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중국이 AI(인공지능) 챗봇 딥시크(DeepSeek)와 공전의 히트 애니메이션 '너자2' 열기에 휩싸였다. 양회(전인대·정협)를 거치며 중국 기술에 대한 민족주의는 신드롬화할 조짐까지 보인다. 관영언론과 관변 연구자들이 일제히 과학기술 찬양에 나서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자성의 목소리도 눈길을 끈다. 근원적 경쟁력 혁신 없이는 미국과 기술격차가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홍콩중문대 선전캠퍼스(CUHK-선전) 정융녠 교수(공공정책학원장)는 최근 중문대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과도한 민족주의는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기술 경쟁에서 중국에 해로울 것"이라며 "중국은 기술과 데이터 품질 면에서 여전히 미국에 크게 뒤처져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주장은 일부 민영언론을 통해 기사화됐다.

대형언어모델 AI 선두인 오픈AI나 구글을 깜짝 놀라게 한 중국의 딥시크는 선도적 챗봇들과 비슷한 성능에도 깜짝 놀랄 정도로 훈련비용이 저렴하다. 물론 딥시크 등 중국 AI들이 주장하는 훈련비용의 진위를 놓고 서구 전문가들은 다른 해석을 내놓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적은 예산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이미 공개된 오픈소스들을 활용할 수 있는 데다 AI에 대한 초벌적 툴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정 교수는 그럼에도 "딥시크가 바꾸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며 "중국은 여전히 제조업부터 국방까지 다양한 분야의 경쟁력에 필수인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이 없으며, 미국이 거의 전세계의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중국의 방대한 데이터는 인터넷 제한으로 인해 고립돼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AI기술은 로봇, 우주과학기술 등과 함께 중국 정부가 공들이고 있는 미래 첨단기술 축 중 하나다. 양회 전인대(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중국은 AI와 양자컴퓨터에 투자하는 1조위안(약 200조원) 규모 국부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항공모함급 펀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중국 역대 최고를 넘어 세계 영화 흥행수입 순위를 바꿔놓고 있는 중국산 3D 애니메이션 너자2의 히트는 중국에 콘텐츠 자부심까지 심어주는 분위기다. 기술과 문화 면에서 성장한 중국의 국력에 대한 고무적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지속되고 있는 경기 부진과 내수 침체로 신음하던 중국에 모처럼 긍정의 분위기가 퍼진다.

이 가운데 흘러나오는 냉정한 평가들은 중국 내에선 주류로 취급받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베이징 비정부싱크탱크 CCG(중국과세계화센터) 왕지천 연구원은 최근 중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중국은 여전히 (반도체 등) 특정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 이런 격차는 대국 간 경쟁에서 무기화 돼 더 강한 국가가 중국에 대해 압력을 가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왕 연구원은 또 "서방과 지정학적 긴장 고조, 중국 과학기술 성장 등 요인으로 중국은 과학자들에게 더 매력적인 목적지가 됐다"며 "그러나 미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국의 세계 최고 과학기술 인재 유치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며, 중국은 이정도 수준의 이점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가 자랑하는 이공계 인재 육성과 기초과학 연구자 풀에 대해서도 약점이 있다는 자성이 나온다. 대련이공대 쑨위타오 교수(경제관리학원)는 최근 역시 중국 언론에 "중국 과학자들은 여전히 두드러진 공헌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독창적이고 인정받는 과학적 발견이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상을 수상한 이력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쑨 교수는 "중국의 과학연구는 국가의 주요 요구에 너무 치우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대신 더 많은 자유로운 탐구를 장려해야 한다"며 "동시에 연구기관들도 응용연구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로운 연구를 허용하는 대신 연구기관들이 기술의 상용화와 사업화까지 고민하는 선진 자본주의국가 형 연구모델을 장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중국 학계의 고질적인 관행들을 개혁하지 않고는 비전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베이징대 라오이 교수(생명과학)는 "중국 학계 내엔 해로운 출판 문화가 있다"며 "과학적 발견이나 기술적 발명이 아니라 논문 출판 그 자체를 위해 논문을 출판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공정원 장지위안 연구원도 "(미국과의) 기술경쟁은 사실상 전반을 포괄하는 경쟁이며, 1세기 이상 기술리더였던 미국과 격차는 몇 가지 획기적인 기술로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