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FO칼럼] 윤지환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2021년까지만 해도 낮은 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기조로 많은 투자자의 관심을 사로잡은 벤처·스타트업업계에 2022년 들어 급격한 빙하기가 찾아왔다. 전세계적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인한 경기침체 속에서 벤처기업들에 대한 투자열기가 규모나 건수 등 모든 면에서 식어가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고 정부정책 지원금과 시중 유동자금은 예전보다 메마르면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떨어지고 후속 투자유치에 실패하는 경우가 속출한다. 이에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구조 창출방안이 절실해졌다.
스타트업 생태계는 투자자 입장에서 스타트업에 '투자-회수-재투자'의 연결고리가 있는데 현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회수' 부분의 위축이다. 투자자는 유망한 초기기업에 '투자'하고 성장시켜 IPO(기업공개)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를 유망 스타트업에 '재투자'해 생태계를 건강하게 확장한다. 하지만 요즘같이 자금조달 금리가 상승하고 주식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선 회수가 원활하지 못하다 보니 IPO도 주춤한 상황이다. 기업을 공개하더라도 공모가가 기대치보다 낮아져서 투자자들도 이익을 장담하기 어려워 투자위축으로 이어진다.
근본 원인은 회수까지 장기간 소요와 회수 여부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꼽을 수 있다.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에 투자해 최종 회수단계라 할 수 있는 IPO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10~11년이다. 반면 벤처캐피탈펀드가 결성돼 청산되기까지 기한은 대부분 7년 정도다. 예전에 벤처캐피탈은 스타트업 생애성장주기의 중반에 해당하는 시리즈 B나 C 단계에 투자해 청산기한 내에 IPO를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전쟁으로 인한 국제정세 위기로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유동성이 줄면서 벤처캐피탈의 관심도 극초기 투자단계인 엔젤이나 시드로 이동하며 회수의 불확실성이 더욱 심화한다.
이를 해소하려면 IPO까지 가지 않더라도 중간에 회수할 수 있도록 초기에 생성된 주식(구주)을 다른 벤처캐피탈이나 사모펀드, 혹은 기업 사내벤처캐피탈(CVC)이 원활히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세컨더리 벤처펀드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는 구주의 거래가 제한적이고 중요정보를 얻는 것 또한 일부 펀드운용사(GP)간 인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네트워킹이 부족한 신생·중소 벤처캐피탈은 참여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리고 사모펀드나 전략적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기업 CVC들은 자금력이 있더라도 구주인수에 대한 정보의 부족으로 이러한 거래에 참여하기 힘들다. 정부가 모태펀드 등을 통해 투자한 스타트업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일정부분 공개하고 스타트업 생태계 참여자간 정보교류를 좀 더 활성화한다면 이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초기기업뿐만 아닌 스케일업 단계의 기업에도 민간 투자자에 대한 정부의 매칭펀드, 세금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고려해볼 만하다. 팁스(TIPS)는 민간 투자자가 선정한 초기 우량기업에 정부가 R&D자금을 많게는 5배까지 매칭투자해 우량 스타트업들의 초기성장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초기를 지나 스케일업 단계에 있는 스타트업들에도 팁스와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해보는 것이 유효할 것이다.
기술이전이나 특허권 거래, 코넥스 거래소를 좀 더 활성화해 회수의 다양한 채널을 확보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금융기관 및 대규모 기금운용 주체들에 스타트업 평가역량 강화교육과 담보조건 유연화를 추진함으로써 기존 다소 보수적으로 운용된 연기금과 대학기금 등의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
위와 같은 방안들로 '회수'에 숨통이 트여 스타트업 생태계의 선순환구조가 구축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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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윤지환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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