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진격의 K스타트업, 세계로!]
B2B 메시징 솔루션 '센드버드'의 글로벌 도전기
"한국은 소프트웨어 최약체" 평가 뒤집고 12번째 유니콘
B2B메시지 솔루션 전환…'든든한 우군' 만나 폭풍성장
"전세계 20억명 사용자 확보…디지털 메시징 표준될 것"
"소프트웨어(SW)로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 그것도 해외자금으로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이 된 것도 최초입니다. 이 업을 20년 넘게 해왔는데 이런 날도 오는구나. 이렇게까지 벅차오른 적이 없어요."
전 세계에서 난다긴다하는 SW인재들이 모인 미국 실리콘밸리, 이곳에 '메이드 인 코리아' 깃발을 펄럭인 센드버드를 두고 김종갑 본투글로벌센터장은 이렇게 말했다. 본투글로벌센터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기관으로 혁신기술기업의 글로벌 진출·협력을 지원한다. 지난 15일 토종 SW로 세계 시장공략에 성공한 센드버드의 한국법인 이상희 대표와 이들의 해외진출을 도우며 산파역할을 한 본투글로벌센터의 김 센터장을 만나 성장스토리를 들어봤다.
"한국은 SW 최약체" 평가 뒤집는 저력 발휘 기업형 채팅플랫폼 센드버드는 지난해 1억달러(약 1195억원)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기업가치를 10억5000만달러(약 1조2552억원)로 평가받아 국내 12번째 유니콘으로 이름을 올렸다. 우리나라는 유달리 하드웨어(HW)에 편중돼 'SW 최약체'라는 평가가 따랐는데 이를 뒤집는 저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센터장은 "한국 유니콘 1번부터 11번까지 보면 대부분 게임, 전자상거래 등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분야에 쏠렸는데 미국은 유니콘 10곳 중 8곳이 B2B(기업간 거래)"라며 "센드버드의 유니콘 등극은 국내 벤처·스타트업업계에 새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센드버드는 게임·핀테크(금융기술)·포털·e커머스 등 다양한 기업의 앱(애플리케이션)에 채팅과 음성·영상 대화기능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현재 전세계 150개국, 약 2억6000만명(2022년 1월 기준)이 쓰는 기업용 채팅서비스로 거듭나며 업계 왕좌에 올랐다. 미국 최대 원격의료업체 텔라독헬스, 미국 3대 소셜미디어 레딧 등 해외 굴지의 빅테크(대형 IT기업)를 비롯해 국내에선 KB금융그룹, 신세계, 넥슨, 엔씨소프트 등 120여곳이 이용한다.
달라진 시장, 과감한 피봇팅 센드버드 창업자이자 CEO(최고경영자)인 김동신 대표는 2013년 '워킹맘'의 육아커뮤니티 '스마일패밀리'(센드버드 전신)로 미국에 진출했다. 아기와 함께하는 일상을 사진이나 동영상에 담아 육아일기를 간편히 기록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다. 이용자의 집 근처에 또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 친구를 맺고 육아정보도 공유할 수 있다.
서비스 이용률이 점점 상승했지만 문제는 주된 이용층이 제한적이어서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마침 같은 해 글로벌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슬랙'이 등장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김 대표는 여기서 기회를 엿봤다.
그는 스마일패밀리의 메시징 기능을 기업용 메시지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과감한 피보팅(Pivoting·사업 모델·아이템 전환)을 시도하고 사명도 센드버드로 바꿔 새로운 도약의 기반을 다졌다. 시장의 새로운 수요를 정확히 포착하고 기민하게 움직인 결과 센드버드의 채팅플랫폼은 2019년 월이용자 4000만명을 찍은 후 매년 2배 가까이 성장했다.
본투글로벌·와이콤비네이터, 든든한 우군 얻다 이상희 대표에 따르면 2015년 4월 센드버드 베타서비스를 실시하기 전까지 개발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 지원사업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당시 센드버드가 추구한 서비스가 국내에선 익숙지 않아 사업성에 의문표가 붙었다. 특히 정부 지원사업이 사회·경제적으로 화두가 되는 테마에 집중한 형태여서 뚫기가 더 어려웠다고 한다.
이 대표는 "지금이야 챗봇 AI(인공지능) 등 SW·데이터분야에 지원사업이 많지만 당시엔 상대적으로 니치마켓(틈새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애플리케이션'은 국내에선 아직 초기단계여서 정부 지원을 받기가 어려웠다"고 떠올렸다.
이 문제는 본투글로벌센터를 만나면서 풀렸다. 김 센터장은 "우리는 딥테크(첨단기술) 기업을 주로 지원하다 보니 디지털 기술에 대한 이해·분석툴이 많고 빠른 편"이라며 "센드버드가 보유한 API는 채팅 말고도 적용할 분야가 굉장히 많다는 해석이 나와 적극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인 와이콤비네이터도 우군 역할을 했다. 센드버드는 2016년 와이콤비네이터의 육성기업으로 뽑힌 후 스케일업과 투자네트워크를 지원받으면서 2017년 12월 1600만달러(시리즈A), 2019년 5월 1억달러(시리즈B), 2021년 1월 1억달러(시리즈C)를 잇따라 유치하는 등 고성장 궤도에 올랐다.
고객 크고 작든 무조건 만난다 센드버드의 또하나의 성장비결로 고객의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고 일단 만나는 영업전략을 꼽을 수 있다. 보통 외국시장 진출을 원하는 한국 스타트업들은 큰 고객 위주로 움직이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센드버드는 고객규모에 상관없이 '무조건 만나고 본다' 식으로 계속 접점을 늘리면서 자신들의 레퍼런스를 쌓았다.
또 센드버드는 첫 미팅에서 수요기업의 니즈를 파악하고 학습한 뒤 다음 미팅에선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로 개량해 선보이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런 실적이 하나둘 쌓이면서 입소문이 퍼졌고 센드버드 고객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대표는 "앞으로 전세계 20억명의 이용자를 확보, 글로벌 디지털 메시징 서비스의 표준이 되겠다"고 밝혔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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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류준영 차장 joon@mt.co.kr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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