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그룹이 중국산 반도체를 사용해서 AI(인공지능) 모델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20%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AI 칩 수출 규제가 강화되자 중국 기업들이 중국산 반도체로 AI 모델 개발에 나섰으며 일부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뉴스124일 블룸버그는 앤트그룹이 알리바바와 화웨이가 개발한 중국산 반도체를 사용해 '전문가 혼합'(MoE·Mixture of Experts) 방식으로 AI 모델 링 플러스(Ling-Plus)와 링 라이트(Ling-Lite)를 훈련했다고 보도했다. MoE는 AI모델이 가지고 있는 매개 변수 중 필요한 부분만 활성화해 연산 성능을 높이는 방법이다.
앤트그룹에 따르면 고성능 하드웨어를 사용하며 1조개의 토큰을 학습시키는 데 635만위안(약 12억7000만원)이 들지만, 최적화된 접근 방식을 사용하면 저사양 하드웨어(중국산 반도체)로 비용을 510만위안(약 10억2000만원)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은 2020년 11월 세계 최대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창업자 마윈이 규제 당국을 정면 비판하면서 IPO가 중단된 바 있다. 당시 앤트그룹은 기업가치를 약 3000억달러로 평가받았다.
링 모델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미국 오픈AI와 구글이 투자한 수십억 달러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유능한 AI 모델을 훈련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중국과 미국 기업 간의 경쟁에 앤트가 뛰어들었음을 의미한다.
특히 중국 기업이 AI 개발에 최첨단 엔비디아 반도체 대신 중국산 반도체를 사용하려는 노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미국 정부가 2022년 8월 중국이 군사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A100과 H100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자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용으로 사양을 낮춘 H800을 출시했지만, 미국 정부는 2023년 H800 수출도 금지했다. 앤트그룹은 중국산 반도체로 엔비디아의 H800과 비슷한 결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앤트그룹 링 개발팀이 발표한 논문/사진=아카이브 캡처앤트그룹의 링 개발팀은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공개한 논문에서 링이 메타의 라마(Llama)를 능가한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자체적으로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앤트그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앤트그룹이 추론 또는 AI 서비스 지원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중국 AI 개발에 또다른 진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다.
앤트그룹이 발표한 논문 제목 역시 '프리미엄 GPU 없이 링 거대언어모델의 3000억 매개변수와 MoE 확장하기'로 엔비디아의 AI 칩 없이 AI 개발하기가 핵심 목표인 것을 알 수 있다.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 회의(GTC 2025) 기조연설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딥시크 출시 이후 고급 GPU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에 아랑곳없이 "추론 모델 등장으로 100배 많은 컨퓨팅 파워가 필요하다"며 하드웨어 성능 끌어올리기에 나선 것과는 정반대 방향이다.
로버트 리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선임 애널리스트는 "앤트그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중국이 엔비디아 칩에 대한 수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저렴하고 연산 효율이 높은 모델로 전환하면서 AI 자급자족이 가능한 상태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