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韓 딥시크 출현 해법, 퇴직연금 벤처투자에 있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기사 입력 2025.02.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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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제공=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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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설 연휴 국내외 증시를 뒤흔든 중국 딥시크(DeepSeek)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딥시크의 AI(인공지능) 모델 R-1은 오픈AI의 GPT-4 개발비용의 1/18 수준으로 미국 중심의 AI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이는 한국 스타트업에게도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될 전망이다.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 AI스타트업과 경쟁해야 하는 한국 AI스타트업들은 대규모 AI모델을 개발하는데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다. 벤처캐피탈(VC)의 투자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세계 증시를 주도하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등은 모두 벤처·스타트업 출신이다. 이들이 미국 경제의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고 전세계 자본을 미국으로 집중하는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한 데에는 VC의 초기 투자가 있었다. VC가 단순 '모험자본'이 아니라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임을 방증한다.

국내 VC의 자본력을 키우기 위해선 퇴직연금과 같은 연기금이 벤처시장에 유입돼야 한다. 현재 한국의 퇴직연금 시장규모는 약 430조원에 이르지만 최근 5년간 평균 수익률은 2%대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수익률은 마이너스인 셈이다. 대부분 원리금 보장형인 현금(예적금)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흔히 벤처투자라고 하면 고위험 투자수단으로 인식되지만 실제 데이터는 다르다. 최근 5년간 국내 벤처펀드의 청산수익률은 평균 9%대다. 외환위기(1997년)와 금융위기(2008년) 같은 경제적 충격 속에서도 손실을 기록하지 않았다. 특히 상위 25% 우수 벤처펀드의 수익률은 20%를 초과하는 경우도 많다. 벤처투자는 단순한 고위험 투자수단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성과 높은 수익성을 모두 갖춘 투자수단이라는 말이다.

실제로 미국, 영국 등 주요국의 퇴직연금과 연기금은 벤처투자에 적극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은 우버, 에어비앤비 등 유니콘 기업에 투자해 높은 성과를 거뒀다. 이는 국내 퇴직연금이 벤처투자에 적극적으로 자산을 배분해야 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퇴직연금이 벤처펀드에 투자하면 '안정성'과 '수익성', '공익성'을 동시에 실현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먼저 낮은 수익률 문제를 해결해 퇴직자들의 노후자산을 안정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다. 또한, 벤처투자 활성화를 통해 우수한 스타트업 창업을 촉진하고 국가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수 있으며, 나아가 벤처생태계 활성화를 통해 국가 차원의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퇴직연금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출자된 퇴직연금을 운영할 VC는 수익성, 안정성, 투명성을 반영해 엄격하게 선별해야 하며, 철저하고 투명한 수익률 공시와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투자위험을 줄이기 위한 세제 혜택과 투자위험 보험 도입, 투자비율 제한 등 구체적인 안전장치 마련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벤처투자 데이터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 연기금과 협력해 출자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글로벌 AI 경쟁 속에서 연기금의 벤처펀드 출자 확대는 한국에서도 딥시크와 같은 세계적인 AI스타트업의 출현 가능성을 높인다. 연기금의 출자 확대를 통해 국내 VC의 투자 역량이 강화되고 대규모 AI 연구개발을 지원하면 국내 AI 생태계도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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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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