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에 버리기 일쑤였는데...100억 기술이전 달성한 출연연, 비결은

창원(경남)=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3.02.02 11:10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공유하기
글자크기

[인터뷰]한국전기연구원 기술사업화실 김용주 실장·강희섭 기술이전팀장

한국전기연구원 기술사업화실 김용주 실장(왼쪽)과 강희섭 기술이전팀장/사진=전기연
한국전기연구원 기술사업화실 김용주 실장(왼쪽)과 강희섭 기술이전팀장/사진=전기연
"역대 가장 큰 규모의 기술이전 성과를 거뒀다."

한국전기연구원(전기연) 기술사업화실 김용주 실장과 강희섭 기술이전팀장이 내민 한 장의 보고서엔 '2022년 기술이전 수입·계약 실적'이란 제목과 함께 기술료 수입 81억1100만원, 기술이전계약 61건(73억5900만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김용주 실장은 "2022년에 계약을 맺고 장부상 2023년에 입금된 건까지 합치면 지난해 기술이전 계약만으로 100억원을 찍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전기연의 연간 기술이전 실적은 30억원 정도로 3배가 넘는 실적을 올린 셈이다. 과학기술 분야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톱(TOP)5 안에 드는 실적이다. 특히 수도권이나 과학인프라가 밀집된 대전도 아닌 경남 창원 구석진 곳에 위치한 국책연구원에서 이뤄낸 실적이란 점에서 그 비결에 관심이 모인다.

민간 특허선행조사기업 출신으로 3년전 전기연에 합류한 강희섭 팀장에 따르면 기술사업화실은 먼저 1년 이상 창원 내 기업들을 샅샅이 훑으며 업종, 규모, 사업 성향 등을 전부 분석했다. 강 팀장은 "창원은 조선업과 자동차 부품업, 가전제품 제조업 등이 밀집한 전통적인 제조업 강세 지역으로 첨단기술에 대한 인식은 타 지역에 비해 비교적 낮은 반면 신사업을 하고 싶다는 욕구는 매우 높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술사업화실은 전기연 내부 연구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해 외부에 이전할만한 혁신·유망 IP(지적재산권)를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데이터베이스(DB)화했다. 또 IP별 콘텐츠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기술을 어떤 분야에 적용할 수 있고, 어떤 제품·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지 등을 알기쉽게 풀어주는 작업이다. 나아가 미래엔 이런 기능을 하는 제품·서비스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식으로 기술 활용 가이드라인을 기업에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연구자와 해당 랩(연구실)을 소개하는 책자도 발간했다. 그는 "각 출연연별로 1년에 한 번하는 기술설명회가 끝나고 복도 휴지통을 보면 기술 소개 책자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며 "기업들은 결국에 연구자가 가진 노하우와 그가 속해 있는 연구실 멤버가 누군지를 알기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이전이라고 하면 기술과 기술을 연결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 드론(무인기) 관련 이슈도 전기연의 기술이전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한몫했다. 김 실장은 "5년 정도 연구 끝에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 등이 전기차 트렌드로 주목을 받으면서 3억원 이상의 대형 기술이전 성과들이 줄줄이 나왔다"고 했다.

전기연 차세대전지연구센터 하윤철 박사팀이 개발한 '저온 소결형 고체 전해질 분말 제조 및 시트화 기술'이 2차전지 장비 전문기업 하나기술에 이전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전고체 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다. 화재 위험이 없고 온도 변화, 외부 충격에 강하다. 이전된 기술은 200도 이하 낮은 결정화 온도에서 기존 방식(500도 이상 열처리)의 결과물과 대등한 수준의 이온 전도성을 가지는 고체 전해질 제조가 가능하다. 하나기술은 올해 말까지 양산화 가능한 기술로 완성한다는 목표다.

최근엔 전기선박을 비롯해 고성능 MRI(자가공명영상) 등 바이오 장비 개발로 전기연의 연구범위가 확장되는 추세다. 김 실장은 "과거엔 발전, 송전, 배전 분야 연구가 많았다면 지금은 모빌리티와 농업, 의료 등과 결합해 연구의 폭이 차츰 넓어지고 있다"며 "전통 전기회사인 제너럴일렉트릭(GE)이 지금은 의료기기를 더 많이 만드는 것과 같은 전개가 이뤄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기술만 이전하는 게 아니라 내부 지원 사업이나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통신부 등 각 부처 및 지원기관 사업 등을 연계해 기술이전에 드는 상당 부분의 R&D 비용을 충당할 수 있게 돕고 있다.

김 실장은 "기술보증기금이나 창업진흥원, 경남TP(테크노파크) 등과 협업하거나 내부 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근접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저희 기술만으로 안 된다면 다른 연구기관·기업의 기술을 찾아 매칭해 어떻게든 기술이전이 되도록 만든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경남기술이전사업화협의체를 통해 지역 내 사업화 기술, 수요 정보 등을 지속적으로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뿐 아니라 지역 기업에 필요한 기술 수요 정보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이 정보를 연구원 내에 공유해 기술 상용화에 가까운 R&D를 유도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김 실장은 올해 '기획형 기술사업화 지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미래기술 트랜드를 파악한 후 원내 관련 기술을 보유한 연구자와 지역 장비개발 전문기업을 연결하는 식으로 기술사업화를 전개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기술 선점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한국전기연구원' 기업 주요 기사

관련기사

이 기사 어땠나요?

이 시각 많이 보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