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칼럼]이진하 스페이셜 공동대표
지난해 12월 리오넬 메시가 드디어 평생의 숙원인 월드컵을 들어올렸다. 단상에 오른 메시가 '금색 트로피'를 번쩍 들어올리자 폭죽이 터지며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광장은 하늘색 줄무늬 옷을 입은 수백만 인파가 흔드는 아르헨티나 국기로 뒤덮였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상징을 통해 경험을 공유했다. 전쟁에서 이긴 장수는 '월계관'을 쓰고 나팔을 불며 입성하는 개선식을 통해 승리감을 고취하고 사람들을 단합시켰다.
인터넷의 발달 역시 그 궤를 같이한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언제나 연결된 상태에 익숙해지면서 인터넷은 정보를 공유하던 시대에서 상징을 통해 경험을 공유하는 시대로 옮겨가고 있다. 경험의 지평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미래는 메타버스를 향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기존 인터넷과 2가지 지점에서 다르다. 첫째, 스크린으로부터 자유롭길 목표로 한다. 그동안 기존 인터넷은 스크린에 의존했다. 정보공유를 위한 시각적, 언어적 소통을 하는데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용자들의 몰입감 있는 경험과 소속감을 강조하는 메타버스는 오감을 활용해 경험의 지평을 넓히는 방식을 추구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는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감각적 경험을 다각화할 수 있도록 높은 수준의 그래픽과 사운드시스템, 실시간 상호작용 기능 탑재에 열을 올린다.
둘째, 메타버스는 온라인에서 '정보'로만 존재하는 인간의 '실재'를 구현하고자 한다. 기존 온라인 플랫폼에서 창작자와 팬의 관계는 '라이크'와 '팔로우' 같은 엄지 이모티콘 하나면 끝났다. 그러나 메타버스에서는 창작자의 작업에 열광하는 팬들의 몸짓과 표정들, 소리를 직접 경험하고 소통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플랫폼들은 다양한 자아의 표현이 가능한 정교한 아바타 제작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이용자는 개성 있는 자아를 구현할 수 있는 아바타만이 자신을 온전히 대변한다고 느끼고 깊게 몰입한다.
고도의 온라인 경험을 추구하는 산업군에서는 이미 메타버스를 활발히 활용한다. 온라인 소비자 경험을 극대화하고 세일즈와 마케팅 채널의 다변화, 보다 친밀감 높은 커뮤니티 생성에 효과적임을 이미 경험했다. e커머스의 발달로 온라인 소비자 경험의 확대가 중요해진 유통업계, 특히 의류나 럭셔리 브랜드 등 문화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브랜드들의 활용도가 높다. 가상공간을 만들어 고객들과 지속적인 상호작용 허브로 활용하거나 단발성 이벤트로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케이스도 있다. 디지털 아티스트들을 비롯한 예술인그룹,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공연기획자들, 게임창작자 등도 개성 있는 메타버스 세계를 만들어 시청자와 소통한다.
그러나 양질의 경험을 누리기 위해서는 책임 있는 윤리의식이 동반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11월 우리나라 정부가 발표한 '메타버스 윤리원칙'은 매우 중요하다. 스페이셜 역시 수많은 창작자가 활동하는 플랫폼으로서 부적절한 콘텐츠를 탐지하는 '콘텐츠 모더레이션'을 어떻게 하면 더욱 정당하게, 그러나 창의성을 침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중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기술을 개발한다.
유해한 콘텐츠에 대해서는 치밀한 검열을 진행한다. 또 이용자간 발생할 수 있는 모욕과 추행에 대항해 가상 자아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적 방안을 계속 마련해나가고 있다. 메타버스산업은 태동기에 있다. 아직 선제적으로 세세한 규제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다. 플랫폼들의 선행적 자기검열과 자율규제 정신이 필요하다.
메타버스는 기존 인터넷보다 몰입감 높은 온라인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디바이스 중독에 대한 이슈 역시 더 중요해질 것이다. 온라인에서든 오프라인에서든 인간이 존엄성을 유지하고 양질의 자유를 추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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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이진하 스페이셜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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