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부터 스타트업까지 '문전성시'...1년에 딱 한번 열리는 '그곳' 가보니

류준영 기자 기사 입력 2022.11.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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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지질자원연, 1년간 R&D 성과 소개·이전하는 '테크비즈(Tech-Biz) 파트너링' 현장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테크비즈(Tech-Biz) 파트너링' 현장/사진=지질자원연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테크비즈(Tech-Biz) 파트너링' 현장/사진=지질자원연
"폐휴대폰 처리를 지금보다 효율적이면서 경제적으로 할 수 있는 기술을 찾습니다."
"버려지는 커피 원두 찌꺼기를 바이오매스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하는 사업을 고민 중인데 저희가 쓸만한 기술이 있습니까."

사업이 생각처럼 안 풀릴 때, 꽉 막힌 속을 '확~' 뚫어줄 기술상담·거래장터가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퍼런스룸 327호실에 마련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하 지질자원연)이 올해 R&D(연구·개발) 성과 가운데 민간기업으로 이전·사업화하기 적합한 기술을 선별·소개하는 '2022 테크비즈 파트너링' 현장이다. 이 행사는 매년 한번만 열린다.

시작은 오후 2시부터였지만 좌석은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부터 업사이클(Upcycle) 분야 초기 스타트업까지 몰려 이미 그전에 꽉 찼다. 주최측이 예상한 참여인원은 약 70명이었지만 이날 행사장엔 100명이 넘는 기업인들로 복도까지 문전성시를 이뤘다. 요즘 시장에서 '핫'한 이슈인 전기차 폐배터리 관련 기술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자원 재활용 기술들이 대거 나온다는 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황세호 지질자원연 부원장은 축사에서 "국내 기업들에게 탄소중립은 더 이상 환경 문제가 아닌 경제문제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과제"라며 "특히 탄소 자원화 관련 혁신 기술은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신사업 확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별세미나에서 손정수 지질자원연 배터리재활용연구단 박사는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기술 현황과 전망'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2021년 이후 전기차 소유주가 폐배터리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 배터리의 수명과 상태를 알 수 있는 기술이 더 중요해진다"며 "이 기술의 측정값에 따라 판매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앞으로 중요한 사업아이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관객들에게 공개된 신기술 라인업은 다양했다. △리튬이차전지 제조공정 배출 폐기물로부터 유가자원 회수 및 재자원화 기술 △해수 담수화 플랜트의 이산화탄소 저감 기술 △바나듐 레독스 흐름 배터리(VRFB) 전해액 원료인 바나듐 원료 물질의 저비용 제조 기술 △바이오매스 탄소기반 에너지저장 소재 제조 기술 등 탄소중립 및 자원 재활용 관련 혁신기술들이 주류를 이뤘다.

이중 리튬이차전지 제조공정 시 발생하는 폐기물에서 유기금속, 제올라이트 등을 회수·재자원화하는 기술이 가장 주목을 받았다. 이 기술을 개발한 류태공 지질자원연 자원소재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폐 양극재 반응용기로부터 NCM 전구체, 수산화리튬, 탄산리튬 등 유기금속 및 제올라이트 함유물질을 회수해 자원 재활용이 가능하고,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발생하는 불화물 페액을 활용해 리튬이차전지 전해액 원료인 불화리튬을 제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보고서(2020년 기준)에 따르면 글로벌 리튬이온전지 시장 수요량은 2020년 287Gwh(기가와트시)에서 2030년 3392Gwh으로 연평균 28.01% 성장할 전망이다. 또 미국 시장조사 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는 글로벌 자원 재활용 시장은 2020년 580억 달러(약 79조원)에서 연평균 성장률 4.70%로 증가해 오는 2027년 800억 달러(1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테크비즈(Tech-Biz) 파트너링' 행사 기술상담코너에서 민간 기업 대표들이 연구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지질자원연
'테크비즈(Tech-Biz) 파트너링' 행사 기술상담코너에서 민간 기업 대표들이 연구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지질자원연
바로 옆방에선 기술상담코너가 운영됐다. 참여자들에게 주어진 개별 컨설팅 시간은 30분인데 대부분 꽉 채워 사용했다. 지질자원연 기술사업화센터 홍석의 책임연구원은 "최근 국내 대기업마다 ESG를 중시하면서 관련 TF(테스크포스)를 꾸리는 경우가 많고, 이곳 담당자들의 문의가 최근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해화학물질 감지 스마트센서 등을 개발한 첨단 신소재 전문기업 엔시티의 심창업 대표는 '바이오매스 탄소기반 에너지저장소재 제조 기술'에 관심이 있어 왔다고 했다. 심 대표는 "바이오매스를 이용한 슈퍼캐패시터(에너지저장 나노소자) 개발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공기술 이전을 이전에 한 번 받았던 적이 있는데 제품화까지 이르면 2~3년의 기간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안다"며 "연구자가 앞으로도 바이오매스 기반 기술 연구를 계속 이어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 제품화를 해나가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내부 도입 검토를 논의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최지혁 지질자원연 자원소재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커피찌꺼기와 같은 바이오매스는 기본적으로 유기 소재이므로 첨단공장에서 주로 쓰는 카본 등이 포함돼 있다"면서 "전기차 생산에 꼭 필요한 희토류나 실리콘 생산에 쓰이는 흑연 등을 대체할 소재를 버려지는 생활 속 쓰레기 자원에서 찾고자 하는 젊은 기업들의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해수 담수화 플랜트 이산화탄소 저감기술'을 선보인 방준환 지질자원연 이산화탄소활용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연매출 60억원대 관련 설비기업부터 플랜트 기술을 모두 매입하기를 희망하는 대기업까지 다양하게 만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기업에서 오신 분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이 '이 기술 당장 쓸 수 있냐'인데, 연구과제를 시작하는 단계부터 현장에서 바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부분까지 염두하고 진행한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테크비즈(Tech-Biz) 파트너링' 행사 기술상담코너에서 민간 기업 대표들이 연구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지질자원연
'테크비즈(Tech-Biz) 파트너링' 행사 기술상담코너에서 민간 기업 대표들이 연구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지질자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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