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잡다 유통업체 다 잡는다"...전문가들 과잉 규제 한목소리

김민우 기자 기사 입력 2024.08.2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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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과 위메프(이하 티메프) 미정산 사태 발생 이후 정부가 준비 중인 제도개선 방안이 소잃고 외양간 고치려다 모든 외양간을 다 부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인해 이번 사태와 관련없는 다른 유통업체들의 경쟁력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1일 서울 종로에서 열린 서강대학교 ICT법경제연구소가 주관한 '유통 규제 개선 포럼-티메프 사태 관련 긴급 좌담회'에서 "정부의 대책은 판매자와 소비자를 보호하면서 다른 이해 관계자들의 양보나 희생을 요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회계투명성, 공시제도 개선, 금융관리감독 강화 같은 방안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까지 나온 대책의 방향성을 보면) 아예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 같다"며 "모든 이커머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건 정상적인 외양간을 다 때려 부수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이커머스의 부실이 판매자·소비자에게 전이되는 부작용을 막고 전자상거래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개선 방안을 내놨다.

제도개선의 방향은 크게 △이커머스업체(통신판매중개업자), PG사에 대한 정산기한 도입 및 판매대금 별도 관리 의무 신설 △PG사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상품권 발행업체 규율 강화 및 소비자 보호 강화 △우수 이커머스 인센티브 신설 및 판매자 보호조치 강화 등이다.

특히 공정위는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에 플랫폼 중개업자를 포함하고 판매대금 정산기한 준수와 판매대금 별도 관리의무를 규정하는 한편 이머커스 정산주기를 오프라인 유통업체보다 짧게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이 문제는 티몬과 위메프에 한정된 특이한 문제"라며 이같은 정부의 제도개선 방향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이날 참석한 다른 전문가들도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해 이커머스를 규제할 경우 대규모 유통업법의 적용을 받는 다른 유통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공통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심재한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온라인이 아닌) 현실 세계에서도 어음, 외상거래 등 즉시 대금결제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티메프 사태를 계기로 전자상거래에 일반 거래보다 짧은 정산주기를 도입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거래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현재 시점에 현실에서 작동하는 경제원칙과 괴리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품권, 여행상품 등은 팔리는 시점과 사용시점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러면 정산기준을 언제로 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는다. 정산기일 단축하는 게 말은 쉬은데 실제 적용하고 법제화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여행상품의 경우 8월에 소비자가 구매했더라도 1년 뒤에 상품권을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 경우 정산시점을 판매일로 정할지 사용시점을 기준으로 정할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대규모유통법은 판매일을 기준으로 상품이 팔린 달 마감일 기준 40일, 직매입의 경우 60일 이내에 판매대금을 정산하도록 하고 있다.

판매대금 별도관리 의무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현규 김앤장 변호사는 "통신판매중개업에 에스크로가 도입되면 거래구조가 유사한 특약매입, 위수탁거래, 매장임대 등에도 에스크로 도입해야 한다는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며 "티메프에 문제가 있다고 문제가 되지 않은 온라인 업체에 강력한 규제를 도입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또 "미국에도 별도 에스크로 제도를 도입하지 않고 있고 정산주기도 짧으면 14일에서 길게는 90일로 업체마다 다르다"며 "정산대금 별도 관리는 안전한 제도이긴 하지만 지급보증 등 여러 대안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사업자들은 자금을 활용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사업자들에게만 너무 강력한 규제를 지우는 게 다른 문제는 없을지 고려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동익 선운 변호사도 "데이터는 주권"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중개플랫폼 주도권을 해외에 빼앗기게 될 경우 세계적으로 경쟁하는 시장에서 우리가 무엇을 사는지, 무엇을 쓰는가에 대한 정보를 국내에서 보유하지 못하고 외국에 넘겨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에만 과도한 규제를 적용할 경우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성장하기 어렵고 이 경우 데이터 주권도 빼앗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변호사는 "디지털경제는 국가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보니 자국 플랫폼이 없는 국가들이 외국 플랫폼을 규제하는 나라가 많다"고 말했다.

박정서 김앤장 변호사는 "피해수습과 제도개선이 동일한 타임라인으로 갈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적인 경우였다면 공정위도 법개정으로 해결하기보다 표준약관이나 표준계약서에 대금 관련 약관을 넣고 시장에서 사업자들이 각자의 상황에 맞춰 대금결제 시스템을 정비할 시간을 줬을 것"이라며 "워낙 파급력이 큰 사안이다보니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정부의) 방향이 정해졌으니 줄기는 유지되겠지만 개정안에는 굵은 줄기만 설정하고 가급적 세세한 건 하위 법령에 위임하고 관련 업계의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치면 좋겠다"며 "대규모유통업법에 이커머스를 포괄하겠다는게 쉬운 문제는 아니라서 일몰규정 넣어서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프로세스를 만들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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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김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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