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대뇌 오가노이드, AI 미래 바꾼다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기사 입력 2023.11.05 18:00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공유하기
글자크기

[UFO칼럼]


최근 10년 동안 인공지능(AI)은 놀라운 발전을 거뒀다. 센서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자율적으로 운전하는 자율주행기술과 같이 인간의 작업을 자동화할 뿐만 아니라 AI의 작품이 미술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AI가 우리 일상에서 사용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나 한계 역시 존재한다. 현재 챗GPT와 같은 초거대 AI는 학습을 위해 일반 가구에서 소비하는 일일 전력량의 10만 배에 달하는 에너지를 소모하며, 그로 인해 약 500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AI는 아직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하지 못하며, 복잡한 문제에 대한 창의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간 수준의 지능을 가지는 AI의 개발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 중의 하나는 뇌의 복잡성이다. 인간의 뇌는 약 1000억 개의 신경세포로 이뤄져 있으며, 이 신경세포들은 뇌의 영역과 기능에 따라 다양하게 동작한다. 또 서로 복잡하게 연결돼 관계 학습 및 예측과 같은 고차원의 인지 기능을 수행한다. 현재의 AI 기술은 이러한 신경세포의 다양성과 신경망의 복잡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는 뇌를 구성하는 다양한 신경세포의 연결 규칙이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뇌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모방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으로 '대뇌 오가노이드'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인간 유도 만능 줄기세포에서 유래된 3차원 조직 모델로,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실험적 모델로 많이 사용되지만, 뇌의 미세구조와 기능을 모방했기 때문에 최근 AI 연구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대뇌 오가노이드는 뇌의 신경세포, 신경교세포, 혈관세포 등을 포함해 인간의 뇌와 유사한 신경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대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AI 연구는 인간 뇌의 작동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인간 수준의 학습 및 추론 능력을 개발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대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AI 연구의 한 가지 방향은 AI의 학습 과정을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과정과 유사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AI 모델을 대뇌 오가노이드에 연결해 학습 데이터를 제공하고, 대뇌 오가노이드의 신경세포 활동을 모니터링해 학습 과정을 이해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2021년에 인디애나대학교 연구진은 대뇌 오가노이드에 연결된 AI 모델을 사용해 수학 방정식을 푸는데 성공했다. 이 연구는 AI 모델이 대뇌 오가노이드의 신경세포 네트워크를 통해 인간의 뇌와 유사한 방식으로 학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대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AI 연구의 또 다른 방향은 AI의 인지 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인간의 뇌 구조와 기능을 더 잘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AI 모델을 설계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연구진은 대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인간의 뇌에서 학습과 기억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연구했다. 이 연구는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경세포 네트워크를 밝혀냈고, 이를 바탕으로 AI 모델의 학습 능력을 향상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현재 대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AI 연구는 인간 뇌와 AI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 수준의 지능을 모델링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함으로써 AI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대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AI 연구를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기술적인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대뇌 오가노이드를 정밀하게 배양하고 조절할 수 있는 기술, 대뇌 오가노이드에서 일어나고 있는 신경 세포의 활동을 관찰할 수 있도록 전극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아울러 대뇌 오가노이드를 통해 두뇌의 효율적인 정보처리 비밀을 밝혀낼 수 있는 분석 및 모델링 기술, 그리고 이러한 정보처리 메커니즘을 전자 소자 및 시스템으로 모사할 수 있는 소자 기술과 설계 기술이 필요하다.

대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AI 연구는 현재 초기 단계에 있지만, 그 잠재력은 매우 크다. 대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인간의 뇌를 더 잘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AI 알고리즘을 개발한다면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대뇌 오가노이드를 다루고 관찰하기 위한 관련 기술들 또한 뒷받침돼야 한다. 이러한 과제들이 해결된다면 대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한 AI 연구는 AI 발전의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 기자 사진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이 기사 어땠나요?

이 시각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