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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한국도 '리틀 테크'를 위한 선물이 필요하다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기사 입력 2024.07.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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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칼럼]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얼마 전 블루포인트가 투자한 스타트업 가운데 몇몇이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플립'(Flip)을 마쳤다. 투자계약 조건부터 문화까지 세세한 부분이 달라 지원에 애를 먹었다. 이 과정에서 창업팀이 플립을 결정하도록 만든 실체적 고민도 듣게 됐다. 한국에서는 규제가 심해 언제까지 사업을 키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 투자한 팀은 국내 규제 때문에 처음부터 미국시장을 공략하기도 했다. 나고 자란 터전을 떠나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도 더 큰 꿈을 좇는 이들에게 응원과 지지의 말을 건넬 뿐이었다.

'규제공화국'이라는 말도 구문이 된 지 오래, 타다의 혁신 시도가 좌절된 지 수년이 흘렀지만 한국의 규제중심주의는 여전하다. 아무리 혁신적 아이디어라도 사업단계에서는 각종 규제에 막혀 움츠러들기 십상이다. 스타트업 주무부처 장관을 지낸 분마저 "규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공무원들이 인정해야 한다" "규제가 없는 나라에 가서 실증 또는 사업을 해야 한다"고 할 정도다. 더욱이 최근 투자 혹한기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아 스타트업은 자금조달의 어려움과 함께 이중고를 겪는 양상이 뚜렷해졌다.

기존 사업자의 반발이나 규제 완화로 인한 부작용 우려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과 산업의 변화는 '특이점'(Singularity)으로 불릴 정도로 요동치고 있다. 네거티브 규제를 앞세워 불과 10여년 만에 첨단산업 강국이 된 중국의 사례만 봐도 혁신은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자율주행이나 AI(인공지능), 로봇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중국의 기술격차를 따라잡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중국은 우한, 충칭 등 16개 도시에 무인택시 허용구역을 지정해 매달 1000만㎞가 넘는 운행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굵직한 규제 말고도 손톱 밑 가시 같은 촘촘한 규제가 산적해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조차 감을 잡기 어렵다. 일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나오는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 도입을 고민할 시기라고 본다.

이런 점에서 스타트업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최근 '리틀테크'(Little Tech) 논의는 주목할 만하다. 미국 정부가 최근 AI 규제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리틀테크의 성장을 방해하고 '빅테크'(Big Tech)의 독점적 지위만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유명 VC(벤처캐피탈)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리틀테크는 아마존, 구글 같은 빅테크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이제 막 발걸음을 뗀 기술 스타트업을 의미한다.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임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의 성장을 막는 것은 무엇이라도 용납하기 어렵다는 풍토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AC(액셀러레이터)의 효시로 알려진 와이콤비네이터의 개리 탄 CEO(최고경영자)는 정치권 로비를 불사하며 리틀테크를 위한 규제철폐에 앞장서고 있다. 세계적인 VC 안데르센호로위츠는 스타트업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조직을 구성한 것은 물론 '더 리틀테크 어젠다'(The Little Tech Agenda)라는 선언문을 CEO 명의로 내걸었다. 이들은 정부가 오히려 스타트업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미국이 두 번째 전성기를 이룩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세계 최고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구축된 미국에서 리틀테크 논의가 촉발되었다는 점은 당연하면서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정작 많은 이야기와 움직임이 필요한 한국은 조용하니 말이다. 막상 투자사조차 여러 규제에 막혀 스타트업을 위해 마음껏 투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그들과 함께 성장하며 혜택을 누려온 AC로서 작은 목소리라도 내야 할 의무를 느낀다. 한국에도 리틀테크를 위한 규제개혁이라는 선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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