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15일 '초격차 스타트업 1000+(플러스)' 프로젝트 시행을 위한 10대분야 중 처음으로 모빌리티분야 창업기업들과 간담회를 열어 현장에서 겪는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 프로젝트는 신산업분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모빌리티 등 10개분야 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을 집중지원하는 사업이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델타엑스, 마이크로시스템, 테라릭스 등 10곳이 한결같이 요구한 것은 바로 '기술인증 및 실증지원책 강화'였다.
자율주행 인지 솔루션 전문기업 델타엑스의 김수훈 대표는 "직접 인증받는 과정이 까다로워 완성차 협력업체에 일단 납품하고 인증을 대신 밟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의 R&D(연구·개발) 예산지원만으론 평균 2억~3억원 이상 드는 기술인증·실증을 밟기 어렵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기술인증과 실증과정은 소재·부품단위, 시스템단위, 환경적응 등 최종재로 확대되는 경로에 따라 여러 차례 반복수행을 요구한다. 자율주행차의 경우 부품별, 구성 후 작동성, 기능구현, 주행 등 단계별 실증이 필요하다. 이뿐 아니라 관련 자동차 규제, 도로교통법 관련 규제 등 차를 둘러싼 전체 규제를 종합분석해야 할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기자가 현장에서 그동안 들은 얘기로 미뤄 짐작하건대 중기부의 나머지 9개분야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요청이 나올 것이다. 기술인증을 획득하기 위해선 실증연구가 우선적으로 수반돼야 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실험실에서 개발한 연구성과가 제품·서비스로 구현되는 현장에서 작동이 가능한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기술과 시장을 잇는 실증연구는 하지만 현재 재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최근 발간한 '실증연구 없는 기술사업화는 가능한가'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공공재원 투입 관점에서 정부 R&D 투자를 기준값 100으로 설정하고 실증연구 투입비중을 살펴본 결과 약 3.0%였다. 보고서는 "우리 정부는 R&D 투입 및 창업벤처 지원은 적극적으로 하지만 이 둘을 연결하기 위한 실증연구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연구현장에선 후속 연구과제 확보의 어려움이 실증연구를 제한한다고 지적한다. 과학기술분야 출연연의 한 연구자는 "A연구자가 R&D한 B를 A연구자가 실증연구하겠다고 하면 과제의 주제가 같아 중복성 심의에 걸린다"면서 "이런 이유로 후속 연구수용 범위가 낮아 기술 기반 시제품을 검증하는 실증연구 수행이 사실상 어렵다"고 꼬집었다.
신재생에너지분야 스타트업의 경우 실증연구를 위한 대규모 플랜트 등을 필요로 할 때 해당 산업계가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이 비용과 시간낭비라며 손사래 치기 일쑤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도 딥테크 스타트업을 지원한다며 경쟁적으로 지원책을 내놓는다. 하지만 기술 불확실성을 줄이고 시장진입 안정성을 높이며 현장작동 여부를 검증할 실증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실증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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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류준영 차장 joon@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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