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https://thumb.mt.co.kr/06/2025/01/2025013117494989084_1.jpg/dims/optimize/?1739055669)
최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위기도 본질은 자본의 위기다. 글로벌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돈맥경화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그럼에도 정부와 언론은 개별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에 초점을 맞춘다. 당장의 생존율이야 높일 수 있지만 근본적 해결은 아니다. 모험자본의 구조 점검과 혁신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가 한참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모험자본은 모태펀드·연기금 등 공공자금이 마중물 역할을 했지만 동시에 의존도가 높다. 제도적 설계나 인센티브 부족으로 민간이 충분히 자리잡지 못한 탓이다. 공공자금은 정책 목표에 따라 단기적 성과를 우선하고 리스크를 회피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러한 경직성은 투자사와 스타트업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혁신을 위한 투자 시도에 제약을 가한다.
경기침체로 민간 출자금이 마르면서 VC의 연기금 및 공제회의 출자사업 의존도가 높아졌다. CVC(기업형 벤처캐피탈)가 허용됐지만 민간자금은 아직 대기업 울타리 밖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위축된 시장은 투자 재원의 결성·해산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주요 회수 수단인 기업공개(IPO)는 평균 소요기간이 2012년 12.2년에서 2023년 15.5년으로 오히려 증가했고, 인수합병(M&A)은 자취를 감췄다.
위기의 계절, 새로운 역할의 모험자본은 없을까. 기업성장집합기구(BDC)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BDC는 개인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거래소에 상장한 후 비상장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상장 공모펀드다. 개인이 비상장 스타트업에 간접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스타트업에게는 새로운 투자유치 채널이 된다.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높은 정책자금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공개 시장에 상장되어 상대적으로 회수가 수월하다는 것이 기존 비상장 투자시장의 문제를 완화한다.
실제 미국에서는 BDC, 영국은 유사 제도인 VCT(Venture capital trust)를 통해 스타트업의 자금조달 다변화를 촉진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개인투자자 보호 문제로 BDC 도입에 반대 목소리가 있지만, 운용사가 이해관계를 같이하고 있고 추후 보완도 가능하다. 우려보다는 민간자본 유입으로 모험자본 시장에 불러올 활력이 더 크다고 본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투자기간이 길고 지표가 부족한 초기투자 시장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 BDC와 함께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액셀러레이터(AC)의 상장은 자본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대중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단순히 BDC가 정답이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시대의 흐름과 필요에 맞춰 새로운 형태의 모험자본은 끝없이 시도돼야 한다. 1948년 세계 최초의 VC가 설립된 이래 미국의 모험자본은 멈추지 않고 진화해 왔다. 불과 몇 년 전 세콰이아캐피탈이 꺼내든 '에버그린(Evergreen) 펀드'도 기존 7~10년 존속 펀드의 한계를 깨고자 하는 시도였다.
최근 딥시크(Deep Seek) 쇼크로 전 세계가 '스푸트니크 모멘트'(Sputnik Moment)를 맞이한 가운데, 한국은 모험자본의 역할과 변화를 충분히 고민하고 있을까. 근원적 물음 없이는 혁신의 변곡점에서 뒤늦은 깨달음만 반복하게 될 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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