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이 후드티를 입은 이유[우보세]

김성휘 기자 기사 입력 2023.11.2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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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컴업(COMEUP) 2023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3.1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컴업(COMEUP) 2023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3.11.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지난 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국내 최대 스타트업 행사로 통하는 '컴업 2023' 개막식이 열렸다. 눈길을 끈 것은 주요 참석자들의 드레스코드, 후드 패션이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박재욱 의장(쏘카 대표) 모두 회색 후드 집업(지퍼가 달린 상의)을 맞춰 입었다.

'청바지에 검은 터틀넥' 하면 누구라도 고(故) 스티브 잡스를 떠올릴 것이다. 그것까지는 아니라도 스타트업 CEO(최고경영자)들의 유니폼 같은 옷이 후드 티 또는 집업이다. 후드는 이전부터 보편적이었지만 10여년 전 마크 저커버그 메타(당시 페이스북) CEO가 유명세를 타면서 벤처·스타트업 업계의 패션으로 자리매김했다.

저커버그 스타일은 처음엔 어색해 보였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고 저커버그가 억만장자 반열에 오르면서 후드는 실리콘밸리 특유의 비격식, 자유분방함 등을 드러내는 아이콘이 됐다. 실용적 이유도 있다. 모자 부분이 등 뒤로 걸쳐있는 이 옷은 몸을 조이지 않고 움직이기에 편하다. 덕분에 젊은 창업가와 스타트업 종사자들을 사로잡았다.
(왼쪽부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샘 알트먼 오픈AI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사진=머니투데이DB·SNS
(왼쪽부터)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샘 알트먼 오픈AI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사진=머니투데이DB·SNS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부터 최근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까지 '후드 사랑'이 이어진다. 논란의 중심에 선 샘 알트먼 오픈AI CEO도 있다. 이들이 후드나 티셔츠를 즐겨입는 건 그저 편하기 때문일까. 이 점에선 국내 액셀러레이터(AC)인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의 시각이 흥미롭다.

이 대표는 "나도 후드티에 청바지를 즐겨 입는다"며 "이렇게 입는 가장 큰 이유는 '나는 여러분들이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에서 직급이 가장 높은 사람이 정장을 차려 입고 대표실에 근엄하게 앉아있다고 가정해보자. 회사의 비전이든 위험성이든 과연 누가 자유롭게 말하려고 하겠냐는 문제의식이다.

결국 상대와 눈높이를 맞추고 소통, 공감하는 것이 '후드티 리더십'의 핵심이란 얘기다. 이 장관은 컴업 2023 인삿말에서 "이번에 받은 옷이 조금 큰 것 같다"고 말해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었다. 이 장관도 후드티 리더십에 숨은 뜻을 알기에 보여주기가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후드 패션을 소화했을 것이다.

비록 옷 하나이지만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려는 정부에 주는 메시지가 있다. 혹한기로 불릴 만큼 투자가 어려운 가운데 지역창업 등 가뜩이나 투자유치가 어려웠던 분야는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역기반 스타트업 대표들은 "창업 관련 정보가 수도권에 비해 부족했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정보'를 '인재'과 '돈'으로 바꿔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스타트업이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각종 '서류더미'를 만드는 일에 진땀을 뺀다는 일화도 들린다. 중기부는 물론 모태펀드 집행을 주관하는 한국벤처투자(KVIC) 등이 열심히 해 왔지만 아직 갈 길이 먼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정부와 스타트업 육성기관 관계자들이 수요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함께 성장하겠다는 '후드티 리더십'을 더 많이 보여주길 기대한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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