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연구자 창업 촉진으로 지역소멸 위기 대처해야

최종인 국립한밭대 융합경영학과 교수 기사 입력 2024.10.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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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세계 10대 부호 중 여전히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이 몇이나 될까. 1990년 최고 부자는 182억 달러(약 25조원)를 소유한 미국 월턴 가문이었고, 그 뒤로 일본인 4명, 캐나다인 2명, 한국인 신격호 회장 한 명이 포함돼 있었다.

30년이 흐른 2020년 그 순위는 새로운 인물들로 바뀌었다. 10명 중 8명이 미국인으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메타 최고경영자(CEO) 마크 주커버그,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 등이 포함됐다.

단순히 사람만 바뀐 게 아니라 부의 규모도 10배 더 증가했다.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시장 창출이 급격한 '부의 이동'을 초래한 것이다. 이는 기술 기반 창업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후 평생직장이 사라지는 위기감 속에 정부의 창업 정책과 과감한 지원은 안정적 직장이라 믿었던 공공 연구자들의 창업의욕을 북돋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출신 창업가들은 수백 명에 이른다. 대학교수 창업과 그 제자들의 창업도 활발하다.

대전 한밭대학교 화학과 박장우 교수는 대학원생과 '나노신소재'라는 회사를 창업해 현재 시가총액 1조원을 넘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서울대 권욱현 명예교수는 130명의 대학원생을 지도하면서 40명의 학생 벤처창업을 이끌었고, 10여개 대표 벤처 창업스토리를 보유하고 있다.

딥테크(첨단기술) 기반 스타트업은 매출과 성장세, 신규 고용, 후속 투자유치 등에서 파급효과가 일반적인 창업기업보다 훨씬 크다. 그런 만큼 창업 후 맞이하는 '죽음의 계곡' 난관을 극복하도록 기술-제품-시장 간의 연계성을 높이는 정부 정책과 지원이 절실하다.

애석하게도 현행 법령은 특허 중심 기술이전 및 사업화에 치중하고 있어 제약이 있다. 따라서 대학 및 출연연 연구성과가 경제·사회적으로 파급되려면 '연구성과 기반 연구자 창업'을 활성화하는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지역소멸 위기 시대에 지역마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라도 지역 대학과 공공연구기관 연구자들의 창업을 통한 공공 기술사업화 노력은 필수적이다.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연구개발 예산 중 기술사업화 관련 예산은 2.3%에 불과하다. 이를 과감하게 10% 상향시키는 목표를 정하고 접근해야 한다. 이를 통해 기술주도형 창업, 시장견인형 창업 성과가 극대화될 수 있고, 수도권과 지역에 지·산·학 협력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지역의 우수기술을 가진 연구자들이 긴 호흡으로 기술 기반 창업을 하고, 위험에 따른 합당한 보상도 받으며, 소속 기관과 결실을 공유함으로써 지역에도 기여하는 선순환형 연구성과 확산에 관한 법률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향후 2050년 '부의 이동'을 내다보면서 좋은 일자리는 이와 같은 연구자 창업 촉진 정책과 입법으로 나타났으며, 지역소멸의 현실적 대안이었음을 증명해보이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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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최종인 국립한밭대 융합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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