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과 계엄령[우보세]

김성휘 기자 기사 입력 2024.12.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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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서울=뉴스1) =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이 21일 서울 서초구 아우딘퓨쳐스를 방문, 미국 대선 결과가 화장품 분야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기업 애로 및 건의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24.11.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서울=뉴스1) =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오른쪽)이 21일 서울 서초구 아우딘퓨쳐스를 방문, 미국 대선 결과가 화장품 분야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하고 기업 애로 및 건의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2024.11.2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의 한 화장품 수출기업 아우딘퓨쳐스 (1,148원 ▼11 -0.95%)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미국 수출이 많은 'K뷰티 효자기업'을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방문했다. 중기부 장관이 소관 분야 기업을 찾는 건 자연스럽지만 화두가 이례적이었다. 오 장관은 "(미국 정부) 정책변화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신속하게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화장품 그리고 중기부. 언뜻 뜬금없어 보이지만 실은 아주 밀접한 연관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보편관세' 공약을 앞세워 표심을 얻었다. 최근에는 펜타닐 마약의 미국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캐나다에 25%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 같은 엄포가 현실이 되면 미국 시장을 주무대로 한 국내 기업은 직격탄을 맞는다.

자동차·반도체 등 대기업 주력상품만이 아니다. 상당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뛰고있는 K뷰티 산업도 마찬가지다. 7월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액은 약 6조8000억원인 48억2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8% 늘어났다. 국가별로는 12억1000만달러어치 화장품을 판 중국이 최대 시장이고 8억7000만달러의 미국이 2위다. 특히 대미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증가했다. K팝, K푸드 등 한류 확산과 더불어 K화장품이 미국 곳곳에 깔렸다.
중국에 대한 고율관세는 겹악재다. 우리 기업들이 이미 중국서 많은 재료와 부자재를 수입해 완성품을 만드는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했는데 여기에 치명타가 되기 때문이다. 중기부의 현장점검은 그래서 시의적절했다. 최영욱 아우딘퓨쳐스 대표는 "미국 대선 결과, 관세 인상에 따른 제품의 가격 경쟁력 약화, 화장품 분야 규제 강화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오 장관은 "특히 중소기업 수출 1위 품목인 화장품에 대한 트럼프 정부 정책의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화답했다.

외부변수에 대응하는 것만큼 내부의 불확실성을 키우지 않는 일도 중요하다. 지난 3일 밤 40여년만의 비상계엄이 선포됐다가 해제됐다. 4일 경제지표는 크게 출렁였다. 코스피는 1.4%, 코스닥은 2% 떨어졌다. 환율은 3일 밤 달러당 1440원 수준으로 치솟았다. 정부는 자영업자·소상공인 지원을 약속했는데 계엄령 선포 순간 서울시내 호프집 손님은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금융당국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 선언 등으로 파장은 줄였다. 그러나 일정 기간 후폭풍은 불가피해 보인다.

"투자자들은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지켜보자'는 심리로 지갑을 닫을 수 있다." 한 벤처투자사 대표가 말했다. 3일 밤부터 4일 새벽까지 뉴스를 지켜봤다는 그는 "부정적 영향이 어디까지 퍼질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가뜩이나 투자 자금에 목마른 벤처·스타트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당국은 현장에 귀기울여야 한다. 시장과 골목 구석구석에서, 부산·광주·대구의 창업공간에서 묵묵히 일하는 국민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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