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내놓은 저비용 인공지능(AI) 모델이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킨 데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 실세이자 미국 빅테크업계의 실력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낮은 개발비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머스크는 2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딥시크가 발표한 것보다 비싼 엔비디아의 최신 칩 'H100'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공유했다.
이 글에는 AI 데이터업체 스케일AI의 알렉산더 왕 CEO와 CNBC와 인터뷰 영상과 함께 "딥시크가 약 5만개의 엔비디아 H100 칩을 갖고 있지만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때문에 얘기할 수 없다고 한다"는 왕 CEO의 발언이 담겼다.
머스크는 이 글에 "분명히"라는 댓글을 달아 왕 CEO의 얘기에 동의한다는 뜻을 표했다.
딥시크는 지난달 말 AI 모델 '딥시크 V3' 공개 당시 기술보고서에서 V3를 훈련하는 데 엔비디아의 저렴한 칩인 'H800' 2000개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 칩은 엔비디아가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성능과 가격을 낮춰 만든 중국 수출용 제품이다.
딥시크는 또 V3 개발비가 557만6000달러(약 80억원)라고도 밝혔다. 이는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 최신 AI 모델 '라마3′ 모델에 쓴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다.
머스크는 딥시크의 이런 주장에 왕 CEO의 인터뷰를 들어 의구심을 제기한 셈이다.
투자회사 아트레이드 매니지먼트도 이날 딥시크가 밝힌 개발비용이 실제보다 축소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아트레이드 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 개빈 베이커는 X에 올린 글에서 "딥시크의 기술보고서에 따르면 (개발 비용으로 밝힌) 557만6000달러에는 '아키텍처, 알고리즘, 데이터에 대한 기존 연구와 실험에 관련된 비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이것은 수억달러를 이전 연구에 지출했고 훨씬 더 큰 칩클러스터에 접근할 수 있다면 557만달러만 들여 R1 퀄리티 모델을 훈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머스크는 베이커의 X 게시물에도 "흥미로운 분석. 지금까지 본 것 중 최고"라고 썼다.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투자가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마크 안드레센 창업자가 X에 올린 글에서 "딥시크 R1은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놀랍고 인상적인 혁신 중 하나"라고 치켜세운 데 빗대 거꾸로 딥시크의 저렴한 개발비 주장에 의심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베이커는 해당 글에서 "엔비디아의 매출 중 약 20%가 싱가포르를 통해 이뤄지는데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중 20%는 아마도 싱가포르에 있지 않을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첨단 칩이 미국 정부의 규제를 피해 중국 AI 기업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딥시크 돌풍은 딥시크가 V3에 이어 지난 20일 선보인 'R1'이 오픈소스로 풀린 뒤 AI 개발자 사이에서 성능과 추론 능력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급속도로 확산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AI 대장주 엔비디아는 전거래일보다 16.97%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이 5890억달러(약 860억원) 증발했다. 딥시크가 겨냥한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증시에 상장되지 않은 비상장사로 시장 충격이 당장은 확인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플로리다주 트럼프 내셔널 도랄 마이애미 리조트에서 열린 공화당 연방하원 콘퍼런스 연설에서 "딥시크 출시는 우리 업계가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집중해야 한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하는 등 미국 정부도 딥시크 충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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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사진 심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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