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실체' 밝히러 한국이 만든 망원경이 간다

박건희 기자 기사 입력 2025.02.1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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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연 핵심 주도 차세대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
102개 색깔로 하늘 전체 한 번에 담을 첫 우주망원경
28일 발사…우주의 기원 밝힐 '3차원 우주지도' 목표

한국천문연구원이 NASA,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와 공동개발한 차세대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가 28일 스페이스X 발사체에 실려 발사된다./사진=NASA JPL
한국천문연구원이 NASA,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와 공동개발한 차세대 우주망원경 '스피어엑스'가 28일 스페이스X 발사체에 실려 발사된다./사진=NASA JPL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힐 세계 최초의 '우주 3차원 지도' 제작을 한국이 주도한다. 80억 광년 떨어진 먼 과거의 은하계 모습을 인간의 눈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우주항공청(이하 우주청)은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이 핵심 연구기관으로 참여한 국제 우주망원경 프로젝트 '스피어엑스(SPHEREx)'가 이달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벤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발사된다고 12일 밝혔다.

스피어엑스는 '전천 적외선 영상분광' 우주망원경이다. 전체 하늘을 적외선을 통해 관측하는 기기라는 뜻이다. 빛의 밝기를 파장별로 측정하는 '분광관측'과 넓은 영역을 촬영하는 '영상관측'이 결합했다. 스피어엑스는 천체 약 10억 개가 방출하는 적외선 신호를 수집해 이를 102개 색깔로 분류, 각 천체의 물리적 특성을 분석한다.

스피어엑스의 임무 수행 모습을 상상한 영상 /사진=NASA JPL

적외선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ESA(유럽우주국)가 우주 지도 제작을 목표로 2023년 발사한 유클리드 우주망원경과 유사하지만 유클리드가 잡아내는 색깔이 5개 남짓한 데 비해 스피어엑스는 이보다 20배 더 많은 색을 인식한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우주망원경'이라고 불리는 NASA(미국 우주항공국)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과 비교하면 제임스웹이 관측할 수 있는 범위보다 더 넓은 우주를 볼 수 있다. 제임스웹이 우주의 매우 좁은 영역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망원경이라면 스피어엑스는 우주 전역을 매우 넓은 시야에서 관측하는 데 특화된 망원경이다.

스피어엑스 한국 측 개발을 주도한 정웅섭 천문연 책임연구원은 12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사전브리핑에서 "현재의 우주로부터 70억~80억 광년 떨어진 은하까지 볼 수 있게 된다"며 "직접 관측은 아니더라도 통계적인 방법을 더한다면 빅뱅(우주대폭발) 5억년 후 초기 은하의 모습이 어땠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피어엑스 우주망원경 관측을 통해 얻어질 적외선 3차원 우주지도 및 관측 천체들에 대한 가상도 /사진=천문연
스피어엑스 우주망원경 관측을 통해 얻어질 적외선 3차원 우주지도 및 관측 천체들에 대한 가상도 /사진=천문연

정 책임연구원은 "각 천체가 보내는 적외선의 파장에 따라 102개 색깔로 이뤄진 스펙트럼을 구성하고, 이를 통해 각 은하 간 거리를 측정해 지도로 그릴 수 있다"고 했다. 이를 3차원 우주 지도라고 한다. 그는 "이를 통해 빅뱅 직후 왜 우주가 급팽창했는지, 그 과정에서 왜 각 은하가 불균일하게 흩어져 진화했는지 밝힐 것"이라고 했다. 또 적외선으로 별 사이를 떠다니는 얼음 분자를 찾아 우리은하에 존재하는 물과 이산화탄소의 분포도 지도화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우주에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었던 이유를 밝힌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칼텍)가 주관한 이번 프로젝트에는 천문연을 비롯해 서울대, 경북대 등 국내 연구팀이 국제 협력 기관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스피어엑스 연구개발을 주관한 제이미 복 칼텍 물리학과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이 개발한 '극저온 진공챔버'가 없었다면 지금의 성과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제임스웹에 비해 예산, 인력 등 여러 면에서 규모가 작은 중형급 프로젝트임에도 고성능 우주망원경을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에 천문연이 개발한 진공챔버가 있었다는 것.

천문연 연구팀이 개발한 극저온 진공챔버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NASA JPL
천문연 연구팀이 개발한 극저온 진공챔버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NASA JPL

천문연 연구팀이 자체 개발한 극저온 진공챔버는 영하 220도의 우주 기온을 구현해 우주에 설치한 망원경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증하는 검·교정 장비다. 진공챔버에 망원경을 넣어 망원경이 촬영한 사진의 질을 확인하고, 사진의 각 부분에서 어떤 색깔이 보이는지 측정한다. 복 교수는 "진공챔버를 자체 공급함으로써 NASA 진공챔버 대여에 드는 고가의 비용을 줄일 수 있었고 계획했던 대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고 했다.

스피어엑스는 28일 낮 12시경(한국 시각) 스페이스X의 '팰컨9'에 실려 태양동기궤도를 향해 발사된다. 이후 2년여간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NASA는 가동 약 2달 후 스피어엑스가 관측한 첫 사진을 대중에 공개할 계획이다.

 스피어엑스 미국측 공동연구팀이 12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사전브리핑에서 '줌(Zoom)' 을 통해 이번 연구 성과의 의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건희 기자
스피어엑스 미국측 공동연구팀이 12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사전브리핑에서 '줌(Zoom)' 을 통해 이번 연구 성과의 의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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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 사진 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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