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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족 같은 규제" 공정위 '티메프 방지책'에 플랫폼 스타트업 반발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4.09.0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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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 분야(플랫폼-입점업체)-대규모유통업법 개정/그래픽=이지혜
갑을 분야(플랫폼-입점업체)-대규모유통업법 개정/그래픽=이지혜
벤처·스타트업 업계가 정부의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정산기한 및 대금관리 규제 방안에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벤처·스타트업을 위해 중소형 플랫폼들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겠다고 했지만 규제 자체가 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해외 이커머스에 대한 역차별 문제도 제기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9일 당정협의를 통해 플랫폼 독과점 및 갑을 분야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 추진방향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공정위는 일정규모 이상의 이커머스를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켜 정산기한 준수 및 대금 별도관리 의무를 부여하기로 했다.

규제를 적용받게 될 이커머스의 기준은 아직 미정이다. 공정위는 연간 거래액 1000억원 이상 또는 거래수익 100억원 이상(1안), 또는 연간 거래액 1조원 이상 또는 거래수익 1000억원(2안) 중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대부분 이커머스가 예외 적용 못 받을 수도"


업계는 공정위의 이 같은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공정위가 제안한 기준안 중 1안인 '중개거래수익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액 1000억원 이상'이 결정될 경우 대다수 기업이 예외 적용을 받지 못해서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이커머스 특성상 사업이 조금만 커져도 연거래액은 1000억원을 금방 넘긴다"며 "1000억원 이상으로 정해지면 대부분 이커머스가 규제를 적용받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기준안이 되더라도 스타트업 성장과 플랫폼 산업을 옥죄는 '전족'같은 규제가 될 것이란 비판도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관계자도 "빠르게 성장하는 벤처·스타트업의 특성상 초기 스타트업들도 몇 년 뒤에는 해당 규제를 적용받을 것이라고 예상할 것"이라며 "스타트업들이 조만간 규제를 받을 거라고 미리 대비해야 한다면, 예외가 별다른 혜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외 기준에 근거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기준 자체가 어떤 분석이나 실태를 파악한 뒤 나온 결과가 아니고, 대략 이 정도면 되겠다는 추정으로 나온 것 같아 우려된다"며 "왜 이런 기준을 정해야 하고 어떤 결과가 예측되는지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75% 감소한 플랫폼 산업 투자…"외산에 밀려 경쟁력 더 잃을 수도"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사태 재발방지 입법방향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민국 정무위 간사, 윤한홍 정무위원장, 김 정책위의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남동일 사무처장. /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사태 재발방지 입법방향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민국 정무위 간사, 윤한홍 정무위원장, 김 정책위의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남동일 사무처장. /사진=뉴스1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업계가 예외 규정마저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관련 규제가 이커머스 산업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커머스들은 대부분 정산 대금을 일시적으로 판촉·할인 등 소비자 편익에 활용해 성장하고 있다. 규제가 생기면 국내에서만 이런 전략을 활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커머스 등 플랫폼 산업의 스타트업들은 최근 성장 둔화를 겪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자체 집계에 따르면, 플랫폼 스타트업 투자는 2021년 5조4925억원(314건)에서 2023년 1조2486억원(226건)으로 급감했다. 전체 벤처투자에서 플랫폼 스타트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55.7%에서 8.9%까지 줄었다.

특히 최근에는 C커머스 등 해외 플랫폼까지 등장하면서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진 상태다. 여행 플랫폼 관계자는 "해외 플랫폼들은 정산 기한, 대금관리 관련 규제를 받지 않아 상대적으로 이득"이라며 "해외 플랫폼들이 공격적으로 국내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업계가 규제를 신설하는 대신 기존 규제로 관리·감독을 강화하자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재화 또는 용역의 정산을 대행·매개하는 플랫폼들은 이미 전자금융거래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전자금융거래법이 유동성, 자산건전성 등을 충족하지 못하면 제재를 받는 만큼, 티메프 같은 사태를 막는 데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관계자도 "규제 대신 이커머스의 유동성이나 자산건전성 등을 투명화해 문제가 있는 이커머스는 셀러들에게 선택받지 못하고 자연 도태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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