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 동남권투자금융센터 주최 '제2회 동남권 스타트업 모닝피치(V:Launch)'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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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신발이 완성되기까지 최소 10개 이상의 각기 다른 제조 공장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신발이 하나의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얘기부터 '신발 제조 수수께끼'가 한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참석한 VC·AC(벤처캐피탈·액셀러레이터) 대표들 간 나지막한 목소리로 투자의견을 주고 받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지난 13일 KDB산업은행 동남권투자금융센터 주최로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경동홀에서 열린 '제2회 동남권 스타트업 모닝피치대회 '브이런치(V:Launch)' 행사에서다.
이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산업 특성을 고려해 관련 혁신기술을 보유한 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할 목적으로 치뤄진 IR(기업공개) 피칭 행사로 올해 처음 마련됐다.
산업은행이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행정 절차 밟고 있는 가운데 이를 통한 지역경제 발전방안도 내놔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이에 지역 대·중견기업과 연결해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주도할 지역 소재 스타트업을 발굴·투자하고, 해외진출을 도와 스케일업하는 보육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지역창업은 녹록지 않다. 필요한 자본·인프라·정보 등이 수도권에 밀집돼 있어서다. 사실 시리즈A 이상 투자유치를 받은 부울경 지역 스타트업은 투자 확보, 인재 채용, 판로 개척 이슈로 결국 서울로 떠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의 '브이런치'가 지역 스타트업 스케일업에 어떤 효과를 불러올지에 관심이 모인다.
이날 큰 주목을 이끈 기업은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스마트 신발 제조 B2B(기업간 서래) 솔루션 '신플'을 소개한 크리스틴컴퍼니다.
일반적으로 신발 제조는 재단, 봉제, 선심 부착, 라스트(틀) 제작·결합, 광택 그라인더, 밑창 아웃솔 제작·채색, 라스트 탈부착, 사이드월 (신발 측면) 스티칭(실로 꿰매는 작업), 신발 끈 결합 및 크리닝 검수, 패키징 제작 등 약 100여가지의 복잡한 공정을 밟는다.
특히, 제조 단계별로 분업화돼 있기 때문에 나이키와 같은 브랜드 기업에서 샘플을 제작·주문하고 생산하려면 전 공정을 관리해주는 중간 에이전시를 껴야 한다. 통상적으로 브랜드 1개당 에이전시 2~3곳과 협업하는 형태라고 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최종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대략 8개월이 걸린다.
'신플'은 신발 브랜드기업과 공정별 신발 제조 공장을 견적비교를 통해 매칭해주는 디지털 플랫폼이다. 기존 에이전시를 통하지 않아도 신발 디자인만 있으면 손쉽게 제작할 수 있다. SCM(공급망 관리) 간소화를 통해 생산 기간을 최대 90%, 제조 원가를 최대 50%까지 절감했다는 설명이다.
이민봉 크리스틴컴퍼니 대표이사는 "아버지가 신발 공장을 하신 덕에 수십년 간 고착화되고 복잡한 신발 제조공정의 비효율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면서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부산의 전통 신발 제조산업에 첨단기술을 결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지켜본 권순용 UNIST 산학협력단장은 "크리스틴컴퍼니와 같은 혁신기업이 과거 '보세' 이미지를 벗고 트렌디한 다품종 생산, 고가의 품질 높은 패션 슈즈 개발 등을 이끌어 부산 신발산업의 재도약 기회와 발판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평했다.
부산의 대표 전통산업인 조선업과 관련한 스타트업 제품도 눈길을 모았다. UNIST 교원창업기업인 지엔테크놀로지스는 선박 내 무선통신 시스템인 '메탈복스(metalVOX)'를 선보였다.
박철균 지엔테클로지스 대표에 따르면 전파는 금속을 통과할 수 없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휴대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 이유다. 금속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선박에서도 무선통신을 이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배의 세로 단면 설계도를 보면 케이블 선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메탈웨이브 기술은 간단히 말해 대기 중 전기장이 금속체와 만나 미세한 자기장을 만드는데 이 자기장을 통신 수단으로 활용하는 원리다. 전파를 막는 금속을 전파를 전달하는 안테나로 활용한 것이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 주력 선박인 174K급 LNG 운반선의 경우 전체 길이가 270m인데 원활한 통신을 하려면 20㎞에 달하는 유선 케이블과 수많은 네트워크 장비를 설치해야 했다"면서 "5㎏ 단말기(메탈복스) 두 세 대만 설치하면 174K급 LNG 운반선에서 음영 구역 없이 무선통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척수손상 치료용 하이드로겔을 개발한 '슈파인세라퓨틱스', 갑상선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한 '타이로스코프', 실시간 압력 데이터 기반 환자 맞춤형 욕창 예방 솔루션을 개발한 '서홍테크' 등 10곳이 전시부스를 꾸려 자사 제품·서비스를 뽐냈다.
이날 행사엔 △코오롱인베스트먼트 △이노폴리스파트너스 △티인베스트먼트 △롯데벤처스 △케이브릿지벤처스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 △인라이트벤처스 △시리즈벤처스 등 다수의 외부 투자사가 참석했다.
산업은행 김영진 지역성장부문 부행장은 "글로벌 시장과 유기적인 연결로 동남권 지역의 잠재력을 전파하고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기 위해 약 3500억원(모펀드: 1000억원, 자펀드 2500억원) 규모의 KDB 동남권 지역혁신 재간접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UNIST 부총장은 "지금까지 유니스트가 배출한 교원창업기업은 총 68개로, 이들 교원창업기업의 가치는 1조원에 달한다"며 "이러한 UNIST의 노력이 산업은행과 투자기관의 조력으로 시너지를 내어 동남권 벤처생태계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11일 부산역에서 열린 제1회 브리런치(V:Launch)에선 스마트 물류 플랫폼을 운영중인 '센디'가 산업은행 20억원을 포함, 수도권·지역 VC로부터 총 60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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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신발이 완성되기까지 최소 10개 이상의 각기 다른 제조 공장을 거쳐야 한다는 사실, 알고 계셨습니까."
신발이 하나의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는 얘기부터 '신발 제조 수수께끼'가 한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참석한 VC·AC(벤처캐피탈·액셀러레이터) 대표들 간 나지막한 목소리로 투자의견을 주고 받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지난 13일 KDB산업은행 동남권투자금융센터 주최로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경동홀에서 열린 '제2회 동남권 스타트업 모닝피치대회 '브이런치(V:Launch)' 행사에서다.
이는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산업 특성을 고려해 관련 혁신기술을 보유한 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을 발굴할 목적으로 치뤄진 IR(기업공개) 피칭 행사로 올해 처음 마련됐다.
산업은행이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행정 절차 밟고 있는 가운데 이를 통한 지역경제 발전방안도 내놔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이에 지역 대·중견기업과 연결해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주도할 지역 소재 스타트업을 발굴·투자하고, 해외진출을 도와 스케일업하는 보육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지역창업은 녹록지 않다. 필요한 자본·인프라·정보 등이 수도권에 밀집돼 있어서다. 사실 시리즈A 이상 투자유치를 받은 부울경 지역 스타트업은 투자 확보, 인재 채용, 판로 개척 이슈로 결국 서울로 떠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의 '브이런치'가 지역 스타트업 스케일업에 어떤 효과를 불러올지에 관심이 모인다.
이날 큰 주목을 이끈 기업은 인공지능(AI) 기술 기반의 스마트 신발 제조 B2B(기업간 서래) 솔루션 '신플'을 소개한 크리스틴컴퍼니다.
일반적으로 신발 제조는 재단, 봉제, 선심 부착, 라스트(틀) 제작·결합, 광택 그라인더, 밑창 아웃솔 제작·채색, 라스트 탈부착, 사이드월 (신발 측면) 스티칭(실로 꿰매는 작업), 신발 끈 결합 및 크리닝 검수, 패키징 제작 등 약 100여가지의 복잡한 공정을 밟는다.
특히, 제조 단계별로 분업화돼 있기 때문에 나이키와 같은 브랜드 기업에서 샘플을 제작·주문하고 생산하려면 전 공정을 관리해주는 중간 에이전시를 껴야 한다. 통상적으로 브랜드 1개당 에이전시 2~3곳과 협업하는 형태라고 한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최종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대략 8개월이 걸린다.
'신플'은 신발 브랜드기업과 공정별 신발 제조 공장을 견적비교를 통해 매칭해주는 디지털 플랫폼이다. 기존 에이전시를 통하지 않아도 신발 디자인만 있으면 손쉽게 제작할 수 있다. SCM(공급망 관리) 간소화를 통해 생산 기간을 최대 90%, 제조 원가를 최대 50%까지 절감했다는 설명이다.
이민봉 크리스틴컴퍼니 대표이사는 "아버지가 신발 공장을 하신 덕에 수십년 간 고착화되고 복잡한 신발 제조공정의 비효율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면서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부산의 전통 신발 제조산업에 첨단기술을 결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지켜본 권순용 UNIST 산학협력단장은 "크리스틴컴퍼니와 같은 혁신기업이 과거 '보세' 이미지를 벗고 트렌디한 다품종 생산, 고가의 품질 높은 패션 슈즈 개발 등을 이끌어 부산 신발산업의 재도약 기회와 발판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평했다.
부산의 대표 전통산업인 조선업과 관련한 스타트업 제품도 눈길을 모았다. UNIST 교원창업기업인 지엔테크놀로지스는 선박 내 무선통신 시스템인 '메탈복스(metalVOX)'를 선보였다.
박철균 지엔테클로지스 대표에 따르면 전파는 금속을 통과할 수 없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휴대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 이유다. 금속으로 사방이 둘러싸인 선박에서도 무선통신을 이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배의 세로 단면 설계도를 보면 케이블 선이 복잡하게 뒤엉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메탈웨이브 기술은 간단히 말해 대기 중 전기장이 금속체와 만나 미세한 자기장을 만드는데 이 자기장을 통신 수단으로 활용하는 원리다. 전파를 막는 금속을 전파를 전달하는 안테나로 활용한 것이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 주력 선박인 174K급 LNG 운반선의 경우 전체 길이가 270m인데 원활한 통신을 하려면 20㎞에 달하는 유선 케이블과 수많은 네트워크 장비를 설치해야 했다"면서 "5㎏ 단말기(메탈복스) 두 세 대만 설치하면 174K급 LNG 운반선에서 음영 구역 없이 무선통신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척수손상 치료용 하이드로겔을 개발한 '슈파인세라퓨틱스', 갑상선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을 개발한 '타이로스코프', 실시간 압력 데이터 기반 환자 맞춤형 욕창 예방 솔루션을 개발한 '서홍테크' 등 10곳이 전시부스를 꾸려 자사 제품·서비스를 뽐냈다.
이날 행사엔 △코오롱인베스트먼트 △이노폴리스파트너스 △티인베스트먼트 △롯데벤처스 △케이브릿지벤처스 △엑스플로인베스트먼트 △인라이트벤처스 △시리즈벤처스 등 다수의 외부 투자사가 참석했다.
산업은행 김영진 지역성장부문 부행장은 "글로벌 시장과 유기적인 연결로 동남권 지역의 잠재력을 전파하고 새로운 성장모델을 만들기 위해 약 3500억원(모펀드: 1000억원, 자펀드 2500억원) 규모의 KDB 동남권 지역혁신 재간접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UNIST 부총장은 "지금까지 유니스트가 배출한 교원창업기업은 총 68개로, 이들 교원창업기업의 가치는 1조원에 달한다"며 "이러한 UNIST의 노력이 산업은행과 투자기관의 조력으로 시너지를 내어 동남권 벤처생태계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11일 부산역에서 열린 제1회 브리런치(V:Launch)에선 스마트 물류 플랫폼을 운영중인 '센디'가 산업은행 20억원을 포함, 수도권·지역 VC로부터 총 60억원의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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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류준영 차장 joon@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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