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과 헤어질 결심...상환 떼고 전환우선주 택한 대형 VC, 이유는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5.01.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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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환전환우선주(RCPS)와 전환우선주(CPS) 비교/그래픽=김지영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전환우선주(CPS) 비교/그래픽=김지영
#총 운용자산(AUM) 1조원이 넘는 대형 벤처캐피탈(VC) A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스타트업에 대한 주요 투자수단을 상환전환우선주(RCPS)에서 전환우선주(CPS)로 바꿨다. RCPS로 투자했을 때 부작용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A사는 현재 투자심사위원회도 CPS를 기준으로 진행하고 있다.

6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24년 11월말 누적 기준 신규 벤처투자액은 5조6411억원, 이중 67.5%가 우선주로 투자됐다. 우선주의 상당수는 RCPS다.

RCPS는 일정 기간 후 기업의 상태에 따라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환권'(Redemption Right)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C, Conversion Right)이 모두 있는 증권이다.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상환권이 안전장치로 있다는 점에서 VC의 주요 투자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A사가 RCPS 대신 CPS를 선택했다. A사 관계자는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 특성상 상환권은 실질적인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오히려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방해하는 요인이라 판단해 CPS로 전환했다"고 말했다. 알토스벤처스 등 대부분의 외국계 VC도 상환권 없는 CPS로 투자하고 있다.

RCPS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상 부채로 분류된다. 상환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대규모 투자를 받고도 오히려 자본잠식이 커지는 경우가 왕왕 일어난다. 반면, 리픽싱 조항 여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상환권이 없는 CPS는 자본으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곤욕을 치룬 스타트업도 있다. 이커머스 플랫폼 컬리와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다. 두 스타트업은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 중순 자본잠식의 주요 원인이 RCPS였음에도 불구하고, 티메프와 동일 선상에 비교돼 곤욕을 겪은 바 있다.

A사 관계자는 "RCPS는 부채로 잡히는 탓에 후속 투자유치 등 자금조달하는데 걸림돌이 된다"며 "기업공개(IPO) 단계에서 RCPS를 보통주를 전환하는데 주주 간 잡음도 많다"고 말했다.

상환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A사의 이런 결정에 한몫 했다. 상환권은 회사가 배당가능한 이익 범위 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다. 즉, 배당가능한 이익이 없으면 상환의무도 발생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성장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에 상환권을 행사하는 건 어렵다.

한 VC 관계자는 "상환권 행사의 한계는 모든 VC가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RCPS를 선택하는 것은 최소한의 보호장치를 요구하는 출자자(LP)의 입김이 크다"며 "우선적으로 LP의 인식을 개선하지 않으면 주요 투자수단을 CPS로 전환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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