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해결 DAC, K스타트업에도 기회 될까…"정부정책 관건"

고석용 기자 기사 입력 2023.09.1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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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해 10월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해 10월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서 나아가 이미 배출된 탄소까지 제거한다는 점에서 전세계적으로 DAC(대기 중 탄소직접포집, Direct Air Capture) 기술과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 관련 기술·산업은 아직 초보단계다. 그러나 국내의 '탄소포집' 기술력은 경쟁력이 있는 만큼 지원이 더해지면 DAC 산업을 선도할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 소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탄소포집 기술력은 기술최고국인 미국의 80%(2.5년의 격차)까지 따라온 상태다. 아직 DAC에 특화된 기술이 개발되거나 산업이 발전한 것은 아니지만 화력발전소 등에서 사용되는 탄소포집 기술력은 상당하다는 평가다. 이에 포집 기술력 자체보다는 얼마나 경제성을 갖는지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차상민 카이스트 지속발전센터 책임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DAC 산업은 누가 더 적은 비용으로 설비를 설치·운용하는지 경제성과 효율성으로 경쟁하고 있다"며 "이에 미국, 유럽, 일본 등 각국 정부가 DAC 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DAC 산업에서 두각을 보일 수 있는지 여부도 정부의 지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DAC의 탄소크레딧 거래, 산업 태동의 전제조건"


전문가들은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규제적 탄소시장(CCM)에서의 DAC 탄소배출권(탄소크레딧) 인정을 꼽는다.

글로벌 DAC 기업들은 탄소를 포집해 제거한 만큼 탄소크레딧을 획득하고, 이를 기업들에 판매해 수익을 낸다. 그러나 각국이 의무화한 규제적 탄소시장에서 DAC를 통한 탄소크레딧을 인정하는 국가는 없다. DAC가 탄소를 포집하는 양과 설비 설치·운용 과정에서 소비하는 에너지 등을 모두 계산한 감축량 국제표준이 나오지 않아서다.

이에 클라임웍스, 카본엔지니어링 등 글로벌 DAC 기업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쇼피파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구매하는 탄소크레딧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오채운 국가녹색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측면에서 자체적으로 탄소감축량을 계산하고 DAC의 탄소크레딧을 구매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발적 구매로는 산업의 확산에 한계가 있는 만큼 규제적 탄소시장에서도 DAC의 탄소크레딧을 거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오 책임은 "유럽 배출권거래제(EU ETS)에서도 DAC의 탄소감축량에 탄소크레딧을 부여하려는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배출권거래제 'K-ETS'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가격도 관건…탄소크레딧 가격, 일정수준 돼야"


두번째 조건은 가격이다. K-ETS에서 DAC의 탄소크레딧을 인정해도 거래가격이 포집원가보다 낮으면 수익을 낼 수 없다. 업계는 현재 DAC 기업들의 탄소 포집 원가가 200~700달러 수준이지만, 향후 보급이 확대될 경우에는 100~200달러까지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탄소크레딧 가격도 최소한 1톤당 100달러는 넘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탄소크레딧 1톤당 가격은 100달러 이하에 형성돼 있다. KDI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탄소크레딧 1톤당 가격은 가장 비싼 유럽연합에서조차 91.38달러에 그쳤다. 한국은 유럽의 8분의 1 수준인 1톤당 11.84달러다. KDI는 미사용 탄소크레딧을 다음 연도로 이월시키지 못하도록 한 '이월제한제도' 등이 매도물량을 만들고 추가수요를 억제해 가격을 하락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에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DAC를 통해 포집한 1톤에 180달러의 세제혜택을 지원해준다. 향후 포집비용이 낮아질 경우 사실상 포집원가의 상당 부분을 지원받을 수 있는 셈이다. 오 책임은 "탄소크레딧이 일정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도록 하거나 미국처럼 DAC의 탄소포집 원가에 파격적인 재원을 고려해주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했다.


"DAC=배출저감 아닌 '제거'…지원 패러다임 바꿔야"


우리 정부도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확정하면서 CCUS와 DAC에 높은 비중을 부여했다. DAC에 대해서도 100대 핵심 녹색기술로 지정하고 84억원을 투입해 R&D 지원을 시작했다. 다만 미국이 세제혜택과 함께 4개의 DAC 설비 설치에 35억달러를 지원하는 점, 일본이 2조엔 규모의 녹색혁신기금을 운용하면서 10개 이상의 DAC 관련 R&D를 지원하는 점 등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DAC기술 지원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DAC를 CCUS의 일종으로 놓고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기후테크 전문 벤처캐피탈이자 넷제로 정책·전략 자문기관인 BNZ파트너스의 임대웅 대표는 "DAC를 CCUS와 함께 단순히 탄소를 포집하는 기술로만 접근할 경우 DAC는 포집효율성이 낮아 CCUS에 비해 지원의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채운 책임도 "CCUS는 탄소의 '배출저감'의 관점에서, DAC는 탄소의 '제거'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기술 속성이 아닌 기술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보고 각각 다른 관점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협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지난 3월 환경부, 산자부, 국토부, 과기부, 기재부 등 정부부처와 함께 국가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사진=뉴스1
김상협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지난 3월 환경부, 산자부, 국토부, 과기부, 기재부 등 정부부처와 함께 국가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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