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쓰레기 폐어망서 나일론 뽑는 '착한기술'…ESG 바람타고 해외로

김건우 기자 기사 입력 2022.08.16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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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핫딜]넷스파, 30억원 시리즈A 투자 유치 "내년 6월 R-나일론 플랜트 가동"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MZ(1980~2000년대생)의 가치소비가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패션업계도 친환경 소재에 주목하고 있다. 제조·유통 일괄형(SPA) 브랜드부터 명품에 이르기까지 리사이클(재활용) 원사를 이용한 제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는 연말까지 사용하는 모든 버진 나일론을 리나일론(Re-Nylon, 재생 나일론)으로 바꿀 예정이다.

재생 나일론은 매년 120만톤 이상 버려지는 폐어망에서 주로 추출한다. 폐어망은 전 세계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약 10%를 차지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연간 4만4000여톤이 폐기되고 있다. 재생 나일론은 패션업계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전자기 부품 등에도 사용된다. 하지만 폐어망으로 재생 나일론을 만드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폐어망에 다른 쓰레기가 섞여 있으면 나일론의 품질이 떨어져 사람이 일일이 폐어망을 선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재생 나일론의 가격이 비싼 이유다.



폐어망 자동 분리기술, 순도 99.6% 원료로…효성티앤씨도 러브콜


2020년 설립된 스타트업 넷스파는 효율적인 폐어망 자동 분리기술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에 재생 나일론 원료(R-나일론)를 공급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부경대 환경안전공학과를 졸업한 정택수 대표는 직접 동해안과 남해안을 다니며 폐어망이 얼마나 버려지는지 조사했다. 그리고 재생 나일론 생산을 위해서 폐어망 자동선별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약 2년간의 개발 끝에 R-나일론 자동화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넷스파는 폐어망의 성분 중 PA6(나일론)과 PA6.6(더블6나일론)을 구분하는 알고리즘을 비롯해 폐어망의 엉킴 현상을 없앤 특화 분쇄기와 폴리머 회수 분리기를 자체 개발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R-나일론은 순도 99.6%의 높은 품질을 자랑한다. 넷스파의 기술력은 일찌감치 폐어망 리사이클 사업에 뛰어든 효성그룹이 알아봤다. 효성티앤씨는 2007년 세계 최초로 폐어망을 리사이클한 나일론 섬유 '마이판 리젠오션'을 내놓은 바 있다. 정택수 대표는 "해양환경공단(KOEM)의 도움으로 효성티앤씨를 만났고, 테스트 결과 높은 순도의 재생 나일론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넷스파는 효성티앤씨, 지방자치단체와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5월 부산시, 8월 전라남도와 폐어망 리사이클 프로젝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자체가 폐어망을 확보해주면, 넷스파가 R-나일론를 추출하고 효성티앤씨가 재생 나일론 원사를 생산하는 식이다. 지자체는 폐어망 처리비용을 줄일 수 있고, 넷스파와 효성티앤씨는 원재료를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 대표는 "생산할 재생 나일론 원사를 글로벌 의류회사에서 모두 공급받고 싶다는 제안도 받았다. 우선 지자체들과 폐어망 쓰레기 분리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넷스파의 R-나일론 생산 솔루션
넷스파의 R-나일론 생산 솔루션


내년 6월부터 본격 생산, 2023년 해외진출과 함께 시리즈B 투자 유치


넷스파는 최근 벤처캐피탈 티비티(TBT), 마그나인베스트먼트, 임팩트스퀘어 등에서 3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시드 투자로 참여했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임팩트스퀘어도 참여했다.

넷스파는 이번에 조달한 투자금으로 부산자원특화단지 안에 월 340톤의 폐어망 전처리 및 재활용 플랜트를 건설할 계획이다. 폐어망 1톤을 처리하면 약 600~700kg의 R-나일론을 얻을 수 있다. 정 대표는 "내년 5월까지 플랜트를 건설한 뒤 1개월의 시운전을 거쳐 6월부터 본격적인 생산할 계획"이라며 "생산량의 50%는 효성티앤씨에 공급하고, 나머지는 중국, 베트남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넷스파는 내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이 구체화되면 시리즈B 투자유치도 진행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연간 폐기되는 폐어망의 절반인 40~50만톤이 동남아시아에서 발생한다"며 "글로벌 기업들의 나일론 생산공장들이 동남아시아에 주로 있는 점도 진출 준비 이유"라고 설명했다.




ESG 사업모델, 성장성 모두 뛰어나...글로벌 기업과 경쟁력 충분


시리즈A에 참여한 기관투자가들은 넷스파가 글로벌 경쟁사인 부레오, 노피르 등과 비교해 기술력이 뛰어난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국내 최초로 폐어망 리사이클 사업에 뛰어든 효성티앤씨가 기술력을 검증한 점도 투자 이유로 꼽힌다.

김동오 티비티 담당 심사역은 "ESG 시장이 성장하면서 해외 명품 브랜드의 수요가 있음에도 폐어망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류해야 해 재생 나일론 원사 생산에 한계가 있었다"며 "정택수 대표 등 경영진은 폐기물 처리 현장을 일일이 다니며 아이디어를 기술 개발로 구체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대기업들도 쉽지 않았던 재생 나일론을 청년들이 회사 설립 1년만에 성공한 점도 매력으로 작용했다"며 "넷스파는 한국 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유럽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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