭔가를 직접 만들 때의 참재미를 느끼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창업에 나섬에 있어 나이는 숫자일 뿐이고,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그를 통해 하게 됐다. 본업과 연관된 시니어창업이라면 청년창업보다 생존율이 높아 투자자들의 호응도 높은 편이다.

최근 '제2의 벤처 붐' 확산과 맞물려 업계에선 청년창업에 이어 시니어창업도 양성화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시니어들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갖게 된 노하우를 활용한 스타트업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말처럼 변화를 감지할만한 게 없다는 지적이다. 직장에서 허리쯤 되는 중장년이 얻은 경험·노하우가 은퇴 후 사장되는 것은 결국 국가적인 손해다. 시니어가 외식·서비스 등 소자본 창업으로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시니어창업도 청년창업처럼 장기적 관점의 육성책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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