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O칼럼]이태훈 서울산업진흥원 미래혁신단장
스타트업 투자시장이 침체기를 맞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지속과 예상외로 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 사태, 그리고 인플레이션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미국의 연이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p인상) 등 국제 정세로 인해 글로벌 경기침체 불안이 커지면서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규모도 확연히 감소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벤처투자는 1조825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2% 감소했다. 분기 기준으로 벤처투자가 감소한 건 코로나19(COVID-19)가 한창이던 2020년 2분기 이후 8분기만이다. 전분기 2조1802억원에 비해서는 16.3% 감소했다.
기업공개(IPO) 시장도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확연하다. 지난 몇 년간 IPO 시장은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빅히트 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 카카오게임즈 등 대규모 공모가 이어지면서 열기를 뜨거웠으나 최근 들어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등 다수의 기업들이 상장을 연기하거나 철회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온전히 외적인 환경으로만 만들어진 것일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내부적인 문제도 한 몫 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이러한 투자생태계의 흐름은 장기화 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2010년 초반만 해도 창업을 하면서 바로 투자를 받겠다는 기업가는 많지 않았다.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적었을 뿐만 아니라, 투자를 받을 확률도 아주 적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5년부터 우수한 초기 스타트업이 늘어나면서 초기투자 역시 증가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투자생태계가 뿌리부터 튼튼해지는 결과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 결과가 꼭 좋지만은 않아 보인다. 2020년 전후로 청년들이 우후죽순 창업하면서 너나없이 투자를 받겠다고 하는 시대로 변했다. 투자자들도 초기에 투자해야 성과가 더 난다는 판단으로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고, 대기업들도 투자시장에 뛰어들면서 검증되지 않은 스타트업과 투자자가 넘쳐나는 양적 성장을 하게 됐다.
초기투자 시장이 이렇게 무분별하게 커져버리면서 투자자가 스타트업에 투자금을 받아달라고 부탁하는 현상까지 나타난다. 초기투자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줄을 서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이러한 현상은 투자받는 스타트업의 밸류(기업가치)에 버블을 만들었고, 합리적인 투자보다 경쟁하듯 빠르게 투자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특히 코로나19 발생 초기에는 바이오 분야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렇게 만들어진 투자생태계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경기침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다양한 국내외 상황 변화로 투자시장은 위축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자금은 많이 풀려 있으나 투자자들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게 됐다. IPO 시장에서는 변변한 실적도 없이 몸값만 뛴 기업의 거품이 제거되기를 바라고 있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정부 주도의 벤처투자 시장에서 정책자금마저 줄어들면서 벤처투자 규모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도 점점 더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이는 지금의 이러한 시장 분위기를 위기라고 정의하고, 위기 속에 기회가 있다며 더 많은 투자를 외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기에 집을 사는 사람이 없듯이 투자도 점점 더 소극적으로 변해 이제껏 누리던 거품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투자자도, 스타트업도 이제 '찐'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될 것이다.
스타트업은 이제 각자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스스로 제 살을 깎아서라도 찐 속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강구해야만 할 때다. 누구도 도울 수 없다. 어영부영하다가는 먼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스스로를 냉철히 다시 돌아보고, 내실을 다지고, 자금을 아끼고, 지금을 버텨야 한다. 그리고 난 후에야 다시 기회가 올 것이다. 지금은 좋은 날을 추억하기 보다는 앞으로 닥쳐올 위기에 대비해야 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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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이태훈 서울창업진흥원(SBA) 미래혁신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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