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려면 베팅하라"...벤처투자 화두로 떠오른 '페이투플레이'

김태현 기자 기사 입력 2024.12.22 14:00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공유하기
글자크기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연도별 건당 신규 벤처투자액/그래픽=이지혜
연도별 건당 신규 벤처투자액/그래픽=이지혜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국에서 진행된 벤처투자 중 17%가 직전 투자 때보다 낮은 기업가치로 진행되는 '다운라운드'로 집계됐다. 최근 10년새 최고치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다운라운드가 올해 하반기부터 급증하는 추세다.

그러나 다운라운드를 진행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치열한 '페이투플레이'(Pay-to-Play) 조율 과정이 필요하다. 페이투플레이란 말 그대로 '기존 주주의 위치를 지키고 싶다'(플레이)면 '투자를 하라'(페이)는 것. 주로 신규 투자자들이 기존 투자자들에게 요청한다. 내년 더 많은 다운라운드가 예상되는 만큼 페이투플레이와 관련된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규 투자유치 위한 불골쇄신…"'아군' 설득 제일 어려워"


22일 VC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다운라운드 사례로는 지난달 말 70억원 규모의 시리즈C 브릿지 투자에 성공한 비대면 세탁 서비스 '세탁특공대'를 운영 중인 워시스왓이 있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위벤처스의 주도로 UTC인베스트먼트와 스트롱벤처스 등 기존 투자자가 참여했다. 신규 투자자로는 우리금융캐피탈과 프롤로그벤처스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서 워시스왓의 기업가치는 직전 투자 유치 때보다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VC 업계에 따르면 2021년 175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할 당시 워시스왓의 기업가치는 약 1000억원이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한 투자자는 "2021년 당시 때와 비교하면 자금조달 환경이 바뀐데다 런웨이가 바닥을 보이고 있는 만큼 다운라운드로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운라운드를 진행하면서 페이투플레이가 적용됐다. 페이투플레이에는 통상 2개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신규 투자자도 기존 투자자처럼 더 낮은 가치에 투자금을 납입하던가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유는 RCPS의 보통주 전환비율 때문이다.

한 VC 관계자는 "신규 자금 투입을 위해 주당 발행가액을 낮추면 기존 투자자에게 발행해야 할 주식 수는 늘어나게 된다"며 "신규 투자자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상황은 페이투플레이 상황에 동의하지 못하는 기존 투자자가 나올 경우다. 이럴 경우 다운라운드로 기업을 살려야겠다고 생각하는 기존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설 수 밖에 없다. 만약 제때 설득을 하지 못하고, 투자를 받지 못할 경우 폐업 이외 선택지는 사라진다.


내년 다운라운드 쏟아진다…"업계 내 컨센서스 필요해"


내년에는 더 많은 다운라운드가 예상된다. 2021~2022년 벤처투자 호황기 비싼 몸값으로 투자를 받았던 스타트업들의 런웨이가 막바지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투자 유치가 시급한 시점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VC협회)에 따르면 2021년, 2022년 건당 벤처투자액은 각각 32억원, 27억원이다. 2023년 24억원, 2024년(10월말 기준) 25억원과 비교해 높다. 그만큼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 받은 것. 실제 2022년에만 7건의 신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탄생했다.

한 바이오 전문투자 VC 임원은 "바이오 스타트업 같은 경우 벤처투자 한파가 좀 더 일찍 오면서 다운라운드가 빈번하게 진행됐다"며 "이제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다른 산업군 내 스타트업도 다운라운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내년에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VC 간에 페이투플레이와 관련한 컨센서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VC 임원은 "미국 같은 경우 사전에 투자계약서에 일종의 페이투플레이 같은 조항을 넣는 경우가 꽤 많다"며 "혁신기업이 살아날 길이 있다면 도와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출자자(LP)들은 통상 기존 투자 조건과 비교해 불리한 다운라운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라며 "그러나 투자 유치 기회를 잃고 감액된다면 그 자산은 '0'으로 수렴한다. 좀 더 대승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워시스왓  
  • 사업분야엔터∙라이프스타일
  • 활용기술기타
  • 업력***
  • 투자단계***
  • 대표상품***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워시스왓' 기업 주요 기사

관련기사

이 기사 어땠나요?

이 시각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