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의료 강국 韓의 굴욕…'원격의료' 발 묶인 사이 中에 추월당했다

남미래 기자 기사 입력 2025.03.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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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래의 퓨처마킹]

[편집자주] 미국 경영학자 톰 피터스는 "벤치마킹이 아니라 퓨처마킹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의 경험이나 성공에 주목하기 보다는 미래를 예측하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새로운 미래를 창조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앞서 나간 해외기업을 따라가는 것을 넘어 차별화를 통해 글로벌 유니콘으로 성장할 기회를 함께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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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기술력 국가별 순위/그래픽=이지혜
원격의료 기술력 국가별 순위/그래픽=이지혜
한국의 원격의료(비대면진료) 기술이 중국에 추월당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년마다 발간하는 '보건의료산업 기술수준 평가 전문가 설문 및 결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원격의료 기술은 미국, 유럽, 중국에 이은 4위로 조사됐다.

2022년만 해도 한국은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과 기술격차가 2년으로 중국(3.3년)보다 앞섰다. 그러나 한국이 2년 간 제자리걸음을 걷는 사이, 중국은 기술격차를 1.5년으로 단축시켰다.

이는 전세계 주요국들이 원격의료를 육성하고 있으나, 한국만 역주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비대면 진료를 제도적으로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한국뿐이다. 업계에선 IT 강국이자 의료 강국인 한국이 규제로 인해 원격의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맞춤형 관리로 진화한 해외 원격의료


주요국의 비대면진료 현황/그래픽=이지혜
주요국의 비대면진료 현황/그래픽=이지혜
미국 원격의료는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급성장했다. 2020년 초 미국 전체 건강보험 청구금액 중 0.2%에 불과했던 원격의료 비중(전화 진료 기준)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점차 확대돼 2023년 11월 5%를 넘어섰다.

지역간 의료격차가 큰 중국은 2014년 온라인으로 진료·처방·문진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병원을 처음 도입했다. 팬데믹 기간 원격의료 산업이 급성장해 2023년 10월 기준 2700개 이상의 온라인병원이 설립됐다. 디지털 전환이 더딘 일본조차도 의약품 배송까지 허용하는 등 원격의료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의 원격의료 기업들이 한국을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는 "누적 1억3500만달러(약 18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인도네시아의 헤일로닥(Halodoc), 이용자 250만명이 넘는 싱가포르의 닥터애니웨어 등이 대표적인 동남아 비대면진료 플랫폼"이라며 "동남아 정부가 코로나를 기점으로 비대면진료 규제 빗장을 풀고 앞서 나가면서 한국보다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등 주요국의 원격의료 서비스는 감기몸살 등 경증질환 위주에서 만성질환 관리로 진화하고 있다. 실례로 탈모, 성건강 분야 의약품, 비만약 판매 등에 집중하던 미국 헬스케어 기업 힘스앤헐스는 과거 처방 기록을 기반으로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의약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원격의료 업계 1위 기업인 텔라닥 헬스케어는 2020년 만성질환 관리 솔루션 '리봉고'에 이어 지난 2월 가정 건강검진 및 예방 관리 업체 '캐타펄트 헬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각종 규제가 장애…"원격의료 강국 도약 기회 있다"


지난해 서울 한 의원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관련 비대면 진료 실행과정을 시연하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해 서울 한 의원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관련 비대면 진료 실행과정을 시연하고 있다./사진=뉴스1
반면 한국의 비대면진료는 한시적으로 허용된 상태다. 지난해 2월부터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비대면진료가 전면 허용됐지만, 약 배송은 허용되지 않는다. 법제화도 지연되면서 관련 스타트업의 사업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선재원 메라키플레이스(나만의닥터) 대표는 "약 배송은 비대면진료 시장의 확장을 막는 장애물"이라며 "약을 수령하기 전에 처방약이 있는지 약국에 일일이 전화하는 등 비대면진료의 편의성을 낮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땅이 넓은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한국은 의료접근성이 높아 비대면진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2021년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15.7회로,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슬 닥터나우 이사는 "의사 처방을 받아 약을 수령하는 전문의약품(ETC) 비중이 높은 한국과 달리 미국 등 주요국은 의사 처방없이 약을 구매하는 일반의약품(OTC)이 많아 외래진료 건수 차이가 발생한다"며 "임산부나 직장인 등 물리적으로 병원을 방문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비대면진료로 의료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IT 강국이자 의료 강국인 한국이 규제 빗장만 푼다면 글로벌 원격의료 기업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슬 닥터나우 이사는 "한국은 IT와 의료기술 수준이 높기 때문에 각종 규제가 풀리고 법제화가 이뤄진다면 한국 기업들도 앞서간 글로벌 기업들을 충분히 쫓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는 "미국의 원격의료 시장도 이제 만성질환 관리로 성장하는 단계로, 병원 단위로 원격의료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전체 산업이 발전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규제가 풀린다면 의료기기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확장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선재원 메라키플레이스 대표도 "의료기기와 나만의닥터를 연동해 환자가 자신의 건강지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필요 시에 진료까지 볼 수 있는 서비스로 확장할 계획"이라며 "한국이 디지털 치료제도 빠르게 개발하고 있는 만큼 비대면진료와 함께 처방이 이뤄진다면 서비스가 한층 더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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